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의사는 공인" 발언에 임현택 "돼지발정제로 성범죄 가담한 사람이"

입력 2024-05-04 10:29:53 수정 2024-05-04 14:27:48

홍준표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2005) 책 표지. 매일신문DB
홍준표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2005) 책 표지. 매일신문DB

홍준표 대구시장이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집단행동 중인 의사들을 향해 '공인'이라며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홍준표 시장의 자서전(나 돌아가고 싶다)에 수록돼 논란이 됐던 일화를 언급하며 공세에 나섰다.

사실 홍준표 시장은 그간 익숙하게 받고 또 응수해온 공격인데, 이에 온라인 상 두 사람 간 설전 구도가 형성될지 관심이 향하고 있다.

▶우선 홍준표 시장은 지난 3일 오후 5시 11분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의료대란은 이제 그만 타협했으면 한다"면서 "(여론조사에서)국민 80%가 의대 증원을 찬성하는데, 유독 의사분들만 집요하게 증원 반대를 하면서 아예 공론의 장에 들어오는 것 조차 거부하고 있는 것은 의사될 때 하는 히포크라테스 선서와도 맞지 않는다"고, 또 "의사는 개인도 아니고 투사도 아니고 공인이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한 파업은 아무리 생각해도 과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홍준표 대구시장 페이스북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페이스북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 페이스북

▶그러자 임현택 회장은 이튿날인 4일 오전 10시 1분쯤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돼지 발정제로 성범죄에 가담한 사람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고 시장을 하는 것도 기가 찰 노릇"이라고 홍준표 시장을 간접적으로 지칭했다.

이어 앞선 '의사는 공인' 및 '히포크라테스 선서' 발언과 관련해 "세금 한푼 안 깎아주는 의사들에게 공인 운운하고 히포크라테스선서 운운한다"면서 "그러니 정치를 수십년 하고도 주변에 따르는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홍준표 시장의 정치 인생 자체를 평가했다.

더 나아가 임현택 회장은 일명 '돼지 발정제 논란'이 촉발됐던 홍준표 시장이 2005년에 펴낸 자서전 '나 돌아가고 싶다'의 '돼지 흥분제 이야기' 전문도 올렸다.

다음과 같다.

돼지 흥분제 이야기

대학 1학년 때 고려대학교 앞 하숙집에서 일이다.

하숙집 룸메이트는 지방 명문 고등학교를 나온 S대 상과대학 1학년생이었는데, 이 친구는 그 지방 명문 여고를 나온, 같은 대학 가정학과에 다니는 여학생을 지독하게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여학생은 이 친구에게 마음을 주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10월 유신이 나기 얼마 전, 그 친구는 무슨 결심이 섰는지 우리에게 물어왔다. 곧 가정학과와 인천 월미도에 야유회를 가는데, 이번에 꼭 그 여학생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하숙집 동료들에게 흥분제를 구해 달라는 것이었다. 우리 하숙집 동료들은 궁리 끝에 흥분제를 구해 주기로 하였다.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고, 비장한 심정으로 출정한 그는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밤 12시가 돼 돌아온 그는, 오자마자 울고불고 난리였다. 얼굴은 할퀸 자욱으로 엉망이 돼 있었고, 와이셔츠는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사연을 들어보니 그 흥분제가 엉터리라는 것이었다.

월미도 야유회가 끝나고 그 여학생을 생맥주 집에 데려가 그 여학생 몰래 생맥주에 흥분제를 타고 먹이는데 성공, 쓰러진 여학생을 여관까지 데리고 갔지만, 막상 옷을 벗기려고 하니 깨어나서 할퀴고 물어뜯어 실패했다는 것이다. 만약 그 흥분제가 진짜였다면 실패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친구의 주장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럴 리가 없다. 그것은 시골에서 돼지 교배를 시킬 때 먹이는 흥분제인데, 사람에게도 듣는다고 하더라. 돼지를 교배시킬 때 쓰긴 하지만 사람도 흥분한다고 들었는데 안 듣던가?"

