[안용모의 영혼의 울림을 준 땅을 가다] 파키스탄 미나핀 마을 사람들

입력 2024-06-06 13:30:00 수정 2024-06-06 18:12:09

주변 고산의 빙하서 흘러나온 지류…산사태로 막히면서 호수 만들어져
갈색 땅과 대조 이뤄…황홀한 전경
해발 2,012m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낯선 여행자들 따뜻한 미소로 환대
라카포시 오르기 위해 구한 셰르파…집에 머물며 맛있는 음식 대접 받아
평화로운 자연·정겨운 태도에 매료

아타바드 호수는 짙은 에머랄드 빛 청록색으로 숨 막히는 전경을 만들어낸다.
아타바드 호수는 짙은 에머랄드 빛 청록색으로 숨 막히는 전경을 만들어낸다.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대상들이 걸어 다녔던 고대 실크로드.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대상들이 걸어 다녔던 고대 실크로드.

◆ 실크로드 유산인 미나핀 가는 길

스카르두룰 떠나 파키스탄 북부지방의 매혹적인 여행길이라는 세계3대 장수촌 훈자(Hunza)마을 쪽을 향하고 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버스가 아니라 높은 고도의 산과 계곡을 따라 구름을 타고 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역사적 중요성과 경이로운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닌 파키스탄 최북단은 수천년 동안 다양한 문화와 상인, 제국의 교차로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인종, 언어, 전통이 고산계곡에 모자이크처럼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모험과 문화경험을 추구하는 여행자에게는 매력적인 곳이다.

파키스탄의 생명선인 인더스 강은 이 지역을 지나며, 주변 고산의 빙하가 흘러나온 수많은 지류의 물을 담고 있다. 2010년 큰 산사태로 강이 막히고 아타바드 호수(Attabad Lake)가 되었다. 길이가 30km에 이르고, 깊이가 120m나 되는 아타바드 호수는 이 지역의 고요한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하고 있다. 짙은 파란색에서 청록색까지 다양한 색상을 지닌 호수는 산과 빙하의 갈색과 흰색의 뚜렷한 대조를 이루며, 숨막히는 전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대상들이 걸어 다녔던 고대 실크로드.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대상들이 걸어 다녔던 고대 실크로드.

옛날 대상들이 걸어 다녔던 오랜 된 길인 동양과 서양을 연결하는 고대 실크로드는 이 지역을 통과했다. 이 역사적인 무역경로는 상품교환 뿐만 아니라 사상, 예술, 종교의 교류를 촉진했다. 이 지역에서 발견된 불교유물, 암각화, 고대 사본이 이곳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문화교류를 말하고 있다. 건축유적, 현지관습, 언어, 장인정신에서 드러나는 문화적 관행의 혼합을 통해 한때 번창했던 무역로를 알 수 있다.

한폭의 수채화가 걸려있는 엽서 같은 풍경의 평화로운 미나핀 마을
한폭의 수채화가 걸려있는 엽서 같은 풍경의 평화로운 미나핀 마을

◆ 아름다운 라카포시 베드타운 미나핀 마을

미나핀(Minapin)에 들어서면서 드는 느낌은 어떻게 이런 곳에 마을이 존재할까? 사방이 높은 고원의 산으로 둘러싸여 높이 나는 새조차도 이 마을을 찾기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여행자에게는 더 매력적인 곳임에 틀림없다. 미나핀 마을은 파키스탄 길기트-발티스탄의 나갈(Nagar)에 있는 아름답고 그림 같은 해발 2,012m에 있는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150여 가구가 살고 있으며, 농업으로 자급자족을 하고 있다.

여행자들이 아름다운 마을에서 라카포시 산의 멋진 전망, 놀라운 트레킹과 전통적인 지역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시아파 신앙의 한 분파인 이슬람의 무슬림들이다. 마을 주민들은 여행자들을 환대와 친절로 맞이한다. 현지인들은 숄, 보석 및 기타 기념품과 같은 수공예품을 여행자들에게 판매도 한다.

장수마을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닌 파키스탄 최북단에 들어서면 훈자마을이라는 명칭을 경쟁하듯이 쓰고 있다.
장수마을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지닌 파키스탄 최북단에 들어서면 훈자마을이라는 명칭을 경쟁하듯이 쓰고 있다.
미나핀 가는 길엔 만년설의 라카포시 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친절한 주민들이 여행자를 반긴다.
미나핀 가는 길엔 만년설의 라카포시 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친절한 주민들이 여행자를 반긴다.

미나핀 마을은 해발7,788m의 눈 덮인 라카포시(Rakaposhi)의 아름다운 전망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무엇보다도 라카포시 베이스캠프가 시작되는 곳으로, 라카포시 산을 오르기 위한 출발점이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면 만년설이 쌓인 카람코람 산맥의 산들이 펼쳐져 있는데, 그건 직접 산에 올라가지 않고 볼 수 있는 최고의 전경이다. 밭에는 노란 살구와 빨간 체리가 익은 장관을 볼 수 있고, 살구 주스부터 푸딩까지 살구와 체리를 실컷 맛볼 수 있다.

