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활동하고 있는 민간봉사단체 국제로타리는 지난 2022년 국제로타리 창립 117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회장의 탄생을 맞이했다. 캐나다 출신의 제니퍼 존스 회장은 1년의 임기 동안 전 세계 140만 로타리 회원의 수장으로서 성공적인 성과를 이루었고, 그것은 올해 7월 국제로타리의 두 번째 여성 회장의 탄생을 이끌어냈다.
유리 천장을 뚫고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을 개척하는 여성 리더들을 보면 나는 1998년 처음 로타리클럽에 가입했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로타리클럽에서 여성 회원들은 구색 갖추기 정도이거나 가입이 거부되기도 했기에 여성들만 모여 여성 로타리클럽을 만들었다. 나도 당연히 여성 클럽의 일원이었으니 여성 회원이 광역지자체 전체를 이끌거나 50여 개 이상의 클럽이 모인 지구 총재를 한다는 것은 물론 심지어 지구 리더 역할조차도 생각지 못할 때였다.
그러나 나는 가입 직후 우리 지구 총재가 1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한 행사에서 그에게 쏟아지는 기립 박수 소리를 들으며 봉사란 정말 위대한 것임을 느꼈고, 나도 내 모든 걸 바쳐 봉사하고 싶다는 열정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 열정을 쏟아붓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총재가 되어야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클럽 회장과 지구 리더로서 시간과 열정을 바쳤고, 기부와 봉사에 매진했다.
처음엔 '여성이 무슨, 나이도 어린데…' 같은 우려와 거부감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마침내 2005년 국제로타리가 한 세기의 획을 긋고 101년 역사를 시작할 때 한국 최초의 여성 지구 총재(District governer)로서 대구경북지역 100개 클럽을 이끌어가게 되었다.
이후 나는 모든 것은 시작이 중요하다는 것을 직접 체험했다.
내가 총재에 지명된 직후 경기도 성남에서 또 한 명의 여성 총재가 탄생했고, 1년의 내 임기 동안 각 지역에는 여성위원회가 꾸려져 여성 회원 수가 증가해 다양한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자매 지구인 일본 훗카이도를 방문했을 때 내 존재는 일본 로타리 회원들에게 충격이었다. 현재도 6%밖에 안 되는 일본의 여성 회원 비율은 당시에는 더 적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나를 비롯한 한국에서 여성 지구 총재가 탄생한 것이 계기가 되어 2007년 비로소 일본에서도 여성 지구 총재를 배출하게 됐다.
지금 로타리에는 클럽회장부터 지구 총재, 국제이사, 회장까지 많은 여성 리더들이 있다. 그 하나하나의 여정이 유리 천장을 깨는 일이었으며 쉽지 않았으리라는 점은 분명하다.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의 여성 리더는 다른 여성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역량을 키우게 한다. 역량 있는 여성들이 많아지면 여성이 리더 역할을 잘 해낼 수 있도록 가정과 직장, 사회 전체가 변화하기 마련이다.
물론 아직도 여성 리더들에게는 더 많은 잣대와 역할이 요구되고, 그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다른 여성, 혹은 다른 남성과 같아서는 리더가 될 수 없다. 차이를 포용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가장 중요한 것에 노력을 집중하는 것, 모든 면에서 완벽한 슈퍼우먼이 아니라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에서 탁월함을 발휘하는 것이 우리가 리더로서 빛날 수 있는 방법이다.
적어도 나는 부드럽고 섬세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 현재까지도 부단히 노력 중이다. 독단적으로 굴거나 야단치지 않고 늘 소통하려고 한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모든 여성 리더들의 여정에, 그리고 미래의 여성 리더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우리가 내딛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유리 천장은 조금 더 허물어지고 사회는 더 나은 쪽으로 변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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