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시의 도시 대구의 랜드마크

입력 2024-04-18 09:58:32

박상봉 시인
박상봉 시인

정호승문학관이 수성구 범어천 변에 들어선 지 1년이 됐다. 옛 범어 3동 행정복지센터를 북카페와 문학관, 생활문화센터가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하여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이곳에 정호승문학관이 들어서게 된 것은 정호승 시인이 대구 범어천 부근에서 살며 유년기와 학창 시절을 보낸 인연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 수업 시간에 쓴 정호승 시인의 첫 자작시는 범어천 자갈밭을 거닐면서 시상을 떠올렸다. 정호승문학관은 지역 주민들의 자발적인 생활문화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함과 아울러 정호승 시인이 유년 시절을 보낸 범어천의 장소적 특수성을 활용한 콘텐츠를 기획해 '시(詩)가 흐르는 범어천'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

지난 1년간 시민들과 문학 동호인들의 시 낭송, 동아리 활동, 각종 문학 행사와 인문학 프로그램 등을 통해 대구의 대표적인 복합문화시설 역할을 하면서 지역민들의 소중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북카페인 1층에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시인들의 시집이 전시됐다. 지하는 강연이나 콘서트를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최근에는 시설 재정비를 통해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풍성하게 보강했다. 정호승 시인의 시 제목을 딴 '낙타 커피'도 덩달아 유명해졌다. 정호승 시인도 부지런히 서울과 대구를 오가면서 문학관에 생생한 시의 숨결을 불어 넣는 데 큰 노력과 정성을 쏟았다. 이곳의 명칭은 '정호승문학관'이지만 실제로는 대구시민의 문학관이고 지역 주민의 생활문화센터로 제 역할을 확고하게 다지고 있다.

대구는 문학의 도시이고, 특히 문학 중에서도 시의 도시이며 시인의 도시다. 그런데도 아직 우리나라의 큰 시인인 이상화 등 훌륭한 지역 작고 문인에 대한 변변한 문학관이 아직 없다. 대개의 개인 문학관은 작고(作故) 문학인의 작품과 유품 등을 수집·보존하면서 전시·연구 기능을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조성된 문학관은 건물만 크게 지어놓고 수년째 전시가 그대로이거나 자료 자체도 부실하고, 기본적인 구성이 형편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호승문학관에 대해서도 걱정스러운 눈초리가 없지 않았으나 문화 예술 공간의 의미와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것은 분명 반가운 일이고 고무적인 변화이다. 앞으로도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지역문화 공간으로 활용됨으로써 '시의 도시 랜드마크'로 대구의 품격을 한층 드높여주기를 바란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시로 상처받고 고통을 겪는다. 시는 그 상처와 고통에서 피어나는 꽃이다. 정호승문학관에 가면 상처와 고통이 치유되는 시와 삶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인생은 고통과 함께 사는 것이지만, 시를 통해 위안받고, 안식을 얻는다. 문학관에 오시는 분들 누구라도 편히 쉴 수 있고 소통과 휴식의 공간으로 더 가깝게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박상봉(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