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영향력 끼치는 반려동물들…이 기사에도 악플 달릴까

입력 2024-05-08 11:26:24 수정 2024-05-08 18:13:51

"우리도 엄연한 사회 일원"

지난달 27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 위치한 카페에서 바자회가 열렸다. 중고 용품을 기부받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그 수익금은 모두 기부하는 다소 익숙한 형태다. 하지만 이 바자회에는 온통 동물용품들 뿐이다. 주최자가 대구 반려견 모임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에 위치한 카페에서 바자회가 열렸다. 중고 용품을 기부받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그 수익금은 모두 기부하는 다소 익숙한 형태다. 하지만 이 바자회에는 온통 동물용품들 뿐이다. 주최자가 대구 반려견 모임이기 때문이다.

반려견에게 목줄을 메지 않고 산책을 시키는 '오프리쉬', 무작정 입양했다 갖은 핑계로 양육을 포기하는 '유기·파양', 때리고 굶기고 방치하는 '동물 학대'… 반려동물 기사를 쓰다 보면 다양한 주제를 다루게 된다. 그리고 해당 기사들은 비반려인의 질타를 '특히' 많이 받는 주제다. 견주들의 몰상식한 모습은 같은 반려인들까지도 분노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하지만 기자가 기억에 남는 분노는 따로 있다. '우리 반려견들도 좋은 일 많이 하는데 싸잡아서 욕 먹으니 기분이 안 좋네요' 수많은 악플 속 눈에 띄는 항변. 그도 그럴 것이 일부의 잘못된 행동들은 종종 모든 반려인들에게 일반화 되곤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들의 항변을 담아 보기로 했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선한 영향력을 펼치는 반려인구는 '꽤' 아니 '아주' 많았다.

◆산책 모임에서 기부 모임으로 발전! 후원 바자회 직접 가보니

지난 달 27일 대구 달성군 가창면 한 카페에서는 바자회가 열렸다. 중고용품을 기부 받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그 수익금은 모두 기부하는 다소 익숙한 형태다. 하지만 이 바자회에는 온통 동물용품들 뿐이다. 주최자가 대구 반려견 모임이기 때문이다.

카페에 들어서자 일렬로 줄 지은 부스. 부스에는 다양한 반려동물 용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기부 받은 중고물품 외 용품들은 모두 반려동물과 관련된 기업으로부터 후원받은 제품이다. 반려동물 영양제부터 샴푸, 옷, 간식까지. 다양한 용품들의 판매금 또한 전액 기부에 사용된다. "저희 모임에서 좋은 일을 해보자고 시작하기는 했지만, 지역 다양한 업체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수익금이 크지 않았을 겁니다.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대구 소중대 반려견 모임은 100여명으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모임 관계자들은 이번 행사가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판매 부스와 조금 동 떨어진 공간에는 반려동물 행동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는 사단법인 동물권 한스에서 맡아줬다. 경주에 위치한 동물권 한스는 유기동물을 돕기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 동물을 구조하고, 교육해서 입양을 보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판매 부스와 조금 동 떨어진 공간에는 반려동물 행동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는 사단법인 동물권 한스에서 맡아줬다. 경주에 위치한 동물권 한스는 유기동물을 돕기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 동물을 구조하고, 교육해서 입양을 보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안쪽에는 비오비 애견미용학원 부스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 곳에는 바자회를 방문한 반려견들이 간단한 미용을 받고 있었다. 미용비는 견종에 상관 없이 5000원. 해당 수익금 또한 전액 기부된다. 비오비 애견미용학원 대표 문정원 씨는 "좋은 일 한다고 해서 왔습니다. 저희 미용기술이 기부에 보탬이 된다는데 당연히 와야죠" 문 씨는 평소에도 후원이나 봉사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1년에 한 번씩 학원에서 나온 성금을 기부하고 유기견 보호 센터로 미용봉사도 정기적으로 나가고 있다.

