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를 연주하는 대통령이 더러 있다. 이 중에서 많이 알려진 대통령이 있다면, 아마도 빌 클린턴일 것이다. 아마추어 테너색소폰 연주자인 그는 학생 시절 하루에 4시간씩 색소폰을 연습한 것으로 유명하며, 아칸소 올스테이트 밴드에서 수석 단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 운동을 벌이던 1992년에 한 방송에 출연하여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인 '하트 브레이크 호텔'을 연주하여 젊은 층과 소수자들의 관심과 지지를 끌어냈으며, 이것이 선거 운동의 전환점이 되어 아버지 조지 부시를 물리치고 42대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고 한다. 선글라스를 쓰고 테너색소폰을 연주하는 빌 클린턴의 그때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으며, 그는 외모에 못지않은 연주 실력도 보여주었다.
어떤 역사가들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음악에 가장 조예가 깊었던 사람은 37대 대통령이었던 리처드 닉슨이라고 한다. 미국 역사상 유일하게 사임한 대통령이었던 닉슨은 어려서부터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작곡가이기도 했다. 1963년에 그가 미국의 인기 토크쇼인 '투나잇 쇼'에 출연하여, 자신이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을 오케스트라와 함께 직접 연주한 적이 있다.
미국의 33대 대통령인 해리 트루먼도 상당한 실력의 피아니스트였다. 그는 7살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학교 가기 전에 연습하려고 매일 오전 5시에 일어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는 전문연주자가 되려고 했지만, 자기의 능력으로는 어렵다고 생각하여, 15세에 이를 포기했다. 그러나 그는 사는 동안 피아노 연주를 멈추지 않았고, 많은 음악을 들었으며, 가족이나 친구들과 음악을 두고 토론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대통령 마크롱도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라디오 방송의 보도에 의하면, 그는 아미앵 음악원에서 10년 동안 피아노를 공부했으며, 경연대회에서 3등 상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로베르트 슈만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그는 시간이 나면 다시 피아노를 연주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문음악가가 대통령이 된 사례도 있다. 크로아티아의 대통령(2010-2015)이었던 요시포비치는 법학과 음악을 전공하고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자그레브대학교 교수로 법학을, 그리고 음악원 강사로서 화성법을 가르쳤다. 그는 50곡이 넘은 작품을 작곡했으며, 자그레브 뮤직 비엔날레의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대통령 푸틴도 베이징에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을 기다리면서 조율이 되지 않은 피아노로 1950년대의 러시아 노래를 연주한 적이 있는데, 별로 인상적이지는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평가를 받을만한 실력은 아니었던 것 같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는 음악이 가지는 정치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인간은 본성적으로 도덕적, 지적 우수성을 지향하기에, 건강한 정치는 이 두 가지 형태의 미덕을 육성해야 하며, 음악은 중요한 도구가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음악에 남다른 자질과 관심을 보인 대통령들이 그렇지 못한 대통령보다 더 나은 정치인일까? 이즈음에서 트루먼 대통령이 한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젊은 시절에 제게 주어진 선택은 사창가에서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이 되거나 아니면 정치인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덧붙이자면, 사실 이 둘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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