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측 "모듈러 교실 특성상 재사용 가능한 것이 장점"
품질 관리에 대한 제도적 장치 보완돼야
몇 해 전부터 경북에서 '모듈러 교실' 붐이 불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라는 말이 무색하게 포항과 구미, 경산 등 신도시가 조성된 지역에서는 갑자기 늘어난 학생으로 과밀 현상이 벌어져 교실이 부족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듈러 교실은 골조부터 실내 설비와 마감재까지 규격화한 건축물을 미리 만들어 놓고 필요한 만큼 학교 부지에 조립해 짓는 교실이다. 보통 학교 건물을 새로 짓거나 증축하려면 최소 수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지만 모듈러 교실은 4주 정도면 10여 개 학급이 쓸 4층 건물이 만들어진다. 조립만큼이나 해체도 간편해 필요한 기간만 쓰고 금방 철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덕에 지역에서는 노후화된 학교를 신·개축할 때도 모듈러 교실을 지어 임시 교실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구미의 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설치한 모듈러 교실에서 중고·불량 자재가 사용된 정황이 확인되면서 교육 당국의 관리 소홀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현장에서 발견된 하자인 습기와 곰팡이는 교실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과 교직원의 건강에 악영향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두고 업계에서는 '중고=부실'이라는 접근법보다는 품질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립식 공법 특성상 설치와 해체가 쉽기에 여러 차례 재사용 가능한 것이 모듈러 교실의 장점이다. 게다가 모듈러 교실은 6개월에서 1년가량의 단기 임대로 공급되는 경우가 많아 재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이들은 이번 사태의 본질이 중고가 아니라 '품질'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기자가 만난 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 동량인 학생들의 건강과 관련된 부분에서 관리가 소홀하거나 비양심적인 재활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며 "환경오염 예방을 위해 일부 재료를 재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건강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새것처럼 품질관리를 했어야 한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모듈러 교실 관리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모듈러 교실에 대한 품질 문제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국민권익위원회 신고 접수로 시행한 교육부의 모듈러 교실 표본조사에서 전국 5곳의 학교에서 시공 규정 미준수와 부실시공이 확인했다. 이런 문제로 교육부는 모듈러 교실 제작업체에 대한 전수조사도 시행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가 철저한 현장 감독을 약속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 현장 반응이다.
모듈러 교실의 품질을 파악하는 검수 체크리스트가 준공된 건축물을 대상으로만 시행되는 최종 점검용이기 때문에 이번 구미 사태처럼 공사 기간이 10여 일가량 남았다는 이유로 검수를 받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촉박한 시간 안에 짓는 모듈러 교실 특성상 뒤늦게 발견하면 대처 시기를 놓치고 만다.
이번 사태로 해당 중학교에 입학한 1학년 신입생 450여 명은 원격 수업으로 새 학기를 맞는 촌극까지 빚어졌다.
품질관리 문제가 발생하면 당연히 잘잘못을 따지고 책임 소재를 분명히 밝혀야 하지만 '예방'이 최우선이 되어야 함에는 누구나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번 사태는 경북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적으로 설치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교육 당국은 앞으로 모듈러 교실 품질과 관련한 제도적 보완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댓글 많은 뉴스
"촉법인데 어쩌라고"…초등생 폭행하고 담배로 지진 중학생들
"죽지 않는다" 이재명…망나니 칼춤 예산·법안 [석민의News픽]
[매일춘추-김미옥] 볼 수 있는 눈
이재명 사면초가 속…'고양이와 뽀뽀' 사진 올린 문재인
대구경북 대학생들 "행정통합, 청년과 고향을 위해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