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총선에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국정의 최우선은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민생"이라고 밝혔다. 또 "국민께 더 가까이 다가서고, 민생 안정을 위해 필요한 예산과 법안은 국회에 잘 설명하고 더 많이 소통하겠다"고 강조했다. 국무회의 모두(冒頭) 발언 형식이 아니라 기자회견 또는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대통령의 생각을 밝히고, 국민들의 이해를 구했더라면 더 나았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자유시장경제, 외교, 안보, 노동·교육·연금 개혁 추진 등은 바른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 시절 급격하게 불어난 국가 부채를 줄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맨 것도 옳다. 윤 정부가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의 차가운 평가를 받은 것은 정책 방향이 틀려서라기보다 차근차근 설명하고,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데 실패한 면이 크다고 본다.
총선 패배로 정부·여당은 풀이 죽고, 야권은 22대 국회가 출범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세를 펴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에 대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이 과연 총선 민의를 수용할 생각을 갖고 있는지 상당히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이는 특정 인물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무조건적 비판이라고 본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총리를 하려는 여당 인사들이 거의 없을 것이다"고 조롱했다.
지금 대통령이 어떤 총리 후보를 내세워도 야당이 동의할 리 만무하다고 본다. 장관 임명도 마찬가지다. 불통, 오만, 민심 역행 이미지를 계속 씌우려는 것이다. 이는 윤 정부의 손발을 완전히 묶어 버리겠다는 의도겠지만, 결국 그 피해는 대한민국이 입게 된다.
지난 대선 전, 윤 대통령은 패색이 짙었던 국민의힘에 혜성처럼 나타나 돌풍을 일으켰다. 대통령 후보 시절 그의 시원한 '어퍼컷 세리머니'와 선 굵은 행보는 많은 국민들에게 청량감을 선사했다. 극단적 여소야대 정국 돌파는 윤 정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서 꼭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지금이야말로 '어퍼컷 세리머니'와 같은 윤 대통령의 선 굵고 시원시원한 면모가 발휘되어야 할 때라고 본다.
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야당 동의 없이 국무총리를 임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국무총리는 어느 분이 좋겠느냐?'고 물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 대표가 추천한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국무총리가 된 사람이 이 대표를 위해 봉사할 리 없고, 결국 국민의 공복이 될 수밖에 없다. 국무위원 중 일부를 추천받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각종 민생 법안에 대한 국회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설령 이 대표가 대통령의 제의를 거절해도 윤 대통령의 경청, 소통, 협치, 시원시원한 태도는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시원한 '어퍼컷 정치'로 야당의 협조를 이끌어 내는 동시에, 총선 패배 난국을 헤치고, 대한민국 전진을 이끌어 주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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