미나핀은 아름다운 산과 정이 있는 착한 사람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다. 노란살구 향기가 라카포시 산바람에 실려 미나핀 마을을 감싸 안고, 만년설의 차가움까지 녹여주는 그런 곳이다.

미나핀 마을 한 가정에 초대되어 다스타르한 보자기를 깔고 먹는 화덕에서 구운 넓적한 빵과 스프는 별미였다.
미나핀 마을 한 가정에 초대되어 다스타르한 보자기를 깔고 먹는 화덕에서 구운 넓적한 빵과 스프는 별미였다.

◆ 독특한 이슬람 가족 생활

라카포시를 오르기 위해 셰르파(Sherpa)를 구하고, 셰르파인 샤라파트 바샤(Sharafat Basha)집에 하룻밤을 묵을 수 있게 되었다. 미나핀 강가에 아주 오래된 전통적인 집에 초대되었다. 마당의 텃밭 같은 정원은 채소와 꽃들이 피어있고, 살구나무와 체리나무도 열매를 맺고 있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넓은 입구(口) 모양으로 된 거실 겸 식사하는 방으로 안내되었다. 방문객이나 가족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마시거나 음식을 차려 식사를 하는 곳이다. 식사를 할 때도 식탁대신 다스타르한(Dastarkhan)이라는 큰 보자기를 깔고, 그 위에 음식을 배열하여 함께 먹는 문화다.

셀파는 부모와 아들과 딸 그리고 특이한 것은 누나의 남편과 가족도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집에 1박을 하는 동안 5명의 여자 가족은 한 번도 볼 수가 없었다. 10살의 귀여운 딸도 보고 싶고, 용돈도 주고 싶다고 했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식사 시에 접시나 쟁반은 찬장에서 남자들이 준비하고, 부엌에서 음식을 거실로 나르는 것도 물론 남자들이 다 했다.

미나핀 마을 현지인 집에 초대되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미나핀 마을 현지인 집에 초대되어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방금 요리한 화덕에서 구운 넓적한 빵인 차파티와 따뜻한 스프는 무척 맛 있었다. 샤라파트 바샤 아버지는 잘 먹는 여행자가 고맙고 신기한 듯 계속해서 더 먹도록 권유했지만, 배도 부르고 술이 없는 아쉬움마저 들기도 했다.

그 집을 떠날 때 가져간 선물을 드리고, 은으로 만든 브로치를 꼭 셀파의 부인께 직접 전하고 싶다고 하였으나 정중히 거절당했다. 다시 맛있게 먹은 식사를 지어준 셀파의 어머님께 감사의 표시로 식사 값을 전하고 싶다고 간청했더니, 셀파는 아버지께 여쭙더니 이마저도 거절을 당했다. 결국 남자들만 기념사진을 찍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파키스탄을 여행하면서 현지 여자들의 얼굴을 찍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파키스탄 여자들은 남편 이외에는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현지 여자 얼굴을 찍는 것은 카메라를 빼앗기거나 보복이나 신고를 당할 위험까지 있단다.

하룻밤을 묵은 현지인 셀파의 집 담장이 이집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 하다.
하룻밤을 묵은 현지인 셀파의 집 담장이 이집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 하다.

◆ 훈훈한 인정의 미나핀 사람들

라카포시 등정을 위한 준비물을 살겸 동네가게를 찾아 나섰다. 시골 장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막걸리를 얻어마시듯, 현지인들이 건네주는 음식을 덥석덥석 받아먹었다. 이곳 전통음식을 먹는 것은 큰 즐거움이고, 음식을 파는 현지인들과 어우러지는 기쁨은 덤이었다.

동네 여인들이 숨어서 여행자를 훔쳐보는 것이 곁눈으로 보였다. 집 모퉁이에 숨어서 여행자를 바라볼 때, 그들의 얼굴을 두르고 있는 히잡이 반쯤 보였다. 하이(Hi!)라는 말에 여인네들은 허겁지겁 모퉁이로 사라진다.

미나핀 주민들은 여행자를 환대와 친절로 맞이하며, 마을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다.
미나핀 주민들은 여행자를 환대와 친절로 맞이하며, 마을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하다.
미나핀은 빨간 체리가 익어 인정 많은 현지인이 마음껏 따먹으라고 한다.
미나핀은 빨간 체리가 익어 인정 많은 현지인이 마음껏 따먹으라고 한다.

이슬라마바드의 방송사 피디가 여행자가 묵고 있는 숙소에 와서 여행자를 보자 첫 마디는 '파키스탄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느냐?'다. 파키스탄이 위험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와서 보니 안전하고 평화롭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자 그들은 파키스탄이 위험하다는 것은 서양언론의 비하 때문이라고 성토하듯이 말한다.

여행자는 그들의 인터뷰 요청에 파키스탄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자연과 친절한 국민 그리고 안전한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응했다. 그러나 일부 열악한 도로사정과 호텔 그리고 자주 정전되는 전기와 인터넷망 등의 기반시설 확충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이곳 사람들은 낯선 여행자에게 진실하고, 친절하며, 돈을 요구하는 일도 없었다. 그들의 해 맑은 미소는 마음의 문을 쉽게 열게 했다. 여행자를 대하는 이들의 정겨운 태도에 매료되기 시작한다.

안용모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 ymahn11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