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5일 '대구농수산물유통관리공사'가 공식 출범했다. 1988년 개장한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관리 주체가 36년 만에 대구시 직영사업소에서 지방공사로 전환된 것이다. 지자체 직영으로 운영되던 공영도매시장 관리체계를 지방공사로 전환한 최초의 사례로, 유통구조 개선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감이 높다.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은 '한강 이남 최대 규모'의 공영도매시장이다. 지난해 기준 연간 거래액 1조2천억원, 일 평균 거래 물량은 1천450t에 이른다. 농수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통해 생산자·소비자 이익을 도모하는 역할을 한 도매시장의 과거를 되짚어 본다. 또 유통환경 변화로 체질개선을 진행 중인 현재와 다가올 달성군 하빈면 시대를 미리 조명해본다.
◆ 국내 도매시장의 변천사
국내 도매시장의 기틀이 마련된 시점은 광복 이후다. 1951년 일제강점기 제정된 중앙도매시장법이 폐지되고 '중앙도매시장법'이 시행된 것이다. 1957년 대구를 포함해 전국 14개 지역에 중앙도매시장이 설치됐다. 다만 허가를 받지 않은 도매인이 활개를 치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이에 생산자를 대변할 수 있는 도매시장의 설립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부산 농협공판장 개설을 시작으로 대구에도 공식적인 도매시장이 들어섰다. 1970년대 들어 농수산물도매시장법과 농수산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불공정한 거래 관행과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농민의 피해를 예방한다는 취지였다.
국내 최초의 농수산물 공영도매시장이 건립된 1985년은 국내 농산물 유통 환경 변화의 전환점이 됐다. 가락시장은 용산, 중부, 남대문, 청량리 농수산물시장을 이전 수용해 대규모 도매시장으로 거듭났다. 이듬해 정부는 유통근대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도매시장 시설확충 및 운영정상화를 추진했다. 지역유통망을 고려해 거점별 도매시장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도 이 시점이다.
1994년 중도매인 도매행위금지 조항으로 거래가 일시 중지된 '농안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파동'을 계기로 농수산물 유통 전반에 걸친 개혁방안이 마련됐다. 도매시장 내 거래제도는 경매를 원칙으로 하고 상장예외품목 지정, 정가·수의매매 활용 등을 통해 탄력적인 운영을 시행했다. 또 전자경매 정착은 거래 투명성을 확보하고 정보 기간의 거래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다.
2000년대 이후에는 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의 부상으로 유통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도매시장 종사자들의 대응력 향상을 위해 도매시장법인 간 또는 시장도매인 간 인수 및 합병의 근거를 마련됐다.
◆ 대구 도매시장의 설립과 성장
1988년 10월 7일 북구 매천동에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이 문을 열었다.
신선한 농수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생산자·소비자의 이익을 도모,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당시 도심 교통체증과 좁고 낙후된 시설로 어려움을 겪던 기존 시장 및 상인들을 제도권 내 편입해 거래 질서를 확립한 것이다.
청과부류 A동이 처음 운영을 시작했다. 1996년 9월 수산동이 개장했고 같은 해 청과부류 도매시장 B동과 관련 상가가 차례로 건립됐다. 이후 2006년 수산동 냉동 창고 증축으로 현재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모습을 갖췄다.
부지면적 16만6천693㎡, 건축면적 9만8천473㎡, 주차장 1만7천665㎡으로 구성돼 있다. 면적 규모는 전국 공영도매시장 가운데 6번째이지만, 거래량은 서울을 제외한 전국 3번째 규모를 자랑한다. 주요 시설은 농산 A·B동, 경매장 A·B·C동, 수산동, 냉동 창고, 가공식품 판매소 및 관련 상가, 관리동, 서비스동 등이 있다.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은 내륙에 위치한 만큼 농산물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북지역은 물론 경남, 전라도, 강원도 농민들까지 대구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왕래하며 농수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비수도권 최대 거래물량을 소화하는 도매시장으로 명성이 높다.
또 경매 과정의 공정성, 투명성을 담보하고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전자경매제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고품질 우수 농산물과 특별한 재배 방식으로 생산된 농산물에는 생산지·품질·등급을 표시하는 품질인증제도를 도입했다.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농산물 안전성 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 중이다.
◆ 새로운 도약의 발판
유통경로 다양화로 생산자·소비자 이익을 보호하는 공영도매시장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물류 인프라 및 시설 노후화, 대형유통업체 산지 직구매 확대, 교통 혼잡 등으로 시설 현대화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2007년, 2013년, 2015년 총 3차례에 걸쳐 이전 및 재건축 관련 용역을 실시했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2017년 '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추진협의회'를 구성했고 민선 8기 이후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했으며 달성군 하빈면으로 이전을 확정했다.
지난달 대구시는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공영도매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자로 선정, 국비 904억원을 확보하면서 이전 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앞서 시는 시설현대화 계획을 제출했고 사업 필요성과 대응 노력, 도매시장 성장 여건, 지자체 의지 및 계획 적정성, 시설현대화 연계 운영개선 등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신설되는 도매시장은 차별화된 인프라를 갖춰 기존 처리 물량의 한계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면서 "한강 이남 최고의 거점 도매시장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수년간 거래내역 사찰?… 대구 신협 조합원 집단소송 제기
'대구의 얼굴' 동성로의 끝없는 추락…3분기 공실률 20%, 6년 전의 2배
"안전 위해 취소 잘한 일" vs "취소 변명 구차"…이승환 콘서트 취소 두고 구미서 엇갈린 반응
"용산의 '사악한 이무기'가 지X발광"…김용태 신부, 시국미사 화제
[기고-김장호] 표현의 자유보다 시민의 안전 우선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