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고양이 교통사고

입력 2024-05-22 11:26:39 수정 2024-05-22 18:22:01

사고로 예민해진 고양이 담요로 감싸 이동하세요

국내에도 고양이 교통사고가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다. 고양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캠페인과 고양이 보호를 위한 도로안전표지판 설치가 필요하다.
국내에도 고양이 교통사고가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다. 고양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캠페인과 고양이 보호를 위한 도로안전표지판 설치가 필요하다.

고양이 교통사고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고양이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캠페인과 고양이 보호를 위한 도로안전 표지판 설치가 시급해 보인다.길고양이의 경우 야간의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이 일시적인 맹안을 초래하여 길고양이 사망의 주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여름 자동차를 그늘삼아 휴식을 취하는 새끼 고양이들도 운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교통사고를 당해 내원한 고양이 사례를 살펴보며, 고양이 교통사고의 심각성과 그 예방법을 살펴보기로 하자.

◆고양이 교통사고

망고(가명)가 피를 흘리며 다급하게 내원했다. 망고는 8개월 령 수컷 고양이다. 집 마당을 진입하는 차량에 깔렸다고 한다. 사고 직후 망고는 매우 소리지르며 매우 예민해져 있었다고 한다. 엉덩이와 뒷다리에 출혈이 관찰되어 담요로 망고를 두른 채 급하게 동물병원으로 내원했다고 했다. 평상시 아무리 순한 고양이라 하더라도 사고 직후에는 극도의 두려움과 통증이 엄습하기 때문에 망고 보호자분의 대응은 적합한 조치였다.

◆교통사고 시 최우선 검사는 뇌진탕

교통사고 동물환자를 대하는 수의사의 최우선 검사는 뇌신경계다. 사고 시 머리의 충격을 가정하여 뇌진탕, 뇌출혈, 척수의 이상 여부를 살펴본다.

망고의 경우 의식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으나, 빛에 반응하는 동공반사 테스트에서 좌측 눈의 축동이 나타나지 않음을 확인했다. 뇌진탕 등의 뇌신경계 손상을 의심하게 된다.

교통사고를 당한 고양이의 동공반사 테스트에서 좌측 눈의 축동이 나타나지 않음이 관찰된다면 뇌진탕 등의 신경계 손상을 의심할 수 있다.
교통사고를 당한 고양이의 동공반사 테스트에서 좌측 눈의 축동이 나타나지 않음이 관찰된다면 뇌진탕 등의 신경계 손상을 의심할 수 있다.

◆외상 검사

망고의 출혈 부위를 살펴보았다. 좌측 항문 주변에서 피부가 찢어진 창상이 확인되었다. 검사 결과 엉덩이부터 옆구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피하직 손상이 확인되었다.사고 시 자동차 바퀴에 피부가 말려들며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측 후지 발등 부위는 피부가 완전히 결손되어 있었으며, 우측 다섯번때 발가락뼈가 부러져 있었다. 더군다나 흙과 이물질이 창상 깊이까지 오염되어 있었다. 좌측 뒷다리는 출혈은 없었으나 대퇴부위 전반적으로 심한 부종이 확인되었으며 대퇴골 골절이 의심되었다.

◆X-ray 검사

망고를 조심스럽게 다루며 X-ray 검사가 진행되었다, 교통사고 동물환자는 골절과 통증이 동반되므로 검사를 위해 무리하게 환자의 자세를 보정할려다 오히려 골절이나 출혈이 악화되어 버리는 경우들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망고의 좌측 대퇴골 골절은 매우 심각했다. 복합골절로 인한 과다 출혈이 부종이 확연한 이유였다, 우측 뒷 발가락뼈의 골절도 재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경부 ,흉부, 요척추, 골반뼈의 이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교통사고 당한 고양이는 경상이 드물다. 골절 등의 심각한 내상을 가지는 경우가 더 많다
교통사고 당한 고양이는 경상이 드물다. 골절 등의 심각한 내상을 가지는 경우가 더 많다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

과다출혈로 인한 심각성 여부와 복강 장기 손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필요하다. 특히 교통사고와 개에 물린 고양이 교상사고의 경우 외상은 미약하더라도 심부 장기들의 파열이 다발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망고는 심부 장기들의 손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교통사고 당한 고양이는 눈에 보이는 창상 보다는 더 광범위하고 심각한 피하조직 손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속적인 창액 배출을 위한 배액관이 설치된 수술 후 모습(우측)
교통사고 당한 고양이는 눈에 보이는 창상 보다는 더 광범위하고 심각한 피하조직 손상을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속적인 창액 배출을 위한 배액관이 설치된 수술 후 모습(우측)

◆외상치료와 마취

출혈 부위와 창상부에 대한 처치를 위해 마취가 필요하다. 우측 항문 주변 창상은 봉합하고 배액관 장착되었다.발등의 피부결손 부는 창상 세정 후 피부 봉합수술이 이루어졌다.

