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될 만큼 학폭 당했는데, 고작 '반교체?'…2차 가해 우려

입력 2024-05-26 18:20:42

"아이 여전히 심리치료 받으며 고통 속에 있다"

학교 폭력으로 망막이 훼손된 학생 얼굴. 연합뉴스
학교 폭력으로 망막이 훼손된 학생 얼굴. 연합뉴스

친구를 망막까지 훼손할 정도로 학교 폭력을 가한 학생이 고작 학급 분리 조치에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여전히 같은 학교 내에 있는 탓에 피해 학생이 2차 가해를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충남 아산의 한 중학교 1학년 A(13) 군은 지난 3월 7일 방과 후 아산 모처에서 학교 폭력을 당했다. 동급생 5명이 둘러쌌고, 이 중 같은 반 친구인 B(13) 군이 폭행했다.

B군은 A군 몸 위에 올라탄 뒤 왼쪽 눈과 얼굴에 수차례 주먹을 휘둘렀다. B군의 폭행으로 A군의 왼쪽 눈은 망막 안쪽까지 훼손됐고 실명 위기까지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A군 측 주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아산으로 이사 온 A군은 친분이 없던 B군에게 지속적으로 욕설이 섞인 협박을 받았다. B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졸업식장에 찾아가 패주겠다", "집이 어디냐" 등 메시지를 보냈다.

두 사람은 공교롭게 같은 중학교 같은 반에 배정됐다. 이후 B군은 더욱 A군을 괴롭히기 시작했고 입학 일주일도 안 돼 학폭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학교폭력심의위원회 심의 결과 B군에게는 강제 전학 한 단계 아래인 학급 교체 처분과 접근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하지만 학급 교체 결과 B군은 A군의 바로 옆반으로 옮겨졌다. A군은 사실상 학교에서 계속 B군을 봐야만 했고 2차 가해가 지속됐다.

A군은 "가해 학생이 아이 반까지 찾아와 도발하고 지나칠 때마다 욕설을 내뱉거나 어깨를 툭 치는 2차 가해 행동을 가하고 있다"고 매체에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이는 여전히 심리치료를 받으며 고통 속에 있지만 죄책감이나 반성의 기미가 없는 가해 학생을 매일 마주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욱 강력한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A군 측은 학교 측의 시스템 또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어머니는 "심의위원들이 학폭 사건에 대해 미리 인지하지 않은 채 심의가 진행됐다. 그렇기 때문에 위원들이 사안에 맞지 않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해 학부모는 실제로 사과도 하지 않았는데 피해 학부모인 내가 사과를 거부했다는 내용이 회의록에 적혀 있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아산교육청은 "학폭 관련 처분은 심의위원들의 판단에 따른 결과라 교육청에서 간섭할 수는 없지만 행정 절차에 따라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며 "가해 학생이 접근 금지 처분을 어기는 부분은 학교 측에 더욱 세심하게 지도해달라고 요청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