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 구해주니 보따리 내놔라?…국힘 총선 참패 황당한 '영남 타령'

입력 2024-04-23 18:06:00 수정 2024-04-23 20:23:30

개헌저지선 지켜준 은인에 대한 배은망덕 지나치다는 비판 나와
향후 영남 의원들 손발 묶으려는 시도까지 이어져 더욱 큰 문제로 지적

국민의힘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이 2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4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대 전국 단위 선거에서 보수 정당이 참패하면 중앙당에선 마치 고장 난 라디오처럼 '영남 자민련으로 몰락했다'는 비판과 함께 이른바 '정치적 텃밭'으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더욱 황당한 주장은 수습국면에서 쏟아지는 '영남 2선 후퇴론'이다.

그러면 '보수의 심장'에선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주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는 속담을 언급하며 불쾌감을 표시하지만 이내 마음이 약해져 '당의 최대주주가 너른 품을 보여야지'라고 자세를 가다듬으며 웃어넘기고 만다.

국민의힘이 4·10 총선에서 참패를 기록한 지금도 같은 양상이다. 총선 최대접전지인 수도권에서 여당이 참패한 원인을 영남에서 찾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인천이 지역구인 윤상현 의원은 지난 18일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국회 세미나에서 "4·10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한 것은 수도권 위기론을 당 지도부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선거 전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말했는데, 당 지도부가 제대로 대처를 못했다. (수도권 총선 패배의) 구조적인 원인은 영남 중심당"이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이번 총선 후보로 나서 수도권에서 낙선한 한 당내 인사는 "수도권에서의 참패는 그동안 '영남‧친윤' 중심의 당 지도체제가 이어진 데 따른 결과"라며 "수도권 유권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수도권 보수정당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지역 정치권에선 이 같은 수도권 인사들의 터무니없는 생떼에 배은망덕도 정도가 있다며 반발하는 분위기다. 개헌 저지선까지 무너질 수 있었던 절체절명의 위기를 여당이 어떻게 넘어섰는데 은인을 향해 손가락질을 할 수 있느냐는 질책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당 지도부 탓, 대통령 탓, 영남 탓 등 여러 원인을 얘기하고 있는데 잘되면 내 덕이고 잘못되면 조상 탓이라는 속담이 있다"고 당내 분란을 걱정했다.

대구시장을 지낸 권영진 당선인 역시 "수도권과 충청의 패배가 왜 영남 탓인가. 영남마저 갈라치기 당했거나 패배했으면 국민의힘과 보수당은 괴멸됐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권 당선인은 "선거 때만 되면 영남에 와서 표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무슨 문제만 생기면 영남 탓을 한다. 참 경우도 없고 모욕적"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민의힘이 텃밭의 자존심을 건드는 수준을 넘어 손발을 묶으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앞으로 당의 간판은 수도권 인사로 해야 한다는 억지가 나오고 있고 영남 의원들은 당직이나 국회직 경쟁에 뛰어들지 말라는 협박까지 이어진다.

정치권 관계자는 "역대 '민주당'에서 선거결과와 관련해 텃밭인 호남과의 결별을 이야기하는 사례가 있었느냐!"며 "작게는 보수정당 정치인들의 협량이 문제지만 크게 보며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 인사들이 만만하게 보인 탓"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