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흉물되는 무단방치 오토바이… 2달 동안 손 못대는 이유는?

입력 2024-05-06 15:02:12 수정 2024-05-07 10:55:24

연 1천건 가까운 민원, 조치하면 “왜 내 차 손대냐” 항의 받기도
민원 시 우선 견인조치하도록 조례 개정한 타 지자체 사례 눈길
전문가 "무료픽업서비스, 부품업자 알선 통해 경제 유인책 강구해야"

26일 대구 수성구의 한 골목길에 번호판이 제거된 이륜차가 방치돼있다. 이정훈 기자
26일 대구 수성구의 한 골목길에 번호판이 제거된 이륜차가 방치돼있다. 이정훈 기자

무단으로 방치돼 도로와 보도를 점거한 이륜차가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고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당국에서는 민원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견인은 불가능하다며 대응에 난색을 표하는 실정이다.

지난 5일 대구 수성구의 한 주택가 골목길. 먼지가 곳곳에 슬어있고, 안장도 검은 비닐봉지로 감싸져 있는 해당 이륜차는 며칠 째 이곳에 주차된 채 도로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곳 인근 식당에 배달을 받기 위해 종종 방문한다는 한 배달부는 방치된 오토바이로 배달 대기를 위한 공간이 적어졌고, 주행에도 방해가 된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대구시내 7개 구청에서만 무단방치 이륜차를 처리해달라는 민원은 총 958건 접수됐다. 특히 가장 많이 접수된 수성구에서는 지난 한 해 동안 216건이 접수됐고, 동구에서도 200건이 접수됐다.

민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음에도 지자체는 수백만원이 넘는 사유재산인 이륜차를 즉각적으로 견인할 수 없는 실정이다. 지자체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무단방치 접수가 된 이륜차에 대해서 견인예고장을 부착하고 1~2개월 동안 주인이 찾아가지 않을 경우에만 견인을 한다. 견인한 뒤에도 몇달 동안 보관한 뒤 그래도 주인에게 연락이 오지 않을 경우 폐차가 이뤄지는 식이다.

대구 서구의 한 이륜차 보관소에 놓인 견인된 오토바이. 서구청 제공
대구 서구의 한 이륜차 보관소에 놓인 견인된 오토바이. 서구청 제공

규정에 따라 견인했음에도 역으로 민원 제기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점도 적극적인 조치를 망설이게 만드는 이유다. 중고거래가 활발한 이륜차 특성상 실소유주와 법적 소유주가 다른 경우가 많은데, 견인안내를 법적 소유주에게만 해 이륜차를 실제로 소유한 이로부터 민원을 받은 경우도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현장 공무원들은 불필요한 민원을 피하기 위해 무단방치된 이륜차라 하더라도 한 눈에 봐도 낡아 보이거나, 번호판이 떨어져 있는 등 소유주가 불확실한 차량 위주로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륜차 무단방치가 이어지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비싼 수리비와, 폐차를 해도 거의 받지 못하는 점이 꼽힌다. 이륜차 소유주 입장에서는 간단하게 도로에 버리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에 대부분 길에 버린다는 설명이다. 달서구의 한 폐차장 운영자는 "이륜차 폐차 신청은 거의 없다. 경차만 해도 폐차를 하면 30만원 정도를 받아갈 수 있지만, 이륜차는 거의 받아갈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부 지자체는 반복되는 민원에 신속하게 견인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기도 했다. 일례로 부산 북구에서는 지난 2021년부터 무단방치 이륜차 민원이 접수되면 즉시 보관소로 이동시키고 현장에는 안내장 남기는 방식을 채택했다.

전문가들은 무단방치의 가장 큰 원인이 경제적인 이유라는 점을 지적하며 '무단방치가 더 경제적'이라는 사고방식을 깨도록 관이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인기 대구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이륜차 운전자 입장에서는 고장난 이륜차를 자기 돈을 들여 버리기 아까운 경우가 많아 그냥 도로 한 켠에 무단으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차체고장으로 이동이 곤란한 폐기 희망자들에게는 지자체가 무료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또 부품취급업자나 폐차업자 등을 알선해주는 것이 무단방치를 막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