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대중교통 통합 무임승차' 도입 10개월…"어르신 승객 늘며 승·하차 지연…배차시간 조정을"

입력 2024-04-28 15:42:20 수정 2024-04-28 19:30:08

대구 만 74세 이상 노인 중 84%'어르신통합무임 교통카드' 발급
승·하차 시간 오래 걸려 마음 급해지는 버스기사들
버스 내 낙상 사고도 많아져… 75세 이상 승객 사고 26% 급증

지난 26일 대구의 한 시내버스에서 노인 승객이 하차벨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다. 김지효 수습기자
지난 26일 대구의 한 시내버스에서 노인 승객이 하차벨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다. 김지효 수습기자

대구시가 지난해 7월부터 '어르신 대중교통 통합 무임승차'를 도입한 가운데 버스 기사들 사이에서는 버스 배차시간도 함께 조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책 시행 이후 노인 승객이 늘면서 버스 승·하차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 사고 위험성도 높아져 기존 배차시간을 맞추기가 빠듯하다는 것이다.

28일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만 75세 이상, 올해 기준 만 74세 이상 노인이 무료로 버스를 탑승할 수 있는 '어르신통합무임 교통카드'는 이달 기준 전체 대상자 약 19만6천여명 중 약 84%에 달하는 16만4천여명이 발급 받았다. 시내버스 이용객 중 노인 승객 비율은 지난해 7월 기준 8.7%(143만4천579명)에서 올해 3월 기준 12.2%(214만9천562명)로 늘어났다.

이 정책은 시내버스의 경우 지난해 75세를 기준으로 해마다 1세씩 낮추고, 65세 이상 무임승차를 적용하는 도시철도는 매년 1세씩 높여 오는 2028년부터 70세 이상 노인이 시내버스와 도시철도를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대상자는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해 '어르신 통합 무임 교통카드'를 받으면 된다.

문제는 정책 시행으로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노인 승객이 늘면서 버스 기사들의 고충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16년째 버스를 몰고 있는 장모(49) 씨는 "노인들이 옛날에는 걸어 다녔던 거리를 지금은 버스를 이용하고 있다"며 "거동이 힘드신 분들이 많아 승·하차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 버스 내 낙상사고도 더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전국버스공제조합 대구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대구 시내버스 사고 접수 건수는 1천347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5%(106건) 증가했다. 이 중 75세 이상 승객의 사고는 2022년 171명에서 2023년 217명으로 26%(46명)나 늘었다.

김종웅 대구시내버스노조 사무처장은 "버스 기사 입장에서는 승·하차 시 늦어지는 시간만큼 일정 구간에서는 속도를 내야 하는데, '연비운전 점수'를 의식해 쉽게 그럴 수도 없다. 대구시에서 버스회사별로 점수를 내서 포상을 주기 때문"이라며 "승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선 배차시간 조정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나채운 대구시 버스운영과장은 "현재 대구 시내버스 기사 숫자가 정원보다 250명 정도 적은 상황이다. 버스 배차시간을 조정하려면 버스기사도 늘어나야 하는데 수급이 잘 안되고 있다"며 "추후 노선 개편 시 각종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