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당 200만원" "과하다"…개 보상비 兆 단위 달할 듯

입력 2024-05-06 14:38:12 수정 2024-05-06 18:07:11

개식용 종식에 막대한 비용, 남은 육견 처분책임도 문제
개식용 종식 비용, 가정따라 천차만별
협회 “개 한 마리 당 200만원” 정부 “과도한 요구”

6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 보신탕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6일 대구 북구 칠성시장 보신탕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개식용 종식'이 안착하는 과정에서 투입되는 지원금 등 사회적 비용은 조 단위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와 육견협회는 지원금 액수를 두고 충돌한 데 이어 종식 이후 남은 육견들의 처분 책임까지 서로에게 전가하는 분위기다.

5일 대한육견협회에 따르면 협회와 정부는 모두 개식용 종식 과정에 투입될 비용 대부분은 개 사육 농장주들이 소유한 개에 관한 지원금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장 지원 비용에서 개식용 종식에 관한 사회적 비용 규모가 판가름 나는 셈이다. 정부는 지원금을 과도하게 지급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반면, 육견협회는 생존권 보장을 위해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협회는 정부에 논의 초기부터 지금까지 '개 1마리당 200만원 지원'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 개 1마리당 연간 40만원가량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므로, 전‧폐업으로 인한 5년간의 손실 비용을 고려해 200만원을 지원해 달라는 주장이다.

지난 2월 법안 공포 당시 협회는 전국 개 사육 농장주들이 소유한 육견이 200만마리에 달한다는 내부 추정치를 공개한 바 있다. 협회 추정치에 따라 단순 계산하면 지원금이 4조원을 넘기게 되는 셈이어서 개식용 종식에 과도한 비용이 들어갈 수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다만 최근 협회는 소속 농가가 보유한 개 마릿수를 40~50만 마리로 정정했다. 당초 정부가 추산했던 52만마리와 비슷한 수치다. 해당 추정치로 계산하면 지원 비용은 대략 8천억에서 1조400억 사이로 예측된다. 여기에 다른 업종 지원 비용까지 포함하면 총 비용이 여전히 조 단위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는 협회가 요구하는 지원 비용이 너무 과도한데다, 개의 마릿수로 지원 비용을 산정하는 방식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협회 또한 지원 비용에 관해서는 물러서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면서, 향후 협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주영봉 대한육견협회장은 "우리도 현실적으로 마리당 200만원을 다 지원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우리 입장에선 지원 비용이 평생 해온 생업을 접는 대가다. 최소한의 생활 보장을 위한 비용은 받아야 하니 양보는 어렵다"고 말했다.

동물권 단체를 중심으로는 개식용 종식 이후 남아있을 육견들의 처분 방법을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물권 단체들은 최악의 경우 종식 이후인 2027년 2월까지도 육견 수십만 마리가 남아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동물권 단체 간부는 "그렇게 많은 개들 중 민간‧해외 입양이나 시설보호 등으로 구조할 수 있는 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현실적으로 안락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정부에서 관련 대책을 발표하고, 농장주들이 최대한 번식을 억제하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육견협회 측은 종식 이후 남는 육견 수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겠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개식용종식법 통과의 여파로 개고기 소비가 빠르게 줄고 있는 데다, 지자체들이 동물권 단체의 민원에 따라 합법적인 도살‧출하조차 막는 현장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업자들 사이에선 차라리 종식 이후 개농장들을 육견 보호소로 전환하고, 정부가 유지 관리비를 지원하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막대한 비용을 수반하는 해당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고, 원칙적으로 종식 이후 남은 육견들의 처분 책임은 업자들에게 있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 정부와 개식용 업자들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 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온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식용 종식도 일종의 시대적 흐름에 따른 산업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그 과정에 놓인 지역사회 구성원들은 지자체의 보호 대상"이라며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정부 정책의 시간차를 보완하고, 지역 사회 논의를 중재해 나갸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