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전환 쿠팡, C커머스 공세에 '휘청'

입력 2024-05-08 16:22:20


[그래픽] 쿠팡 실적 추이 연합뉴스
[그래픽] 쿠팡 실적 추이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트럭들이 모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주차장에 쿠팡 배달 트럭들이 모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로켓배송을 무기로 국내 유통업계 최강자로 올라선 쿠팡이 중국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의 공세 속에 휘청이고 있다.

쿠팡은 1분기 영업이익이 4천만달러(약 531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61% 감소했다고 8일 밝혔다. 2022년 3분기 사상 첫 분기 흑자 달성 이후 이어진 영업이익 확대 행진이 멈춘 것이다. 당기순손익도 2천400만달러(약 319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1분기(9천85만달러·약 1천160억원)와 비교하면 무려 800억원 넘게 감소했다.

쿠팡은 상품·물류 투자 비용이 반영되면서 1분기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쿠팡은 3년간 신규 풀필먼트(통합물류)센터 확보와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통해 로켓배송 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2010년 창립 이래 10년간 물류센터 구축 등에 6조원을 투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액수다.

쿠팡은 2022년 3분기 첫 분기 흑자 전환 이후 매 분기 1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둬 수익 구조가 사실상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쿠팡 역시 '계획된 적자'를 마치고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굵직한 투자가 마무리돼 지출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로켓배송을 기반으로 1천만명이 넘는 고정 활성 이용 고객을 확보한 만큼 이익 축적에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와 같은 이른바 C-커머스가 급성장하면서 낙관적인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두 업체가 중국산 초저가 제품을 내세워 고객을 빠른 속도로 유인하자 쿠팡 내부에서 '이대로 안주하면 안 된다'는 경고음과 위기의식이 커졌고 결국 경영 좌표를 수익 확보에서 투자 확대로 전환했다.

실제 애플리케이션(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 기준으로 지난달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이용자 수는 1천362만명으로 쿠팡(3천45만명)의 45% 수준까지 따라붙었다.

쿠팡의 전략 선회 배경은 이날 실적 발표 후 김범석 의장의 발언에서도 엿보인다. 김 의장은 "새로운 중국 커머스 업체의 한국 시장 진출은 업계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과 소비자들이 클릭 한 번으로 빠르게 다른 쇼핑 옵션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면서 "최고의 상품과 가격, 서비스로 매번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