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법 불발…정쟁에 빠진 21대 국회, TK 현안 법안 다수도 폐기 전망

입력 2024-05-02 17:13:05 수정 2024-05-02 21:08:49

경북 북부권 의대 신설법·지방투자촉진 특별법 등 폐기 임박
6·25 참전 소년소녀병 명예선양법·수성못 무상양여법 등도 같은 운명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 등 의원들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 계단에서 피켓을 들고서 '채상병 특검법'을 단독 처리한 야당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 등 의원들이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앞 계단에서 피켓을 들고서 '채상병 특검법'을 단독 처리한 야당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상정을 두고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오른쪽),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운데)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상정을 두고 김진표 국회의장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오른쪽),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운데)가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21대 국회가 마지막 임시회 일정을 소화하고 있지만 각종 시급한 민생·필수 법안은 뒤로 미룬 채 정쟁 법안만 주목받고 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 등 대구경북(TK) 지역과 밀접한 현안 법안들은 이달 29일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이달 28일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거대야당이 추진 중인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이 걸려 있어 민생 법안들이 제대로 주목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2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었지만 TK 최대 현안 법안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은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모두 발언에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을 처리하기로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가 됐음에도 해당 상임위에서 민주당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오늘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가 되지 않게 돼 대단히 아쉽다"고 했다.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소관 상임위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인데 일부 민주당 의원이 법안 처리에 비협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은 통상 소관 상임위,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차기 본회의까지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못하면 21대 국회 내내 논의했던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임기만료로 폐기된다.

그나마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여야 간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지만 5월 마지막 임시회에서 거론조차 되지 않는 TK 현안 법안들도 다수 있다.

의료 사각지대인 경북 북부권 의대 신설 근거가 담긴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치법은 최근 의대 증원 논의로 처리의 적기를 맞았지만 상임위에 계류된 상태다. 의·정 간 논의가 기존 의대 증원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 신설을 얘기할 여건이 마련되지 못했다.

법안을 대표발의했던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안동예천)은 22대 국회에서 다시 법안을 발의할 작정이다.

지방에 대한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기회발전특구에 각종 조세 특례를 줄 근거가 담긴 '지방투자촉진 특별법' 역시 소관 상임위를 통과하고도 본회의 문턱에 닿지 못하고 있다.

6·25 전쟁 당시 병역의무 대상 연령이 아님에도 참전해 희생한 소년소녀병과 그 유족을 예우하기 위한 '6·25전쟁 참전 소년소녀병 명예선양에 관한 법률안' 역시 상임위 내 이견이 상당수 조율됐지만 지난해 6월 이후로 심사가 중단된 채 폐기를 앞두고 있다.

소년소녀병은 주로 낙동강 방어 전투에 집중 투입된 만큼 희생자, 유족 등에는 TK 출신이 적잖다.

대구시민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수성못을 좀 더 지역 특색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는 근거가 담긴 '한국농어촌공사 및 농지관리기금법 일부개정법률안' 역시 폐기될 처지다.

수성구을을 지역구로 둔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10월 대표발의했지만 이듬해 2월 소관 상임위에 회부된 뒤 추가 심사 대상에 오르지 못했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21대 국회는 임기 중간 정권 교체로 여소야대 국면이 전개돼 민생 법안보다 정쟁 법안 처리에 힘을 쏟았다. TK신공항 특별법, 달빛철도특별법 등 일부 성과도 있었지만 다수 지역 현안 법안들이 빛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해묵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법안들은 이번에 폐기되더라도 22대 국회 당선인들이 잊지 않고 챙겨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