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더 받으려고" 동대구환승센터 택시 불법 주정차 ‘몸살’…동구청 단속 손놨나

입력 2024-05-15 17:06:06 수정 2024-05-15 21:17:58

보행 안전 해치고 교통 흐름 막고…끝차선 막은 불법주정차 택시 행렬
"조금씩 움직이면 돼요" 단속 카메라 적발 기준 '2분 정차' 악용하기도
권오훈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 "현장 단속활동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일대가 택시들의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이를 관리해야 할 동구청의 '뒷짐 행정'으로 체증에 분노한 시민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14일 오후 6시쯤 찾은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앞 동부로 일대. 공휴일을 앞두고 터미널을 찾은 시민들과 퇴근 차량으로 붐비는 가운데 여기저기서 자동차 경적이 울려댔다. 택시 6~7대는 횡단보도까지 막아서며 호객 행위에 여념이 없었고, 뒤따라오던 차량 운전자들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부 택시는 경적을 여러 차례 울리면 잠시 빠지지만 이내 다른 택시가 같은 자리를 차지해 불법 주·정차 행렬은 사라지지 않았다.

동대구복합환승센터에서 40m 떨어진 곳에는 '일반 택시 승차장'이 있지만 대기 없이 손님을 받으려는 택시기사들로 인해 문제는 지속됐다. 개인 택시기사 김석기(65) 씨는 "평일엔 택시 승차장에서 1시간 대기해야 손님을 받을 수 있어서 얌체 택시 기사들이 횡단보도까지 나가서 불법 호객행위를 한다"며 "단속을 더 자주 하거나 과태료를 많이 부과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매일 이곳을 지나쳐 버스를 운행하는 김대현 씨는 "끝차선을 막고 있는 택시로 다음 정거장도착 시간이 2~4분 가량 늦어져 승객 불편이 발생한다"며 "지금껏 두번이나 단속 민원을 제기했는데 한 번도 단속에 나온 걸 본 적이 없고 특히 주말은 '무법천지'가 된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사정이 이런데도 동구청은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앞과 건너편에 설치한 고정식CCTV 2대에만 의존한 채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다. CCTV를 통해 올해 176건을 단속했으나 2분 동안 앞뒤로 조금씩 움직이면 단속을 피할 수 있어 효과가 미미하다. 실제로 이날 횡단보도 앞에서 불법주정차 중이었던 택시기사 A씨는 "조금씩 움직이면 단속을 피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이동식 차량 단속이 불가피한 실정이자만 동구청이 운영 중인 차량은 한 대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정작 불법 주·정차가 극심한 퇴근시간대와 주말에는 활동을 벌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올들어 이동식 단속 적발 건수는 '0건'에 그치는 등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럼에도 동구청 관계자는 "올해 4월말까지 단속 카메라로 불법주정차 176건을 적발했다"며 "단속 카메라가 가장 효과적인 단속 방법"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주변의 CCTV 말고는 특별한 대책은 없다"며 현재 단속 활동의 한계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권오훈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법망을 피하는 꼼수 택시들이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보행자 안전과 교통 흐름을 위해 동구청이 현장 단속 활동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고 불법 단속 구역이라는 걸 안내하는 인력 보강도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공휴일인 석가탄신일은 하루 앞둔 14일 오후 6시쯤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앞 횡단보도. 불법 주정차 택시들이 일렬로 늘어서 시민들의 보행 환경을 해치고 교통 정체를 유발하고 있다. 횡단보도 앞에서 서있던 불법 주정차 택시가 시민을 태우고 있는 모습. 김유진 기자
공휴일인 석가탄신일은 하루 앞둔 14일 오후 6시쯤 동대구복합환승센터 앞 횡단보도. 불법 주정차 택시들이 일렬로 늘어서 시민들의 보행 환경을 해치고 교통 정체를 유발하고 있다. 횡단보도 앞에서 서있던 불법 주정차 택시가 시민을 태우고 있는 모습. 김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