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 혁신도시 지나는 편리한 KTX, 공공기관 가족 동반 이주엔 독(毒)?"

입력 2024-05-02 08:30:00

김천혁신도시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

KTX김천구미역 전경. 김천시 제공
KTX김천구미역 전경. 김천시 제공

경북 김천혁신도시 공공기관 직원 A씨는 대전에 살면서 매일 KTX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KTX대전역에서 KTX김천역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22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공공기관이 근무 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시행하므로 A씨 경우 아침에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낸 뒤 출근해도 시간이 넉넉하다.

때문에 A씨를 비롯한 상당수 직원들은 김천 이주 대신 KTX를 이용해 출퇴근한다. 심지어 서울에서 출퇴근(1시간 30분 소요) 하는 직원도 꽤 있다.

A씨는 "KTX가 있으니 굳이 이주하지 않아도 출퇴근을 할 수 있고, 수도권의 인프라도 이용할 수 있다"며 "더구나 김천혁신도시의 정주 여건이 수도권에 비해 부족해 이주할 마음이 없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천혁신도시가 내세우는 KTX 등 편리한 교통망이 공공기관 직원 이주에 단점으로 작용하는 사례다.

1일 김천시에 따르면 김천혁신도시는 전국의 혁신도시 10곳 가운데 유일하게 KTX역이 있는 지역이다. 직원들이 KTX에서 내려서 공공기관까지 도보로 이동하거나 차로 몇 분만 가면 근무지에 도착할 수 있어 편리하다.

이 같은 KTX는 김천시가 내세우는 사통팔달 교통망 중 단연 1순위다. 덕분에 전국 어디든 2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직원 및 가족동반 이주 문제를 놓고 보면 물음표가 생긴다.

국토교통부 혁신도시발전추진단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김천혁신도시의 가족 동반 이주율은 57.2%로, 충북(49.6%)을 제외하고 가장 낮다. 편리한 교통망이 오히려 공공기관 직원 이주에는 단점으로 작용한 셈이다.

게다가 학원과 문화시설, 여가·문화시설, 의료시설 등 정주여건과 인프라가 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대다수 직원이 이주를 망설이게 된다. 이주하더라도 직원 혼자 옮겨 사는 경우가 다반사다.

따라서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도시 경쟁력을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를 위해 향후 2차 공공기관 이전 때는 지난 1차 공공기관 뿐만 아니라 지역 전략산업과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기관이 이전해야 할 전망이다. 또 지자체와 협업해 가족동반 이전 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정책으로 이전 지역의 정착율을 높여야 한다.

혁신도시 관계자는 "혁신도시에 양질의 주택과 공공시설을 공급했으나 공공기관 구성원들의 눈높이를 만족할 수 있는 양적·질적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과 지자체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