판매 부스와 조금 동 떨어진 공간에서는 반려동물 행동 교육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는 사단법인 동물권 한스에서 맡아줬다. 경주에 위치한 동물권 한스는 유기동물을 돕기 위한 사회적 기업으로 동물을 구조하고, 교육해서 입양을 보내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한스 대표 한국일 씨는 "오늘 이곳에 방문하는 반려동물들의 행동교정 교육을 맡고 있습니다. 일종의 재능기부라고 보시면 되겠네요" 재능기부는 한스 뿐만이 아니다.

동물병원 박순석 원장도 좋은 일에 기꺼이 동참했다고. 박 원장은 "간단한 토크쇼를 하러 왔습니다. 동물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다보니 안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잖아요. 제가 동물병원 의사이니 그런 긴급한 상황에도 도움이 될까 싶어 와봤죠. 좋은 일 한다는 데 기꺼이 참석해야죠"

지역에서 활동중인 대구고양이보호연대는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에 열심이다. 길고양이를 가엾이 여겨 밥을 주는 '캣맘'의 역할에서 더 나아간 활동이다.
지역에서 활동중인 대구고양이보호연대는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에 열심이다. 길고양이를 가엾이 여겨 밥을 주는 '캣맘'의 역할에서 더 나아간 활동이다.

◆천만 반려인 시대, 좋은일 하시려는 이유가 있나요?

'왜 좋은 일을 하려는 거죠?' 바자회를 둘러보는 내내 들었던 생각. 민폐만 안 끼치면 손가락질 받을 일 없는 천만 반려인 시대가 도래 했지 않는가. 하지만 이들은 입 모아 말했다. "반려동물 문화가 확산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사회의 한 변화잖아요. 그 변화들을 받아들여주는 기존 사회가 고맙기도 합니다. 세상에 당연한 게 어딨습니까. 그렇기에 새로운 사회 일원을 받아주는 사람들에게 반려인과 반려동물도 뭔가를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좋은 일을 해야 우리를 보는 시선들도 조금 더 개선되지 않을까요"

실제로 많은 분야에서 반려인과 반려동물들은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특히 반려인들은 올바른 반려동물 문화를 정립하기 위해 부던히 애쓰고 있다. 이들의 행동에는 어떤 보상도 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은 반려동물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시간을 내고, 돈을 쓰고, 마음을 기울인다.

지역에서 활동중인 대구고양이보호연대는 길고양이 개체수 조절에 열심이다. 길고양이 밥을 챙겨 주는 '캣맘'의 역할에서 더 나아간 활동이다. "길고양이 개채수가 늘어나며 밤 늦은시간 들리는 울음소리나 배설물 때문에 불편을 겪는 시민들이 많잖아요. 이런 갈등을 줄이고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포획해서 TNR(중성화수술)을 시켜줘 개채수 조절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펫티켓을 홍보하거나 유기견 입양을 독려하는 단체들도 여럿이다. 경북의 한 반려견 모임은 정기적으로 펫티켓 홍보에 나선다. 어느 날은 공원에서, 어느 날은 아파트 단지에서. 반려인으로서 반려인들에게 지켜야 할 것들을 알려주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국가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도 같이 나서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부 몰상식한 반려인들을 같이 손가락질 할게 아니라, 강아지 고양이를 잘~ 키우는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잘~ 키우는 법을 알려주면 더 좋지 않을까요. 100번 잘해도 1번 실수하면 큰일인 것처럼, 100명이 잘해도 1명이 못하면 그게 우리의 이미지가 되잖아요. 모든 반려인들이 지켜야 할 것들을 지키며 반려동물을 키우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시민의숲 일원에서 열린 반려견 놀이터 개장 축제에서 시민들과 반려견들이 플로깅(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 행사에 참여하기 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시민의숲 일원에서 열린 반려견 놀이터 개장 축제에서 시민들과 반려견들이 플로깅(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 행사에 참여하기 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반려동물 울타리를 넘어 비반려인, 즉 사회를 위해 애쓰는 영역까지도 관심 갖는 단체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구경북 한 산책 모임은 펫 플로깅에 열심이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반려동물 울타리를 넘어 비반려인, 즉 사회를 위해 애쓰는 영역까지도 관심 갖는 단체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구경북 한 산책 모임은 펫 플로깅에 열심이다.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쓰레기 줍고, 순찰 돌고…사회 위해 애쓰는 영역까지 확대

