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총선 과연 참패했나? TK, PK 등 보수층 공황

입력 2024-04-14 21:30:00

득표율 5.4%차, 의석수는 80% 차. 민의 왜곡?

12일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민의힘이 설치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12일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민의힘이 설치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연합뉴스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지지한 보수층이 절망에 빠졌다. 특히 대구경북(TK), 부산울산경남(PK) 등 영남권 보수층은 여권의 참패로 평가받는 총선 결과를 두고 허탈감을 넘어 선거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기도 한다.

국민의힘은 전국에서 45.1%를 득표하고도 지역구에서 90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고, 더불어민주당은 161석을 가져갔다. 민주당은 국민의힘보다 불과 5.4%를 더 득표했지만 의석수는 80% 더 확보했다.

심각한 민의 왜곡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이는 하나의 선거구에서 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 탓이다.

◆득표차는 5.4%p, 의석수는 80% 차이

이번 총선 254개 지역구의 정당별 득표율을 합산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50.5%, 국민의힘은 45.1%를 얻어 5.4%포인트(p) 격차가 났다. 하지만 의석수는 민주당 161석(63.2%), 국민의힘 90석(35.4%)으로 두 배 가까이(71석 차) 차이가 났다.

총선 최대 승부처였던 서울의 경우 양당의 득표율 격차는 5.9%p였지만, 전체 48석 중 37석을 민주당이 가져갔다. 경기에서도 득표율 차이는 11.8%p였는데, 전체 60석 중 53석을 민주당이 싹쓸이했다.

이처럼 득표율과 의석수의 괴리가 발생한 건 소선거구제 때문이다. 승자독식제라고도 불리는 소선거구제에서 유권자는 후보자 1명에게 투표해 최다 득표자 1인만 당선되고, 2등 이하 나머지 득표는 모두 사표(死票)가 된다.

특히 소선거구제는 전체 122석의 수도권이 하나의 선거구처럼 움직이는 '수도권 동질화' 현상과 맞물려 민주당의 독식과 국민의힘의 패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4년 전인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양당의 득표율 격차는 8.4%p였지만 의석수는 민주당 163석,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84석으로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선거제도 개혁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한 언론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화두를 꺼냈지만, 결국 국민의힘은 소선거구제 유지로 가닥을 잡았다.

반면 소선거구제의 혜택을 입은 민주당 등 야권에서 오히려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했다. 그 중심에는 평균 30% 내외를 득표함에도 단 한 석도 얻지 못하는 TK 민주당이 있었지만 여야 극심한 정쟁으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TK와 PK 등 영남에서 독식한 후 수도권과 충청에서 선방하면 제1당이 될 수 있다는 과거 승리 공식에만 의존한 것이 결국 자기 발목을 잡은 셈이라고 지적한다.

◆여당 과연 참패했나? 민심 왜곡 현상 원인

비례대표를 포함해 범야권이 192석을 얻은 것은 승자독식 선거제도로 인해 해당 민의가 과다 대표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소선거구제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탄핵·개헌 저지선(101석)을 확보해 준 국민의 의사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 21대 국회에선 비례대표 포함 102석을 가져갔다. 또 20대 국회에선 122석을 얻었다. 따라서 이번 총선결과는 비례포함 108석으로 최근 3회의 총선에서 중간치기를 한 셈으로 참패로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김철현 정치평론가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은 범야권에게도 다수 의석을 줬지만,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거부권을 남겨줬다. 즉 범야권에게 대통령을 굴복시킨다거나 개인적 화풀이를 하라는 의미는 전혀 아닌 것"이라며 "특히 TK, PK 등 영남권에선 정권 심판 바람이 불지 않았다. 대통령의 성과를 높이 평가한 민심이 표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정권 중간평가 성격이었던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을 찍은 50.5%는 정부여당에 경고음을 보냈지만, 국민의힘에 투표한 45.1%는 윤석열 정부의 지난 성과를 인정하고 향후 국정운영에 지지 의사를 보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한미일 동맹 강화, 탈원전 정책 폐기, 부동산 시장 안정화 등 전임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노력들에 대해 다수 국민들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선거에 임박해 대파 논란이 불거지며 현 정권의 성과들이 모두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 전혀 부각되지 못한 점이 분명히 있다"며 "정부여당을 심판하기 위해 민주당을 지지한 50.5% 국민의 목소리도 경청해야 하지만, 국민의힘을 찍은 45.1%의 목소리에 정치권이 귀를 닫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