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위기 '고준위법'…"21대 국회는 '유종의 미' 걷어차선 안 된다"

입력 2024-05-16 17:20:41 수정 2024-05-16 21:11:38

여야 모두 채상병 특검법 논의에 당력 집중
28일 본회의 열리지 못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매일신문 DB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매일신문 DB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이달 말로 임박해지고 있지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를 위한 특별법(이하 고준위법) 제정 논의는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두고 날 선 공방을 이어가며 당력을 집중하고 있어 고준위법은 임기 만료에 따른 폐기의 운명 앞으로 점차 다가서고 있다.

16일 대구경북(TK) 정치권에 남은 21대 국회 최대 현안은 원전 부지 안에 임시로 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영구 처분장 건설의 근거가 담긴 고준위법이 꼽힌다.

TK에 다수 몰린 국내 원전 가운데 울진 한울원전은 2031년, 경주 월성원전은 2037년부터 차례로 원전 내 임시 저장 시설의 포화가 예상된다. 고준위 방폐물 영구 처분장이 제때 건설되지 못하면 원전의 안정적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고준위법 제정이 한시가 급하지만 국회 본회의 처리 가능성은 날이 갈수록 희미해지고 있다.

여야가 국민의힘 추경호·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신임 원내대표 체제로 전환된 가운데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와 재표결이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고준위법 협의는 극히 어려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거대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정부가 다음주 초 거부권을 행사하면 28일로 예상되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는 특검법 재표결에 여야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재표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정치적 득실이 극명하게 갈리는 탓에 새 원내 지도부는 각각 총력전을 벌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새 원내대표 선출 전 지난 여야 원내대표(국민의힘 윤재옥· 민주당 홍익표) 등 지도부가 고준위법 처리에 원칙적인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지만 소관 상임위 위원 등 일부의 반대로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이들은 원전 활성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달리 지난 정부의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며 고준위법 처리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마지막 본회의 전 걸림돌 제거를 위한 노력이 절실하지만 꽉 막힌 정국은 협상의 공간을 쉽게 내어주지 않고 있다.

고준위법 등 민생법안 처리 없이 채상병 특검법만 본회의 안건이 될 경우 여당이 본회의 개최 자체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적잖다. 여권의 이탈표 없인 특검법 처리가 어려운 만큼 야당도 실익이 없다고 본다면 본회의 자체가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TK 정가 한 관계자는 "극한 정쟁으로 역대 최악이란 평가를 듣고 있는 21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마지막 기회마저 외면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며 "여야 모두 정쟁에서 한 걸음씩 물러나 고준위법과 같이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