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미 디자이너의 세계 명품 이야기] 젠다야, 비욘세, 미셀 오바마가 좋아하는 '알렉산더 맥퀸'

입력 2024-05-01 14:16:02 수정 2024-05-01 18:50:54

16세때 학교 중퇴 재단법 배워…정교한 재단, 훗날 브랜드 근본
엉덩이 겨우 걸친 로우라이즈 진…'범스터'로 논란과 유명세 치러
연이은 파격·혁신적 컬렉션 주목…패션 산업 공로 인정 훈장 수훈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맥퀸 애용…사후에도 수많은 셀럽에 큰 인기

알렉산더 맥퀸 SS24 컬렉션
알렉산더 맥퀸 SS24 컬렉션

◆ 천재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

패션계의 엄청난 영향력을 끼친 패션디자이너 리 알렉산더 맥퀸(Lee Alexander McQueen)은 1969년 3월 17일, 영국 런던 남동부에 위치한 루이셤에서 태어났다. 택시 운전을 하시는 아버지와 사회학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가족과 친구들은 그를 리(Lee)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어려서부터 새들의 움직임에 많은 관심을 가지며 유년 조류학회 회원으로 가입했으며 패션화보를 오려 침실을 도배할 만큼 패션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섬세한 감성과 내적 정체성의 혼란으로 또래의 친구들과 잦은 마찰을 빚어 결국 1985년 열여섯 나이에 학교를 중퇴했다.

알렉산더 맥퀸
알렉산더 맥퀸

학교를 그만둔 맥퀸은 런던 고급 남성복 맞춤 슈트의 역사적 중심지인 새빌 로(Savile Row) 거리로 향했다. 1906년에 창립한 앤더슨&셰퍼드의 견습생으로 입문하여 당시 찰스 황태자의 재단을 담당하며 엄격하기로 소문난 재단사 코넬리우스 캘러핸에게 재단법을 배웠다.

이후 1771년 군인 모자제조로 시작하여 영국왕립 해군의 의장을 담당했던 기브스&호크스를 거처 연극 의상 제작사인 엔젤스&버먼스에 합류하면서 뮤지컬 레미제라블 의상 제작에 참여,훗날 그의 패션쇼 무대에 나타난 예술적 퍼포먼스는 이곳에서 배운 연극적 성향 때문이라 생각된다. 새빌 로에서 경험한 엄격하고 정교한 테일러링은 훗날 맥퀸 디자인의 근본이 되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런던에서 활동한 일본인 디자이너 코지 타츠노(Koji Tatsuno)의 문하에서 일하며 일본 수공예 자수 장식과 전통 복식인 기모노에 매료, 구조적인 서양복식의 재단법과 달리 일본식 오리가미(종이접기) 기법과 한 장의 평면 직물에서 표현되는 아방가르드 룩은 그에게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밀라노로 건너가 이탈리아 출신의 로메오 질리(Romeo Gigli)의 패턴사로 함께 작업했다.

이미 능숙한 재단사였던 그는 런던으로 돌아와 센트럴 세인마틴 석사과정에 등록하고 패션 디자이너가 되는 과정을 배우며 런던의 역사와 세계적인 박물관의 소장품들, 영국의 문화 예술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맥퀸과 이사벨라 블로
맥퀸과 이사벨라 블로

◆ 패션계의 악동, 그의 예술 세계와 죽음

1992년 자신의 레이블을 론칭한 맥퀸은 대학원 졸업 작품전에서 연쇄 살인마 '잭 리퍼'를 콘셉으로 제작한 의상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넣은 레이블과 소재로 혼용하여 신선한 충격과 큰 관심을 받았으며 영국판 <보그>의 전 편집장이자 패션 스타일리스트 이사벨라 블로(Isabella Blow)의 눈에 띄어 그녀는 맥퀸의 졸업 작품 전체를 구입하며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블로는 영국의 귀족적인 스타일 연출의 대가로 맥퀸의 친구이자 스승이 되어 젊은 천재 디자이너가 패션업계에 자리를 잡고 그의 재능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패션계의 주요 인사들에게 소개하며 교두보를 마련해 주었다.

맥퀸의 1993년 A/W 컬렉션 '범스터' 로우라이즈 진
맥퀸의 1993년 A/W 컬렉션 '범스터' 로우라이즈 진

머리카락을 묶은 시그니처 라벨
머리카락을 묶은 시그니처 라벨

1993년 컬렉션에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영화에서 영감을 받은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주제의 컬렉션에서 세계 패션계를 당황시켰는데 구멍 난 레이스의 시스루 드레스와 엉덩이에 겨우 걸친 듯한 로우라이즈 진(Low-rise Jeans) '범스터'를 선보이며 큰 논란을 일으켰지만 이 컬렉션으로 맥퀸은 유명세를 치르게 되었다.

1995년 A/W '고원의 강간(Highland Rape)'의 주제로 18세기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를 대상으로 행하였던 사건을 패션으로 재현하였고 스코틀랜드의 상징인 타탄체크 투피스와 얼룩지고 찢어진 드레스, 모델의 가슴을 훤히 드러낸 상의 재킷 등 혁신적인 컬렉션을 선보였다.

