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핫플레이스] '선택의 기로' 경산…尹 복심이냐 朴 좌장이냐

입력 2024-03-25 17:01:36 수정 2024-03-25 20:44:57

대구경북(TK) 최대 격전지인 경북 경산 선거구에 출마한 조지연 국민의힘 후보가 25일 경산 보훈회관을 찾아 고엽제전우회 회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경북(TK) 최대 격전지인 경북 경산 선거구에 출마한 조지연 국민의힘 후보가 25일 경산 보훈회관을 찾아 고엽제전우회 회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지지를 부탁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경북(TK) 최대 격전지인 경북 경산 선거구에 출마한 4선 출신 최경환 무소속 후보가 25일 경산 중산동 펜타힐즈 삼거리에서 아침 출근 인사를 하고 있다. 최경환 후보 페이스북
대구경북(TK) 최대 격전지인 경북 경산 선거구에 출마한 4선 출신 최경환 무소속 후보가 25일 경산 중산동 펜타힐즈 삼거리에서 아침 출근 인사를 하고 있다. 최경환 후보 페이스북

경북 경산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핵심은 4·10 총선이 2주가량 앞으로 다가왔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복심인 조지연 국민의힘 후보와 친박계 좌장이었던 최경환 무소속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하느냐를 두고 심사숙고를 이어가는 것이다.

조지연 후보를 지지하는 지역민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서 국회 입성 시 지역 발전을 위해 막강한 힘을 발휘해 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 후보는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실 행정관을 지내며 윤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담당했을 뿐만 아니라 주요 행사의 사실상 모든 메시지를 보고하고 수정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를 위해 거의 매일 윤 대통령을 독대했고, 저녁 식사를 함께 한 것은 물론 퇴근 이후에는 관저까지 찾아갔을 정도였다.

영남대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신모(30·경산 사동) 씨는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조지연 후보를 찍어야 경산 발전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이도 30대에 불과한 만큼 노쇠했던 경산 정치권을 바꾸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조 후보는 지역민으로부터 세대교체에 대한 열망을 거듭 접하고 있다. 특히 최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경북에서 경산을 '원 포인트'로 찾아 자신에 대한 지지와 무소속 후보 복당 불허를 천명한 뒤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의 멘토인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 두 번이나 조 후보 캠프를 방문한 의미를 두고도 지역에서 크게 회자되고 있다.

조 후보는 "시민들께서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나. 경산이 좀 젊어져야 한다'고 말씀을 많이 하신다"며 "또 한동훈 위원장께서 경산을 다녀가시고 확실히 20~4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사진 촬영을 요청하는 등 제 인지도가 상승한 것을 느낀다"고 전했다.

하지만 17~20대 국회에서 내리 4선을 지낸 최경환 후보에 대한 지지세도 여전히 강고하다. 최 후보를 찍겠다는 지역민은 박근혜 정부 시절 친박계 좌장으로서 최전성기를 달릴 당시 SOC(사회간접자본) 관련 '예산 폭탄'에 대한 기억이 생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한때 '영어의 몸'이 된 데 대한 동정 여론도 컸다. 이른바 의리 투표로 최 후보의 명예를 회복시켜 경산의 영광도 재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산 남천 산책로에서 만난 이모(70·경산 정평동) 씨는 "지금 장제원 의원이 실권자라고 하는데 내가 볼 때 옛날 최경환 후보보다는 한참 아래다. 여기 산책로도 정비하고 지하철도 뚫고 도로도 크게 내고 최경환 후보가 없었으면 절대 못할 사업들이었다"며 "최경환 후보가 또 의리가 있지 않느냐. 경산에 해준 걸 생각하면 찍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 후보 역시 경산 유권자의 이 같은 심리를 공략해 슬로건도 '최경환과 함께 다시 뛰는 경산!'으로 정했다. 또 과거 자신이 공천한 전직 기초·광역의원의 전폭적인 지원 사격도 받으며 '무소속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날 경산 중산동 펜타힐즈 삼거리에서 아침 출근 인사에 나선 최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민분들께서 출근을 하시며 손을 흔들고 눈을 맞춰 주시며 경적도 울려 주신다. 많은 호응에 감사드린다"며 "경산 발전 재시동을 최경환이 걸겠다"고 썼다.

다만 지역 내 보수 지지층 상당수가 아직까지 확실한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이에 26일 한동훈 위원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가운데 박 전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낼지 지역민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산에 후보를 내지 못하면서 녹색정의당 엄정애·진보당 남수정 후보가 민주·진보계열 지지층 전체를 대상으로 표밭을 다지고 있다. 경산시의원 출신으로 녹색정의당 경북도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엄 후보는 '민생정치'를 강조하며 바닥 민심을 누빈다.

경산주민대회 조직위원회 공동대표이자 진보당 경북도당 위원장인 남수정 후보는 이번 총선을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로 규정하고 '경산의 정치교체'를 주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