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플러스] '키 크는 주사' 누가 언제 맞나?…성장 치료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9세 현수(가명)는 어릴 때부터 키가 또래보다 머리 하나 정도 작았다. 학교에 들어가서 또래에 비해 어리다고 놀림을 당하기도 하고 잘 어울리지 못하여 검사받았고 몇 년째 치료하고 있다. 현수는 "매일 저녁 성장호르몬 주사해서 불편하기도 하지만, 작다는 소리를 듣지 않아서 좋다"고 말한다.

어린이의 키가 잘 자라지 않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다. 영양의 부족이나 더딘 흡수, 성장 시기가 늦거나 유전자 이상의 문제 등 다양하지만 현수의 키가 더디 큰 이유는 성장호르몬 결핍 때문이었다. 정명희 정명희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은 "어린이의 키가 크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치료가 필요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다양한 저신장의 원인

의학적으로 저신장증은 같은 성별·나이의 소아·청소년 또래 100명 중 3번째 이내로 작은 경우 의심해보게 된다. 만 4세까지 100㎝가 안 되고, 또래 평균보다 10㎝ 정도 작고, 사춘기 전까지 1년에 4㎝ 이하로 자라는 경우라면, 저신장의 원인을 찾을 필요가 있다.

저신장의 원인은 부모나 가족의 키가 작아 유전적으로 작은 키를 물려받은 경우가 가장 많다. 이 경우엔 뼈 나이와 성장호르몬 분비, 성장 속도 등은 정상이다. 그 다음으론 체질적인 성장 지연이다. 나이보다 뼈의 성장이 느린 경우로, 또래보다 키가 작지만, 키 성장이 늦게까지 계속돼 성인이 되면 키가 정상 범위에 도달하는 경우다.

문제는 병적인 저신장증이다. 전체 저신장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병적인 저신장의 원인으로는 성장호르몬의 결핍, 갑상샘 호르몬의 결핍, 당뇨병, 쿠싱 증후군과 같은 내분비 장애와 만성 신장 질환과 선천성 심장 기형, 소화기 장애 등의 심한 만성 질환이 있다. 심한 영양 장애, 자궁 내 성장 지연 등도 원인이 된다.

성장호르몬 결핍증은 우리 뇌에 있는 뇌하수체에서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는 질환이다. 부모 키는 정상이지만 아이 키가 너무 작을 때도 성장호르몬 결핍증일 수 있다.

성장호르몬은 성장뿐 아니라 골 대사, 근육, 지방세포 조직 등에서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성장호르몬이 결핍되면 키만 작은 것이 아니라 골다공증, 관절염, 비만, 당뇨병, 고혈압 등의 질환과 연관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작은 키로 인한 자신감 부족, 우울, 사회적 위축 등 정서적 문제가 따르기도 한다.

◆ 성장호르몬 치료에 들어가려면

성장호르몬 치료에 들어가기 앞서 골 연령 검사를 먼저 한다. 골 연령이 실제 나이보다 많이 적으면 성장호르몬 자극검사를 하여 최소 2가지 이상 약제를 사용해 성장호르몬의 분비 능력을 평가한다.

성장호르몬 결핍으로 판단될 경우 성장호르몬을 직접 주사하는 방식으로 치료한다.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는 매일 1회, 잠자기 전 피하 주사 방식으로 투여한다. 부모가 아이의 복부, 양팔, 허벅지, 엉덩이 등의 피하를 돌아가며 거의 매일 주사하는 방식이지만,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손쉽게 투여할 수 있다.

성장호르몬 치료는 아이의 성장판이 열려있는 때만 가능하며, 어릴 때부터 투약 주기를 놓치지 않고 치료를 시작한 경우 2년 이상 시행해야 성장 효과가 좋다. 주사 치료는 일찍 시작해서 충분한 용량으로 가급적 오랜 기간 빠짐없이 유지하는 것이 좋다.

정명희 원장은 "성장호르몬 치료는 단순히 키가 작다고, 성장 속도가 더디다고 시작하지는 않는다"며 "대개 운동 요법, 식습관 교정 등 생활 습관 개선으로도 성장호르몬 분비 능력이 향상되지만, 그 방법만으로는 키가 정상화하기 어려울 때 시행하는 치료"라고 말했다.

◆ 치료 적기 놓치지 않으려면 꾸준히 관찰해야

유전자 이상 질환이 아니면 대개 4세 이후부터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권고하며 치료 기간은 성장이 거의 끝날 때까지 지속하고, 평균 성장 속도가 1년에 2㎝ 미만이 될 때나 성장판이 닫히면 중단한다. 건강 보험급여에 해당하는 경우는 남아 165㎝, 여아 153㎝까지 보험 치료가 가능하고 예상 키보다 최대 10㎝는 성장 효과를 볼 수 있다.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치료 대상자 중 5~10%에게서 손, 발, 얼굴이 붓는 현상이 나타나지만 일시적이다. 또 이상 감각, 관절 경직, 관절통, 근육통, 두통, 혈압 상승 등이 나타나며 갑상샘 호르몬 저하, 인슐린 감수성의 변화, 고혈당, 척추 측만증을 비롯한 정형외과적 문제가 간혹 나타날 수 있다.

정명희 원장은 "성장호르몬 치료가 사춘기를 빠르게 하게 해 원래 더 클 것을 미리 크게 하거나, 중단하면 잘 나오는 것을 억제한다고 걱정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사례는 확인된 바 없다"며 "키 성장은 기간이 정해져 있기에 제때 원인을 찾아 치료하고, 자주 점검해 보아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명희 정명희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

도움말 정명희 정명희소아청소년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