미니 주얼 사첼백
미니 주얼 사첼백

파격적인 컬렉션으로 주목을 받은 맥퀸은 세계 최대 명품 그룹(LVMH) 아르노 회장의 제안으로 존 갈리아노의 뒤를 이어 그의 나이 스물일곱에 지방시 하우스의 수석 디자이너로 임명되었다. 파리지엥 스타일의 고급스러운 여성미를 고집하던 지방시 하우스는 맥퀸의 실험적인 스타일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관계에 균열이 생겨 2001년 3월 지방시를 떠났다.

맥퀸의 지방시 컬렉션
맥퀸의 지방시 컬렉션

맥퀸은 지방시 하우스에서 경험한 고도의 숙련된 기술들은 의상제작에 큰 배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2000년 12월 구찌그룹(현, 케어링)이 맥퀸의 지분 51%를 인수했으며 브랜드를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며 남성복, 액세서리, 향수, 안경, 운동화 라인으로 확장했다.

그는 4회에 걸쳐(1996, 1997, 2001, 2003년) 올해의 영국 패션디자이너협회(BFA)상, 2003년에는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CFDA)상, 같은 해 패션 산업에 공로를 인정하는 대영 제국 훈장(CBE)을 수훈하는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레드 드레스를 입고 원을 그린 불 고리 안의 모델과 로봇 스프레이로 페인팅 드레스의 퍼포먼스와 케이트 모스(Kate Moss)의 홀로그램 등 매 시즌 파격적인 컬렉션으로 주목을 받던 맥퀸에게 2007년 5월 그의 뮤즈이자 친구였던 이사벨라 블로의 사망소식으로 슬픔에 빠져 그녀를 위한 헌정 컬렉션을 진행했다.

맥퀸은 패션을 통해 사회적 문제점과 기후변화, 환경문제 그리고 사람들의 상처와 감정에 대한 질문과 답으로 자신의 컬렉션을 보여주었다. 불안정한 자신의 감성을 패션으로 표현한 맥퀸은 2010년 2월 어머니의 사망 소식에 큰 충격과 우울로 어머니의 장례식 전날 런던 자택에서 40세의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맥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션 맥기르의 24년 A/W 첫 데뷔 컬렉션
맥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션 맥기르의 24년 A/W 첫 데뷔 컬렉션

◆ 맥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2010년 2월, 맥퀸의 사후 브랜드의 향방이 불투명한 가운데, 구찌그룹(현, 케어링)에서 브랜드를 유지해 갈 것이라는 의사와 함께 맥퀸의 오른팔이었던 사라버튼(Sarah Burton)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했다. 맥퀸의 죽음으로 마무리하지 못했던 80% 완성작품 중 16 착장으로만 2010 F/W 컬렉션을 마무리하였다.

그녀는 알렉산더 맥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재직하는 동안 수많은 스타일들을 선보이고 맥퀸의 유산을 기리며 행보를 이어 갔으나 2023년 그동안의 긴 세월을 뒤로하고 또 다른 길을 가기 위해 2024 S/S 패션쇼를 마지막으로 알렉산더 맥퀸을 떠나기로 했다.

사라 버튼의 후임으로 션 맥기르가 임명되었다. 그는 센트럴 세인마틴 패션 석사를 졸업 후 버버리를 시작으로 드리스 반 노튼, JW 앤더슨을 거친 화려한 경력의 디자이너이다. 그의 첫 컬렉션 2024 A/W에서는 소재에 대한 다양한 연구와 날카로운 테일러링, 과감한 스타일의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으며 수많은 셀럽들의 공식석상 룩으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알렉산더 맥퀸의 셀럽들(젠다야, 비욘세, 미셀 오바마,케이트 블란쳇, 티모시 샬라메 (왼쪽부터)
알렉산더 맥퀸의 셀럽들(젠다야, 비욘세, 미셀 오바마,케이트 블란쳇, 티모시 샬라메 (왼쪽부터)

신라호텔 이부진사장의 알렉산더 맥퀸 의상
신라호텔 이부진사장의 알렉산더 맥퀸 의상

◆ 맥퀸의 셀럽들

사라 버튼은 맥퀸의 쿠튀르 비전을 이어가면서 유연한 테일러링과 자수디테일 등 그녀만의 시그니처를 각인시켰으며 2011년 4월 29일, 영국 왕세자비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에서 웨딩드레스와 파티드레스를 디자인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해 11월, 영국 패션협회에서 올해의 패션 디자이너로 선정되었으며, 다음 해에는 대영 제국 훈장 (OBE)을 받았다.

이후에도 2019년 6월 미국 패션디자이너협회(CFDA)상과 11월에는 영국 패션협회(BFC)상과 2023년 영국 패션협회(BFC) 패션 어워드에서 '특별공로상'을 수상했다.사라 버튼의 작품은 많은 셀럽들에게 의심할 여지없이 인정받았으며 젠다야, 레이디 가가, 비욘세, 니콜 키드먼, 티모시 샬라메 등 수많은 스타들의 공식석상에서 선보였다.

우리나라에서도 호텔신라의 이부진 사장이 주주총회 때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착용한 의상이 알렉산더 맥퀸의 제품으로 평소 맥퀸 브랜드의 매니아로 알려져 있다.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박연미 디자이너 명장,디모먼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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