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화사 주지 혜정스님 "하심을 실천하는 삶으로 행복해집시다"

입력 2024-05-13 14:30:00 수정 2024-05-13 18:20:49

나를 낮추는 하심(下心)…남도 나처럼 귀하게 대접할 때 사회 갈등 해소

불기 2568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본사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혜정스님이 동자승을 본 뜬 조형물 앞에서 활짝 웃으며 합장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불기 2568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본사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혜정스님이 동자승을 본 뜬 조형물 앞에서 활짝 웃으며 합장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본사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혜정스님이 불기 2568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본사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혜정스님이 불기 2568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하심(下心)', 대상으로부터 나를 낮추고 자신에게도 겸손하게 대하는 것을 말한다. 부처님오신날(5월 15일)을 앞두고 만난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본사 팔공총림 동화사 주지 혜정스님은 "너와 나를 분별하지 않고 남도 나처럼 귀하게 대접할 때 우리 사회의 갈등도 해소되고 개인도 행복해질 수 있다"며 '하심을 실천하는 삶'을 강조했다. 현대인들의 화두인 행복에 대해서도 "바로 지금 여기에서 마음 한번 바꿔 먹으면 되는 일"이라고 명쾌한 해법을 내놨다. 혜정스님으로부터 현대인들이 귀담아 들으면 좋을 말씀과 조언 등을 들어봤다.

-불기 2568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대구경북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팔공총림 방장인 의현 대종사는 평소 '자신과 주변 대상을 아끼고 하심의 삶을 살아라'고 말씀하신다. 또 마음만 갖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할 것을 강조하신다. 이것이 배려와 화합의 삶이고 보살의 삶이라고.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 표어는 '마음의 평화, 행복한 세상'이다. 대종사의 법을 받은 저 또한 마음의 평화와 행복한 세상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하심의 삶과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에 있다는 말씀을 시도민들에게 간곡히 전하고 싶다.

-현재 사회적으로나 전 세계적으로 갈등과 반목이 심각하다. 이를 극복할 방안이 있을까.

▶현대의 모든 갈등 원인은 근본적으로 나만 아는 사람으로 자라서 그렇다. 가정에서 내 자식만 최고다 하고 오냐 오냐 키우니 성장해서는 나 밖에 모르는 사람이 된다. 남을 배려하지 않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저출산으로 인해 이런 경향이 심화됐다. 이는 현재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는 쾌락 우선주의와 책임 회피주의 등으로 이어져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어릴 때부터 배려하는 마음 및 자세가 중요하다는 가정 교육이 있어야 한다. 사회적으로도 이런 배려의 가치에 대한 재교육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경제적, 또는 정신적 이유로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다.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마음을 내려놓는 하심 수행을 꾸준히 하면 행복해진다. 사실 행복이란 건 별다른 게 아니다. 불편한 마음이 없는 것, 마음이 편한 게 행복이다. 행복도 불행도 다 내 마음에 있는 것이고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욕심과 미혹에 마음의 눈이 가려져서 행복한 줄 모르는 것이지, 마음 한 번 바꿔 먹으면 바로 지금 여기가 극락이다. 하지만 그렇게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부처님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만족함을 가르치셨고 나보다 적게 가진 사람들에게 나누는 법을 가르치셨다. 그것이 보시행, 이타행이다. 조금 덜 갖고, 조금 더 나눠 보시라. 그럼 행복해질 것이다.

-불교에서는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부처라고 하는데, 부처로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모두에게 불성이라는 근본 성품이 있다 해서 다 부처라고 한다. 그러니 '나와 너, 너와 나' 차별이 있을 수 없다. 모두가 평등하다. 불성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부처로 사는 법은 간단하다. 남도 나처럼 귀하게 대하는 삶이 부처로 사는 것이다. 타인에게 말 한 마디 친절하게 해주는 것, 타인을 배려해주는 게 부처의 삶이다. 부모에게 효도하고 친구 및 직장 동료를 존중해주는 것 이런 사소한 것들이 부처처럼 사는 것이다. 각자가 이런 삶을 살 때 더불어 사는 사회, 행복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고 불교적으로는 불국토가 되는 것이다.

-불교의 대중화를 위해 동화사가 특별히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있나.

▶'사명대사 조명사업'과 '청소년 포교' 등이 대표적이다. 호국불교의 상징인 사명대사는 임진왜란 때 승병을 모집해 왜군과 싸웠고, 국방의 중요성을 간파해 팔공산성 등을 축조했다. 이런 사명대사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동화사는 방장 큰 스님의 오랜 숙원사업인 사명조사 조명사업을 국비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다. 동화사 도량 내 '사명대사 박물관·수장고, 체험관 및 교육관'을 건립하는 것인데 지난해 착공했고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완공되면 호국정신을 함양하는 참 교육장소를 온 국민에 제공할 수 있을 것이고 대구경북의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도 확신한다. 또 하나 중요하게 추진하는 것은 청소년 포교 및 교육 프로젝트다. 현재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팔공산 동화사 지킴이'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자신을 낮추고 봉사하며 화합하는 자세를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것이 종교의 역할 아니겠나.

-마지막으로 우리 사회에 던질 화두 하나 제시-해 달라.

▶'분별심을 버려라', 이것이 화두다. 분별심 없는 마음은 차별하지 않는 근본 마음이다. 너와 내가 따로 있는 게 아니고 '나와 너, 너와 나 그리고 우리'라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 법'이 필요한 것이다. 조심스럽지만 열심히 수행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제가 법상에 앉거나 대중과 함께하는 장소에서 늘 하는 얘기 또한 '정진하리, 수행하라, 실천하라'는 것이다. 그것이 종교인의 사명이기에. 우리 모두 부처님 법 전합시다.

1970년 은해사에서 사미계를 받았을 당시 모습. 왼쪽에서 세 번째가 혜정스님이다. 혜정스님 제공
1970년 은해사에서 사미계를 받았을 당시 모습. 왼쪽에서 세 번째가 혜정스님이다. 혜정스님 제공

☞혜정스님은

1960년 경북 문경 대승사에서 동진 출가해 1970년 은해사에서 의현스님(현 팔공총림 방장)를 은사로 사미계를, 1976년 동화사에서 영암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했다. 동화사승가대학 졸업 후 대구 안일사와 정법사 주지를 지냈고 제11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다. 올해 4월 23일 동화사 주지로 취임했으며 임기는 4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