◆마취를 동반하는 CT 검사

출혈부에 대한 외상처치가 완료된 직후 CT 검사가 이루어졌다. 동물환자의 CT 검사는 마취상태에서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골절된 부위를 3D 이미지로 변환시켜 골절 상태를 보다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플레이트와 수술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교통사고 당한 고양이 대부분에서 골절이 관찰된다. CT검사는 골절된 뼈를 3D 이미지로 변환시켜 골절 상태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수술 방법을 모색 가능케 한다.
교통사고 당한 고양이 대부분에서 골절이 관찰된다. CT검사는 골절된 뼈를 3D 이미지로 변환시켜 골절 상태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에 적합한 수술 방법을 모색 가능케 한다.

◆내과적 치료 후 골절수술

망고는 출혈과 외상 부위에 대한 수술적 처치 후 4일 동안 내과적 치료가 집중되었다. 동공반사가 정상화되고, 좌측 대퇴부 골절부위의 부종이 완화되고, 우측 후지 발등 피부결손 부위가 추가 감염증 없이 정상적으로 수복되었다고 판단되고 난 후에야 대퇴골과 지골에 대한 골절수술을 결정할 수 있었다.

교통사고 당한 고양이의 골절 수술 과정
교통사고 당한 고양이의 골절 수술 과정

◆골절수술과 인공뼈이식

좌측 대퇴골의 복합골절로 인해 뼈의 1/3에 해당하는 중간부위가 결손된 만큼 대퇴골의 길이가 보존될 수 있도록 골수강 내에 길이 조절을 위한 수내핀 삽입 후 플레이트가 장착됐다. 미세골편들로 인해 결손된 뼈의 중간 부분은 인공뼈가 이식됐다.우측 발가락 골절은 수내핀과 와이어를 이용하여 골절 수술이 진행됐다.

퇴원 후 가정에서 생활 중인 망고, 복합골절 수술 후 약 2달 간은 과격한 운동이 제한되는 케이지 레스트 또는 제한된 공간에서의 생활이 필요하다
퇴원 후 가정에서 생활 중인 망고, 복합골절 수술 후 약 2달 간은 과격한 운동이 제한되는 케이지 레스트 또는 제한된 공간에서의 생활이 필요하다

◆골절수술 받은 고양이의 가정관리

망고는 빠른 회복을 보였다. 퇴원후 가정에서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수의사는 보호자에게 망고가 높은 곳을 뛰어오르 내리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도록 '케이지 레스트'를 2달 정도 유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사람은 스스로 수술한 부위를 조심하지만, 동물들은 통증이 사라지면 사고 전 처럼 움직이려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수술 부위의 뼈가 충분히 유합되는 2달까지는 과격한 움직임을 제한시키는 절제된 생활 공간이 필요하다.

유럽의 주택가 도로에 비치되어 있는 고양이 안전 교통표지판.사진 출처 shutterstock
유럽의 주택가 도로에 비치되어 있는 고양이 안전 교통표지판.사진 출처 shutterstock

◆고양이 교통사고 예방대책

야간 주택가 간선 도로에서 자동차나 오토바이의 과속이 주 원인이다. 야간의 헤드라이트 불빛은 야행성인 고양이에게 일시적으로 맹안이 유발된다. 피할 엄두조차 못내는 상황에서 치임 사고가 발생한다. 길고양이 교통사고 잦은 도로라면 '고양이 보호 교통 표지판'을 비치해 둘 필요가 있다.

어린 고양이가 첫 외출에서 교통사고가 잘 발생한다. 고양이들이 자동차의 그늘진 공간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고양이를 미쳐 확인못 한채 사고가 발생한다. 망고의 사례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겨울철 자동차 엔진룸, 여름철 자동차 바퀴 아래의 그늘 공간에 혹시나 휴식을 취하는 고양이가 있는지를 운전하기 전 살펴보는 배려를 권한다.

◆만약, 고양이 교통사고가 발생했다면

고양이 교통사고는 가벼운 경상이 드물다. 치명적인 내상을 입은 경우가 많다. 사고 직후의 고양이를 서둘러 안으려 들면 안된다. 사람이 다치거나 고양이의 내상을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고양이가 흥분을 가라앉힐 때 까지 안타깝더라도 지켜보는 것이 유리하다.

사고 직후의 고양이는 구석진 곳으로 은신 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본능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고양이가 보호자를 인지하는 상태가 되면 담요를 이용하여 고양이를 감싸 안는다.

사고 직 후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시도해서는 안된다. '고양이 교통사고' 와 '개에게 물린 고양이 교상사고'는 치명적인 내상이 심각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대한 신속하게 동물병원으로 이동하는 것이 유리하다. 담요로 감싸더라도 캐리어 또는 종이상자를 이용해 움직임을 최소화시키며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순석
박순석

박순석 수의사

SBS TV 동물농장 자문수의사

경북대학교 수의과대학 겸임교수

한국수의임상수의사회 부회장

박순석동물메디컬센터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