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난 스승 이름으로 '칠곡 할매힙합그룹' 지도 선생님 도운 기업인

입력 2024-05-15 14:27:07 수정 2024-05-15 18:02:18

이우락 농부플러스 대표, '수니와 칠공주' 지도교사 정우정 씨에게 '박의준 교수' 명의 지원금 전달

농부플러스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이우락 대표
농부플러스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이우락 대표

스승의 날을 맞아 고인이 된 스승의 이름으로 경북 칠곡 할매힙합그룹 '수니와 칠공주'의 지도 선생님을 도운 기업인이 있어 화제다.

경북 칠곡군 동명면에서 들깨를 이용한 식물성 오메가3를 생산하는 농업회사법인㈜ 농부플러스의 이우락(46) 대표는 스승의 날인 15일 스승 박의준 교수 이름을 쓴 봉투에 현금 200만원을 담아 칠곡군 성인문해교실 강사 정우정 씨에게 전달했다.

정 씨는 할매힙합그룹 '수니와 칠공주' 할머니들에게 한글과 랩을 가르치며 그들의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 선생님이 된 인물이다.

수니와 칠공주는 칠곡군 지천면 신4리에 사는 여덟명의 할머니가 모여 결성한 힙합그룹이다. 'K-할매'라는 명성을 얻으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나 빠듯한 살림으로 8명이서 움직이다 보니 항상 금전적으로 부족했다.

이런 소식을 접한 이 대표가 선뜻 후원에 나섰다.

이 대표가 통큰 기부에 나선 것은 10년 전 세상을 떠난 박의준 교수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그로부터 받은 가르침 때문이다.

이 대표는 금오공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며 박 교수의 지도를 받았다. 석사 학위를 받고도 매년 스승의 날이면 박 교수를 찾아 인사하며 인연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한때 박 교수를 만나고 귀가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부인으로부터 볼멘소리도 듣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스승의 날이면 어김없이 박 교수 집으로 향했다.

이 대표는 과거 인생의 큰 결정을 내릴 때면 언제나 박 교수의 가르침을 구했다. 그가 10년 가까이 몸담았던 전자공학을 접고 농업과 한의학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을 때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준 것도 박 교수였다.

박 교수가 암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자 이 대표는 매년 돌아오는 스승이 날이 낯설었다.

그러던 중 할머니들 사연을 접한 그는 자신의 도전을 지지했던 박 교수가 떠올랐다. 이에 할머니들의 새 도전을 응원하면서도 형편이 넉넉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정 씨를 돕기로 결심했다.

이 대표는 "할머니들이 랩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정우정 선생님 같은 열정적인 분이 계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우정 씨는 "이 대표의 응원에 큰 힘과 용기를 얻었다"며 "할머님들이 건강관리를 잘해서 행복하게 랩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농부플러스는 2016년 설립한 식료품 제조업체다. 지난해 경북도 쇼핑몰 사이소몰에서 가공식품부문 매출 1위를 달성하며 칠곡군 스타 기업에 선정됐다.

이 대표는 매월 정기적인 기부를 통해 나눔 경영을 실천하며 경북도내 적십자 인도주의 활동에 동참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