이런 노력들은 반려동물 내부의 울타리를 넘어 비반려인. 즉 사회를 위해 애쓰는 영역까지도 확대되고 있다. 대구경북 한 산책 모임은 펫 플로깅에 열심이다. 펫 플로깅은 반려인이 반려견과 산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활동인데, 아무대서나 대소변을 누고 나몰라라 하는 반려인의 모습을 변화하겠다는 취지다.

매주 목요일마다 펫 플로깅을 한다는 김 모씨는 "반려인구하면 민폐. 어느샌가 이런 꼬리표가 달라 붙더라고요. 그런 인식을 좀 바꿔보고 싶었어요. 우리 반려인과 반려견들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회의 도움되는 일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며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반려견이 주으면서 소리 치는거죠. '이 지구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기도 하지만 반려견들이 사는 곳이기도 해! 그러니 우리도 지구를 깨끗이 만들 의무가 있어'(웃음)" 라고 말했다.

반려동물 울타리를 넘어 비반려인, 즉 사회를 위해 애쓰는 영역까지도 관심 갖는 단체들이 많아지고 있다.반려견 순찰대는 어두컴컴한 골목을 돌며 사람들의 안전한 귀갓길을 위해 노력한다.
반려동물 울타리를 넘어 비반려인, 즉 사회를 위해 애쓰는 영역까지도 관심 갖는 단체들이 많아지고 있다.반려견 순찰대는 어두컴컴한 골목을 돌며 사람들의 안전한 귀갓길을 위해 노력한다.

기자가 몇 달 전 동행 취재를 했던 반려견 순찰대도 이와같은 선상에 있다. 반려견 순찰대는 어두컴컴한 골목을 돌며 사람들의 안전한 귀갓길을 위해 노력한다. 대구 첫 반려견 순찰대를 운영 중인 남구청년센터는 "이러한 활동들이 가져오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주민들의 어둡고 위험한 귀갓길이 반려견들 덕분에 안전해지잖아요. 견주에게만 이로움을 주던 반려견들이 사회를 위해 봉사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는 존재가 됐다는 점. 그야말로 사람과 반려견이 함께 사는 사회인거죠" 라고 말했다.

한 야산에서 분홍색 씨앗 주머니를 목에 매단 한 반려견이 3년 전 산불로 민둥산이 된 비탈면을 누비고 있다. 씨앗 주머니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 개들이 뛰어놀면 자연스레 산 구석구석에 씨앗이 뿌려지게 된다. 한국유기동물보호협회 제공
한 야산에서 분홍색 씨앗 주머니를 목에 매단 한 반려견이 3년 전 산불로 민둥산이 된 비탈면을 누비고 있다. 씨앗 주머니에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어 개들이 뛰어놀면 자연스레 산 구석구석에 씨앗이 뿌려지게 된다. 한국유기동물보호협회 제공

산불 피해 현장에 씨앗 주머니를 매달고 달리는 산타독(산을 타는 강아지들)도 있다. 이들은 산불로 황폐화된 산에 씨앗을 뿌리며 산림 복원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반려동물 이름으로 기부하는 '착한펫'이라는 프로그램은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반려인 덕분에 기부자가 된 반려동물들은 도움이 필요한 사회의 어두운 곳을 밝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반려동물에게는 '불청객'이라는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하지만 이들은 알게 모르게 사회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었다. '우리 반려동물들도 좋은 일 많이 하는데…' 댓글에 달렸던 대댓글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멍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