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의힘 총선 후보들 대통령 사과·탈당 요구는 자해 행위

입력 2024-04-02 05:00:00

지지층,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 묶음 인식 / 총구를 내부 아닌 상대편에 겨눠야 결집

4·10 총선 국민의힘 경남 김해을 후보인 조해진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민을 실망시킨 것, 국민을 분노하게 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 당을 분열시킨 것에 대해 당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운동권 출신으로 국민의힘에 영입돼 서울 마포을에 출마한 함운경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민의힘 당원직을 이탈해 주기를 정중하게 요청한다"고 밝혔다.

김해을과 마포을은 더불어민주당 강세 지역이다. 역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이 주로 이겼다. 조, 함 후보가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안다. 선거가 코앞임에도 좀처럼 역전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 데 대한 초조함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여당 후보들이 총선이 임박한 시점에 대통령과 정부를 강하게 비판하는 것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여당 의원이 평소에 정부의 국정 운영을 비판하는 것은 보약이 될 수 있지만,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쏟아내는 비판은 본래 의도를 떠나 내부 분열처럼 비치고 지지자들의 결집력을 떨어뜨릴 뿐이다.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후보와 갈등을 겪고, 선대위에서 이탈함으로써 윤 후보의 지지율이 하락했던 것을 모두가 보았다. 선거 국면에서는 내부의 갈등과 혼란을 묻어두고 일사불란하게 총력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의 계속되는 '대통령실 탓'과 수도권 후보들의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비판도 지지층의 이탈을 부를 뿐이다.

수도권과 '낙동강 벨트' 등 격전지 여당 후보들은 대통령을 비판하고, 대통령이 사과하면 본인의 지지율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오산이다. 대통령 지지율과 여당 지지율은 별개가 아니다. 일정한 차이가 있으나 이 둘은 연동하기 마련이다. 국민의힘 지도부와 후보들이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을 비판하는 순간 지지층은 흩어지게 된다. 한국 보수 우파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한 묶음으로 인식하는데, 그중 한쪽이 다른 한쪽을 비판하는 것은 '자해 행위'에 다름 아닌 것이다. 나아가 자신의 패배 책임을 윤 대통령에게 돌리려는 얄팍한 처사일 뿐이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조국 대표와 조국혁신당은 일관되게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공격한다. 자기편 지지자들이 투표장으로 나오도록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이나 조국혁신당에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후보들이 수두룩하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후보들이 총구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 겨누지 않고 대통령실로 겨누는 것은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하여금 투표장에 나갈 마음이 없도록 만드는 바보짓이다. 만일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선거 전략을 비판한다고 생각해 보라.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 밀리는 형세다. 이는 보수우파 지지층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다. 국민의힘은 2022년 대선에서 이겼고, 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이겼다.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과 지지 정당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선거 승패는 어느 쪽이 얼마나 '자기편을 결집하느냐'에 달렸다.

20대 총선(2016년)에서 새누리당이 패배한 것은 박근혜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갈등하면서 지지자들이 투표장에 나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여러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밀리는 것 역시 전통적 지지층이 '국민의힘-대통령실' 갈등에 선거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지지자들을 결집시키자면 신바람이 나도록 해야 한다. 국민의힘이 야권에 맹공을 퍼부으면 지지자들은 신바람이 날 것이고, 반대로 대통령실을 비판하면 흥미를 잃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