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순 시인의 남편 고(故) 홍사준 씨
당신이 있는 그곳도 봄꽃이 많이 피었겠지요? 이곳 당신 서재 방 앞에도 봄꽃이 환하게 만개했습니다. 그저 꽃만 보면 저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는데 창 쪽에 걸린 당신 사진을 보고 난 후 꽃들을 보면 너무나 슬프고 우울하여 눈물이 두 볼을 타고 내려옵니다.
저 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릴 즈음부터는 언제나 커튼을 열어 젖혀놓고 봄이 시작되는 꽃들을 보면서 늘 기분 좋아했던 모습이 그립고 생각이 납니다.
당신과 헤어진 지도 벌써 2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흔히들 세월은 약이라고 하지만 특히 좋은 일이나 마음이 무거운 날은 더더욱 당신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당신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그곳에서 지낼까?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 세상을 아쉬워하지는 않을까? 그리고 남은 우리 가족들을 걱정하지는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궁여지책으로 다 마음을 내려놓고 가슴 편히 잘 지내고 있으면 언젠가 만나는 날이 있겠지 하고 스스로를 다독여봅니다.
지난날 절대 이 세상과 이별할 수 없다는 일념하에 치료 목적으로 이사했던 작은 산속마을의 추억도 여전히 진합니다. 몸이 아픈 사람이 이사와서 동네 사람들이 싫어하진 않을까 늘 조심스럽게 안 아픈 척 말 없이 숨어 지내다시피 했던 당신을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듯 마음이 저려옵니다.
당신의 손녀 사랑도 잊을 수 없습니다. 아프기 전에 당신은 아끼고 귀여워했던 손녀가 훗날 어느 대학을 들어가고 어떤 배우자를 만나서 어떻게 살아갈까 하고 늘 걱정만 했습니다. 손녀 사랑 때문에 자신의 미래 삶도 멈춘채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으니 말입니다. 우리가 그 침통한 마음을 안다 한들 그 무엇에 비출 수가 있겠습니까.
이제는 당신의 가슴 아픈 심정 잘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손녀가 착실하고 반듯하게 그리고 예쁘게 성장 할 수 있도록 당신의 마음을 보태어 참사랑으로 잘 보듬겠습니다.
하늘나라 가기 한 달 전 즈음에 도저히 고통을 버틸 용기가 없다고 하시며 준비한 손녀 대학교 입학금을 딸에게 건낸 그 날, 우리 가족은 슬픔으로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그 진정성 있고 깊이 있는 당신 마음을 우리 가족이 다 알기에 마디마디 다 말을 못하고 소리 내어 울지도 못했던 가슴은 지금도 아려옵니다.
그리고 찬 바람 세게 불어 혹독하게도 추운 날, 나의 친한 친구들이 병실에 면회 왔을 때 야윈 모습을 보여주기가 싫다고 하면서 면회를 거부하더니 잠시 후 생각이 바뀌어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두고 가게 될 것 같아 대단히 미안합니다. 우리 애들 엄마가 응석받이로 자라 철은 좀 없으나 속마음은 그래도 순하고 착하니 내가 비록 없더라도 서로 잘 지내길 바랍니다." 당시 나의 친구들은 당신 손을 붙잡고 엄청 울었습니다. 지금 우리 친구들은 서로 의지하며 마치 여형제처럼 마음을 오가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 곳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으면 언젠가 이 세상 마지막 되는 날 당신 찾아 만나러 가겠습니다. 우리 그때는 옛날에 행복했던 추억 다사다난하게 지냈던 시간들, 그런저런 일들 이야기하면서 반갑게 악수하고 온 밤을 까맣게 지새도록 합시다.
한번 더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남은 우리 가족들을 조금도 걱정하지 말고 하늘에서 잘 지내길, 우리 가족들은 늘 당신이 좋아하는 일겸사익(一謙四益,한 번의 겸손이라 함은 천, 지, 신, 인의 사자로 부터 유익함을 가져오게 한다)을 기억하며 생활하고 있으니 부디 안녕히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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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매일신문이 함께 나눕니다. '그립습니다'에 유명을 달리하신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밖의 친한 사람들과 있었던 추억들과 그리움, 슬픔을 함께 나누실 분들은 아래를 참고해 전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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