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실패·韓 개인기만 의존…"중립 의무 대통령 탓 아니다"

입력 2024-04-14 21:30:00

수도권 '보수 바람' 방향 잃어…혁신 없이 네거티브에 집중
중도성향 유권자 판세 가르는 수도권·충청에서 참패
보수 텃밭인 영남에서의 선전으로 겨우 개헌저지선 확보

여당인 국민의힘 총선 성적표에 다양한 원인 분석이 나오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의 일침이 눈길을 끈다.

홍 시장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4·10 총선 국민의힘 패배와 관련해 "참패 이유를 당의 책임이 아닌 대통령 책임으로 돌리게 되면 정권은 대혼란을 초래하게 되고, 범여권 전체가 수렁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는 당이 주도해 치른다. 대통령은 선거 중립 의무가 있어 선거를 도울 수가 없다"며 총선 패배에 대한 '용산(대통령실) 책임론'을 일축했다.

◆무감동·무전략의 공천 실패

국민의힘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 무감동·무전략 공천이 총선 패배를 자초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주도한 현역 중심 공천은 국민들에게 전혀 감동을 끌어내지 못했다.

지난 2월부터 시스템 공천이란 명분을 앞세워 혁신을 이루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역 불패 공천이란 비판을 받았다. 중도 표심을 고려해 도태우·장예천 후보 공천을 취소하고 이들이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하며 '호떡 공천'이라는 비아냥도 샀다. 특히 대구의 3곳은 국민추천제를 앞세웠지만 사실상 전략공천으로 '듣도, 보지도 못한'후보를 꼽아 지역 유권자들의 반발을 샀다.

야권에 대항해선 전략 부재 공천이었다. 지명도가 높은 야권 후보들을 향해선 '타깃 공천'을 않고, 신진급의 무난한 후보를 배치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중도 확장 실패와 보수 결집 부재

공식선거운동 기간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원톱 체제'가 이어진 점도 중도와 청년층, 수도권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한 위원장의 입이 당의 메시지를 독점하며 지지율 상승에 정체가 왔다. 유권자들의 구미를 당길 다양한 메시지를 낼 스피커가 필요했지만 한 위원장의 개인기에만 의존하고, 한 위원장이 가는 곳 마다 대선처럼 수많은 군중들이 몰리면서 '착시효과'를 불러왔다.

보수 결집 부재도 국민의힘이 저조한 총선 성적표를 받아들게 한 요인이었다. 2~3% 안팎에서 승부가 갈리는 수도권 선거에서 보수층 유권자들이 투표장을 찾지 않았다.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 등 보수층이 많은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낮은 투표율을 보였고, 이전 선거에서 보듯 '보수 바람' 이 수도권으로 상승해 보수층 유권자들을 움직여야 하지만 수도권에서도 보수층이 덜 움직였다.

◆야권의 선전선동 대응 전략과 홍보 실패

외부 변수에 대한 대응도 유연하지 못했다. 조국 대표를 중심으로 한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키며 부동층 표심을 정권심판론으로 급격히 끌고 가고 있었지만 국민의힘은 사법 리스크를 부각하며 네거티브를 하는 데만 그쳤다.

특히 야권의 거짓뉴스(대파 가격)에 대한 대응과 수많은 실언과 실책이 있었지만 효과적으로 차단하지도 못하고, 공세도 실패했다.

수출이 10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문재인 정부와 달리 외교·안보·국방 등의 분야에서큰 성과를 냈는데도 국민의힘은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했다.

집권여당으로서 나라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는 등 혁신 없이 '이조(이재명·조국)심판' 등 네거티브에만 집중한 결과였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48%)보다 낮게 득표한 것은 선거를 주도한 당의 문제도 있다. 모든 탓을 대통령에게로 돌리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측면도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