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과 반대로 했더니 당선” 국힘 내부 자성 목소리

입력 2024-04-25 17:36:41 수정 2024-04-25 21:16:34

‘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 토론회
“당에서 준 현수막도 못 걸어” 수도권 민심과의 괴리 지적
윤재옥, 메모하며 귀 기울여

25일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을 주제로 여의도연구원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에서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을 주제로 여의도연구원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지난 22대 총선을 돌아보는 토론회를 열고, 자성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토론회 발표자들은 당이 수도권 의석수가 점점 주는 데도 적절한 대응책을 내지 못하고, 젊은 유권자뿐만 아니라 50대 이상 유권자들에게도 지지할 이유를 만들지 못하는 정당됐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재섭 당선인(서울 도봉)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 토론회에서 수도권 민심과 괴리된 당 지도부의 선거 유세전에 대해 성토하면서, 향후 선거를 위해 수도권에서 정치를 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당을 운영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강북에서 어떻게 당선됐냐고 하는데,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솔직히 우리 당이 하는 것과 반대로 했다"며 당과 수도권 민심의 괴리를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과 박수영(부산 남구갑), 유성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정희용(경북 고령성주칠곡), 조은희(서울 서초갑), 조정훈(서울 마포갑) 의원을 비롯해 총선 당선자 20여명이 자리를 지켰다.

김 당선인은 "이조심판 얘기는 입 밖으로도 꺼내지 않았고, 당에서 내려온 현수막은 4년간 한 번도 안 걸었다"며 "당에서 (현수막을) 걸어야 공천받는다고 하는데 공천받아도 떨어질 것 같아서 못 걸었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은 지방선거를 잘 치르면 당이 반등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이 자리한 것 같다며 "지난 21대 총선과 거의 같은 의석수를 받고도 뭔가 잘될 것 같다는 생각만 하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없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24년 경력의 당직자 출신인 서지영 당선인(부산 동래)은 최근 세 번의 총선에서 당이 패배하는데, 투표율은 상승하고 있다면서, 지난 10년간 정치 지형을 고찰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보수 정치세력에 대한 경고를 넘어 기대가 없다는 걸 표현한 선거"라며 "실력 없어 보이는 정당에 젊은 층이 표를 줄 수 있겠나. 처절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어 과거 총선에서 승리한 경험이나 탄핵 사태에서 다시 당이 회생한 경험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 우리 당은 '경제는 한나라'라는 슬로건으로 실력 있는 집단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줬다"며 "탄핵 이후 다시 찾아온 보수정당에 능력이나 실력이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그것조차 확인을 못 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 당선인은 이러한 위기의 해결책으로 능력을 갖춘 새로운 이들이 당에 들어와 당을 다시 설계하고 비전을 만들도록 공천에서부터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을 주제로 여의도연구원이 연 토론회에서 메모를 하면서 패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25일 여의도 당사에서 '제22대 총선이 남긴 과제들'을 주제로 여의도연구원이 연 토론회에서 메모를 하면서 패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고양병에 출마했던 김종혁 조직부총장은 불경기에 경기도내 상가마다 공실이 태반이고, 문 닫을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데 경제관료들은 국민과 공감하기는커녕 수출이 늘어났다고 홍보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 경제수석이든 경제관료든 국민들께 사과, 대파, 양팟값이 올라서 정말 죄송하다고 하는 걸 들은 적이 없다"며 "추락하는 경제를 나 몰라라 하고 책임지지 않으려는 정부와 여당에 국민들이 절망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김 부총장은 일반기업들은 대외적으로 긍정적 이미지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데 반해, 정부·여당은 사실상 이런 데 대한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특정 세대와 지역 전략의 부재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국민의힘은 '경포당'(경기도를 포기한 정당)이 됐는데 경기도를 포기해서는 1당이고 다수당이고 아예 불가능하다"며 "국민의힘은 '4포당'(40대 포기 당)이 됐는데 40대 포기 전략이 아니라 40대 포위론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윤 원내대표는 토론회 내내 자리를 지키며, 메모하는 등 발표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그는 "토론자들께서 지적한 내용 하나하나가 우리 당을 혁신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정당으로 만드는 데 좋은 약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