그래서 우리는 흥분제를 구해온 하숙집 동료로부터 "그 흥분제는 돼지 수컷에만 해당되는 것이지, 암퇘지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말을 나중에 듣게 되었다. 장난삼아 듣지도 않는 흥분제를 구해준 것이다. 그런데 그 친구는 술에 취해 쓰러진 것을 흥분제 작용으로 쓰러진 것으로 오해를 한 것이다. 그 친구는 그 후 그 여학생과 어떻게 되었는지 나는 모른다.

다시 돌아가면 절대 그런 일에 가담하지 않을 것이다. 장난삼아 한 일이지만, 그것이 얼마나 큰 잘못인지 검사가 된 후 비로소 알았다.

▶자서전에 실린 이 글을 바탕으로 자신에 대한 공격이 꾸준히 이어지자 홍준표 시장은 수차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히 글 내용을 왜곡해 자신을 '성범죄 공모자'로 언급한 등의 경우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2017년 4월 22일 페이스북 글
홍준표 대구시장 2017년 4월 22일 페이스북 글

홍준표 시장은 19대 대선(2017년 5월 9일) 자유한국당 후보 시기였던 2017년 4월 22일 오전 7시 32분쯤 페이스북을 통해 "제 나이 50세가 되던 해인 2005년에 어릴적부터 그때까지 잘못했던 일에 대한 반성문으로 '나 돌아가고 싶다'라는 자서전을 쓴 일이 있다. 30여 개 반성문 중에서 18세 때 대학교 1학년 시절 S대생들만 하숙하던 홍릉에서 같이 하숙할때 있었던 에피소드를 쓰면서 돼지 발정제 이야기를 쓴 일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책의 내용과는 다소 다른 점은 있지만 그걸 알고도 말리지 않고 묵과한 것은 크나큰 잘못이기에 그 당시 크게 반성하면서 그 잘못에 대해 반성한 일이 있다. 45년 전의 잘못이다.이미 12년 전에 스스로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 일이 있다.이제와서 공개된 자서전 내용을 다시 재론하는 것을 보니 저에 대해서는 검증할 것이 없기는 없나 보다. 어릴 때 저질렀던 잘못이고 스스로 고백했다. 이제 그만 용서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2018년 10월 20일 페이스북 글
홍준표 대구시장 2018년 10월 20일 페이스북 글

또 대선 패배 후 자유한국당 대표(2017년 7월 3일 선출)를 맡았다가 다시 7회 지방선거(2018년 6월 13일)에서 참패한 후 미국으로 출국(2018년 7월)했으나 불과 2개월여 만에 귀국(2018년 9월)한 직후였던 2018년 10월 20일 오후 9시 38분쯤에도 당시 해당 일화가 거론되자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가담한 것을 참회한다고 쓴 것은 사전에 공모했다는 뜻이 아니라 듣고도 말리지 않았고 그렇다면 그것은 소극적인 방조가 된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법률적으로는 말릴 의무가 없어 죄가 되지 않지만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된다. 그래서 내 참회록에 넣은 것"이라고 한 바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 2022년 5월 8일 페이스북 글
홍준표 대구시장 2022년 5월 8일 페이스북 글

이어 8회 지방선거(2022년 6월 1일) 대구시장 국민의힘 후보 시기였던 2022년 5월 8일 오전 7시 52분쯤 쓴 페이스북 글에선 "좌파들이 음해수단으로 저를 공격하는 발정제 문제"라고 규정하면서 "같이 하숙하던 S대생들의 사건을 에피소드로 쓴 것을 마치 제가 한 것으로 지난 탄핵 대선 때 좌파들이 드루킹을 중심으로 거짓 소문을 냈다. 그걸 아직도 음해 수단으로 공격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하기도 했다.

즉, 각종 선거 후보 시기 등 정치 인생에서 주목 받는 시기면 홍준표 시장을 향해 해당 책 내용이 공격 도구가 됐고, 홍준표 시장은 반박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홍준표 시장에게 '발정 홍준표' '홍발정' 등 멸칭이 붙기도 했다.

이어 임현택 회장의 이번 페이스북 글에 대해서도 입장을 표명할 지 시선이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