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진 독립큐레이터
2024년은 미술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 결정적인 사조이자 운동인 '인상주의(Impressionism)'의 150주년이 되는 해다. 실제로 프랑스의 가장 큰 문화 및 관광지원인 인상주의 예술가들의 작품은 많은 이들의 직접 보고 싶은 위시리스트 작품이자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들어보고 살펴봤을 만한 말 그대로 미술계의 필수 코스다. 그리고 인상주의가 없었다면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지라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동시대 미술들도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기에 미술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조라고 이야기함에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인상주의가 세상에 등장했을 때부터 대단한 대접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1863년 프랑스 정부와 아카데미가 후원하는 연례 미술 전시회인 살롱전에는 5천점 이상의 작품이 접수됐다. 당시 살롱전에 선정되는 것은 훌륭한 경력이 되어 작가로서 이름도 알리고 돈도 벌 수 있는 기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상주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 카미유 피사로(Camille Pissarro),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등의 작품은 혹평받았으며, 심지어 그들의 새로운 시도를 보고 심사위원들을 인상주의자들을 미치광이 집단이라고까지 불렀다고 한다.
'인상주의'라는 명칭 또한 처음에는 비난과 조롱의 의미로 쓰였다. 1874년, 새벽 항구에서 받은 인상을 표현한 모네의 '인상, 해돋이' 제목을 딴 '인상파 전시회'가 열렸다. 당시 인상주의 예술가들은 빛과 자연이 만들어내는 순간적인 인상을 표현하는 작품들을 선보였다. 그들이 사용한 색채의 밝고 강렬한 대비, 짧고 빠른 필치의 사용, 형식과 구도에 대한 무시 등을 본 당시 비평가들은 이전의 미술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에 이들을 비난하고 조롱하고자 '인상주의자'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 용어를 사용해서 인상주의 작품들을 쓸모없는 것으로 비난했고, 그들의 예술적 표현을 허술하고 어리석은 것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그들의 노력과 예술에 대한 열정이 인정받기 시작함에 따라 결국 인상주의는 예술의 주요 흐름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됐고, 그들의 작품은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는 물론 미술의 주류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게다가 동시대를 포함하여 후대의 예술가들에게도 큰 영감을 주고 있다.
초반에는 그들도 자신들을 향한 조롱과 비판들로 힘든 시기를 보냈을 것이다. 그리고 대세를 따랐어야 했나, 혹은 이것이 맞는 것일까 등 자신들의 방향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버티고 연구하고 발전시킨 결과, 15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전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거장들의 역사가 됐다.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지만, 결국 이들은 미술관에서도 미술시장에서도, 그리고 미술사에서도 모두를 열광하게 했고, 이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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