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원대 선거 '이철규 불가론' 거세지자 일정 전격 연기

입력 2024-04-30 18:36:04 수정 2024-04-30 21:08:48

'이철규 추대론' 기정사실 분위기서 반대 목소리 잇따라…3일→9일로
홍준표, "패장 내세워 또 한 번 망쳐야 되겠나" 직격 하기도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25일 영입인재 낙천자들과 조찬모임을 하기 위해 여의도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왼쪽은 조정훈 의원.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25일 영입인재 낙천자들과 조찬모임을 하기 위해 여의도 한 식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왼쪽은 조정훈 의원. 연합뉴스

친윤(친윤석열)계 이철규 의원 '추대론'으로 기울던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전이 '불가론' 목소리의 다수 돌출로 숨고르기 하는 모양새다. 애초 예정된 선거일을 앞두고 공식 출마 선언을 하는 후보가 나오지 않자 일정을 연기하는 등 추가 여론 수렴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30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5월 3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출일을 같은 달 9일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양수 원내대표 선출선거관리위원장은 변경 사유로 "지난 29일 당선자 총회에서 후보 정견과 철학을 알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초선 당선인들을 중심으로 선거관리위원회에 같은 요청이 다수 있어 선관위는 금일(30일) 회의를 개최해 만장일치 의견으로 후보등록일과 선거운동기간을 변경 및 연장하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원내대표 선거 출마자는 5월 5일 후보자 접수를 하고, 직후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당이 표면적으론 '후보 정견과 철학을 알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달라'는 점을 연기 이유로 꼽았지만 그 배경엔 점차 커지는 '이철규 불가론'을 의식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내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새 원내대표로 친명(친이재명)계 박찬대 의원 추대로 기운 만큼 여소야대(與小野大) 국면을 고려할 때 대통령실과 소통이 잘 되는 이 의원이 적임자란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22대 국회 초반 원(院) 구성, 각종 특검과 특별법 대응 등 풀어야 할 복잡한 과제가 많은 상황에서 신임 원내대표는 대통령실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는 기류도 적잖았다. 4선 김도읍 의원 등 주요 후보군이 불출마를 잇따라 선언하면서 이 의원 추대가 기정사실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파열음도 커졌다. 4·10 총선 과정에서 공천관리위원, 인재영입위원장을 맡는 등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이 의원이 참패에도 불구하고 원내대표를 맡는 건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이날 "자숙도 모자랄 판에 무슨 낯으로 원내대표설인가. 그렇게 민심을 읽지 못하고 몰염치하니 총선에 대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패장(敗將)을 내세워 또 한 번 망쳐야 되겠나?"라며 이 의원 원내대표 추대설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당내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면서 일각에선 원내대표 선거 연기 가능성도 제기됐고 결국 현실화 됐다. 앞서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내일(5월 1일) 등록일인데 등록하는 사람이 없다면 미룰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철규 불가론' 목소리가 커지자 당 지도부도 일정을 강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이 의원이 불출마할지, 수도권 중진 등 다른 후보가 등장할지, 친윤 후보가 결국 낙점받을지 등 선거 판세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