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의자, 죄명 빼라' 요구·기록 회수 관여 혐의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조사 과정에 대통령실과 국방부가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인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을 14시간 가까이 조사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이 지난해 8월 유 관리관과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을 공수처에 고발한 지 약 8개월 만으로, 공수처가 해병대 사건과 관련해 주요 피의자를 소환한 것은 처음이다.
26일 오전 9시 36분쯤 공수처가 있는 과천정부청사에 출석한 유 관리관은 "성실히 답변드릴 것이고, 조사기관에서 충분히 밝힐 것"이라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유 관리관은 오후 9시까지 공수처 조사를 받은 뒤 조서를 열람까지 거쳐 약 14시간 만인 오후 11시 30분쯤 귀가했다.
귀갓길 취재진 질문에 유 관리관은 "수사기관에서 충분히 답변을 드렸다", "드릴 말씀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유 관리관은 지난해 7∼8월 채상병 순직 사건을 초동 조사한 박 전 단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혐의자와 혐의 내용, 죄명을 (조사보고서에서) 빼라'며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다.
같은 해 8월 2일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채상병 사건 수사 자료를 국방부 검찰단이 압수영장 없이 위법하게 회수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유 관리관은 회수 당일 경북청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 기록 회수를 협의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사건 기록 회수 사실을 사후에 보고받았다고 밝히면서 유 관리관이 대통령실 등 윗선의 지시를 받고 움직인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공수처는 유 관리관이 회수 당일 오후 늦게 이시원 비서관과 통화한 내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채상병 사건 수사외압 의혹과 관련해 주요 피의자를 소환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공수처는 지난 1월 유 관리관과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사무실, 국방부 검찰단·조사본부 등을 압수수색한 뒤 관련 자료를 분석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임기 내 채상병 특검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공수처도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유 관리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김 사령관, 이 전 대사 등 의혹 규명의 키를 쥐고 있는 인물을 차례로 불러 조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댓글 많은 뉴스
[서명수 칼럼] 특검 공화국, ‘삼겹살 특검’도 하자
김혜경 공개행보에 전여옥 "관상가에 영부인 될 상인지 물었다죠"
대구 분양 독식 대형 건설사, TK신공항 참여는 '모르쇠'
"사망 당일에도 인터넷선 자르며 월세 재촉” 대구 남구 전세사기 피해자 유서 남기고 사망
길 막은 가게 테이블 옆으로 자동차가 '쌩'…단속책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