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투성이 집에서 못 살아”…신축 아파트 입주민들, 준공 승인 반대

입력 2024-05-05 15:38:55 수정 2024-05-08 15:16:26

924가구 규모 북구 고성동 대구오페라스위첸
지하주차장에는 건축자재, 집안에는 현관문·변기 없는 곳도
지난달 25일 집수정 설계 문제로 준공승인 반려
지난달 30일 임시사용은 승인, 북구청 "입주예정자 이사 위해"

입주예정자가 촬영한 대구 오페라스위첸 내부 모습. 이곳은 북구청의 임시사용 승인을 받고 지난달 30일 입주가 시작됐다. 대구북구청 새올민원창구
입주예정자가 촬영한 대구 오페라스위첸 내부 모습. 이곳은 북구청의 임시사용 승인을 받고 지난달 30일 입주가 시작됐다. 대구북구청 새올민원창구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하자가 발생했는데도 임시사용 승인이 이뤄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입주민들은 준공 승인을 반대하고 나선 가운데, 구청에선 중대한 하자가 없어 입주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북구청 등에 따르면 최근 북구 고성동 오페라 스위첸(924가구)의 임시 사용 승인과 준공 승인을 반대하는 입주민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 동안 국민신문고와 대구시청, 북구청 등에 온라인으로 제기된 항의 민원은 533건에 달한다.

이들은 시공사가 하자를 보수하지 않으면 입주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입주민 A씨는 "사전점검 당시 지하 주차장에 자재가 널브러져 있고 현관문과 변기가 설치되지 않는 등 하자가 있었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임시 사용 승인이 났다"며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준공 승인이 나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오페라 스위첸은 하자 문제로 시정을 요구받아 준공 승인이 반려됐다. 지난달 25일 북구청이 현장 감독 중 아파트 외부로 나가는 빗물과 오수를 받는 집수정이 내리는 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좁게 설계됐다는 사실을 적발했다. 북구청은 '보완' 명령을 내렸고, 이에 따라 지난달 29일 시공사가 신청한 준공 승인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북구청은 준공 승인을 거부한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해당 단지의 임시 사용을 승인했다. 집수정을 제외하고는 중대한 하자가 발견되지 않아 더 이상 입주가 늦어지지 않도록 사용 허가를 내렸다는 것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변기나 현관문 등 하자는 곧바로 시정 가능한 것으로 판단했고, 입주 예정자들의 이사를 위해 임시 사용 승인이 필요했다"며 "준공 승인은 시공사가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다시 신청해야 하는 것으로, 시기 등은 모두 시공사에 달린 문제"라고 설명했다.

시공사는 입주민들이 요구하는 부분을 시정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시공사 관계자는 "요청 받은 사안을 최대한 빠르게 해결하려 애쓰고 있다. 반영 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준공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고 했다.

입주민들은 요구사항이 제대로 반영될 지 계속 감독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곳 아파트 단지 입주민 대표 B씨는 "지적한 세대 내부 하자가 입주 당일까지 해결되지 않으면 준공 승인을 반대하는 행동에 나설 예정"이라며 "공용 이용 공간과 세대 내부 중대 하자가 있는지도 추가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고성동 대구오페라스위첸 아파트 단지 외부 전경. 윤수진 기자
고성동 대구오페라스위첸 아파트 단지 외부 전경. 윤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