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결로 등 하자 찾아드려요" 신축 아파트 사전점검 대행업체 인기

입력 2024-05-14 10:03:17 수정 2024-05-14 18:12:37

부실시공, 하자 논란 거듭되자 뜨는 이 업체
11일 달서SK뷰 사전점검 대행업체 동행
인테리어 공정에 대한 이해도 필수
하자 판단 어려운 일반인들에게 전문가 조언
작업자마다 실력 천차만별…시공사는 불만

11일 오전 사전점검 대행업체 대표 A씨가 예비 입주자 의뢰인에게 발견된 하자를 설명하고 있다. 구민수 기자
11일 오전 사전점검 대행업체 대표 A씨가 예비 입주자 의뢰인에게 발견된 하자를 설명하고 있다. 구민수 기자

아파트 부실시공과 하자에 대한 우려로 사전점검 대행업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예전에는 입주 예정자가 직접 하자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정밀하게 하자를 판단할 전문 업체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

11일 오전 대구 한 사전점검 대행업체 대표 A(32) 씨가 직원 1명과 함께 달서구 본리동 달서SK뷰 전용면적 59㎡ 현장을 찾았다. 오는 6월 입주를 앞둔 달서SK뷰는 10일~12일 사전점검 절차를 진행했다.

업체와 함께 현장을 찾은 예비 입주자는 "최근 사전점검에서 무더기 하자가 발견된 아파트가 많아서 불안한 마음에 의뢰했다"며 "하자인지 아닌지는 일반인이 판단하기 어렵다. 전문업체가 확실하게 잡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전점검은 점검자와 기록자 2인 1조로 이뤄진다. ▷육안 검사 ▷열화상 검사 ▷레벨 테스트 ▷공기질 검사 등 크게 4가지 절차로 진행되며 열화상 카메라, 라돈 측정기, 레이저 레벨기 등의 장비가 동원된다. 점검자는 아파트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실내 기물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하자가 발견되면 기록자가 점검 스티커로 표시한다.

사전점검 업체는 기본적으로 인테리어 공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도배, 목공 작업의 시공 방식을 톺아보고 작업자의 의도를 파악해 부실과 하자를 판단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누수와 결로를 가장 중요하게 확인한다.

3년 전 사전점검 업체를 운영하기 시작한 A씨는 최근 무더기 하자 논란이 잦은 이유 중 하나로 지역업체의 하도급률이 떨어진 점을 꼽았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비 10억원 이상 공사 현장에서 지역업체 하도급률(공공·민간 건설공사 합계)은 54.5%로 전년도 60.7%보다 6.2%p 하락했다.

A씨는 "대형 건설사 현장은 여러 업체가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시공하는 경우가 많다"며 "타지역 업체는 지역에 대한 애착이나 꼼꼼함이 부족한 편이다. 코로나 이후 외국인 숙련공이 사라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약 2시간 동안 꼼꼼하게 살핀 결과 해당 현장에선 56개의 하자가 발견됐다. 100개 이상 하자가 발견되는 요즘 신축 아파트보다는 전반적으로 시공이 잘된 편이라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점검자는 의뢰인에게 하자로 지적한 곳이 왜 하자인지 일일이 설명하며 줄눈 시공 등으로 보완할 것도 조언했다.

반드시 건축 관련 자격증이 있어야만 사전점검 업무를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숨고, 크몽 등 재능 공유 플랫폼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손쉽게 작업자를 구할 수 있다. 다만 점검자의 실력에 따라 점검 내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시공사는 늘어나는 사전점검 대행업체가 일부러 트집을 잡는 경우가 많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A씨도 사전점검 대행업체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하자 개수로 업체의 실력을 판단해선 곤란하다고 강조한다. 사전점검을 통해 내 집이 얼마나 튼튼하게 잘 지어졌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A씨는 "단순 하자는 금방 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며 "업체마다 하자 개수로 줄 세우기보다 사전점검의 목적을 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