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파이지 안에 커스터드 크림이 듬뿍 '바람이 불어오는 곳'
겹겹이 쌓인 페이스트리 파이지의 바삭함 '이씨에그타르트'
대학 시절, 홍콩으로 여행 갔다가 맛본 에그타르트를 몇 해가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한다.
에그타르트를 한 입 베어 문 순간 겹겹이 쌓인 페이스트리가 '바삭'거리던 그 소리. 그 안에서 흘러나온 부드럽고 달콤한 크림의 맛까지도. 가끔 그때를 떠올리면 에그타르트가 생각난다. 그러나 에그타르트 하나 먹자고 홍콩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대구에서도 그 맛을 느낄 수는 없을까' 생각하다 직접 찾기로 결심했다. 대구 곳곳을 돌아다닌 결과 에그타르트 찐 맛집 두 곳을 발견했다. 바로 중구에 위치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이씨에그타트르'다.
◆입안 가득 달콤한 크림을 느낄 수 있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
'파이지는 얇아도 돼. 그 대신 에그타르트 필링을 마음껏 맛보고 싶어' 얇은 파이지 안에 커스터드 크림이 듬뿍 담긴 에그타르트를 맛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주목! 지금 당장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가라. 입안 가득 달콤한 커스터드 크림의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을 테니.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 위치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들어가자마자 한 사람이 에그타르트 파이지 반죽을 틀에 넣고 밀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바로 금유임(55)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대표. 금 대표는 "에그타르트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 틈틈이 파이지 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에그타르트는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대표 메뉴로, 손님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에그타르트를 판매했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가게에 손님이 줄자, 이곳만의 무기가 필요했다. 평소 여행을 좋아했던 금 대표는 문득 홍콩·마카오 여행을 갔을 때 타이청 베이커리 앞 수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던 것을 기억했다. 그는 '에그타르트가 상품성이 있구나'라고 생각했고, 곧장 직원들에게 "에그타르트를 만들어보자"고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금 대표의 아이디어를 실현한 사람은 박정민(32) 매니저다. 그는 퇴근 후 학원에 다니고 스스로 연구도 하면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만의 에그타르트를 만들었다.
박 매니저는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는 버터 함량이 너무 많아서 제 입맛에는 조금 느끼했다. 그래서 포르투갈식과 홍콩식을 섞은, 오히려 홍콩식에 가까운 에그타르트를 만들었다.
파이지는 페이스트리의 바삭함과 쿠키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파트브리제 공법을 사용해 만들었다. 한 입 베어 물면 입안에 가득 차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파이지 안에 필링을 듬뿍 채웠다"고 말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에그타르트 안에 들어가는 재료도 아끼지 않는다. 금 대표는 "저희 가게 에그타르트는 다섯 가지 종류가 있다. 기본, 단호박, 옥수수, 팥 그리고 초코(각 4천500원)다. 기본 에그타르트 베이스에 여러 가지 재료를 추가하는데, 단호박 맛에는 진짜 단호박을, 옥수수 맛에는 통조림 속 콘옥수수를 갈아서 넣는다. 팥 맛에는 뜨거운 물에 삶은 팥을 구워서 에그타르트 필링에 사용한다"며 "재료를 아낌없이 듬뿍 넣어서 한 개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에그타르트와 함께 곁들일 커피, 음료도 구비되어 있다. 시그니처는 딥크림라떼(6천원) 아이스. 바리스타가 직접 원두를 로스팅해 내린 연유 커피 위에 크림이 올라간 메뉴다. 커피의 쌉싸름한 맛을 연유와 크림이 잡아줘 달콤함을 느낄 수 있다. 생과일주스도 인기가 좋은 메뉴 중 하나다. 딸기라떼(6천원)에는 으깬 딸기가, 레몬에이드(5천900원)에는 생레몬이, 키위주스(6천원)에는 큰 키위 2개가 통째로 들어간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는 에그타르트, 딥크림라떼 등 맛있는 메뉴가 많다. 그럼에도 메뉴 개발은 게을리하지 않는다. 금 대표는 매주 휴무인 월요일 직원들과 함께 카페 투어를 간다고 말한다. 그는 "매주 월요일 다함께 디저트 맛집 탐방을 한다. 인테리어가 멋진 곳에 가기도, 디저트가 맛있다는 곳에 가기도 한다. 인테리어를 보고, 디저트를 먹으면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보완해야 할 점들을 찾는다"며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에그타르트 카페가 되고 싶다. 그에 걸맞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겹겹이 쌓인 페이스트리 파이지가 매력적인 '이씨에그타르트'
겹겹이 쌓인 페이스트리 파이지 속에 부드럽고 달콤한 커스터드 크림이 듬뿍 담긴 에그타르트를 먹고 싶다면 이씨에그타르트로 오시라. 이곳의 에그타르트는 페이스트리의 바삭함과 커스터드 크림의 촉촉함을 느낄 수 있는 그야말로 '겉바속촉'의 정석이다.
동성로 관광안내소(구 중앙파출소) 뒷골목에 위치한 이씨에그타르트는 테이크아웃 전문 에그타르트 맛집이다. 커피, 음료 메뉴 없이 오직 에그타르트만 판매하지만, 항상 손님들로 북적북적하다.
이씨에그타르트가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는 이유는 페이스트리 파이지 때문이다. 이씨에그타르트 파이지는 다른 가게들에 비해 유독 바삭하다. 이미래(34) 이씨에그타르트 대표는 파이지를 바삭하게 만들기 위해 반죽을 할 때 온·습도 조절에 신경 쓴다고 말한다. 그는 "에그타르트를 먹을 때 '바삭'하는 식감과 소리가 좋아서 페이스트리 파이지를 만들기로 했다. 파이지는 온도와 습도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관리를 소홀히 하면 맛이 달라진다. 그래서 저희는 남산동에 작업실을 따로 마련해 두고 그곳에서 반죽하고 있다"고 했다.
이씨에그타르트의 에그타르트는 포르투갈식이다. 이 대표는 포르투갈에서 먹은 에그타르트 맛에 반해 직접 만들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이전에는 마카롱, 아이스크림 가게를 운영했다. 가게를 하다가도 1년에 1번 정도는 해외여행을 갔는데 때마침 포르투갈로 여행을 가게 됐다. 그곳에서 맛본 에그타르트가 너무 맛있어서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었다"며 "이왕이면 에그타르트의 본고장 포르투갈에서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해 현지에서 만드는 방법 배웠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가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포르투갈에서 배운 오리지널 맛을 시작으로 콘옥수수, 바닐라, 누룽지, 블루베리(각 3천원) 등 여러 가지 맛의 에그타르트를 만들어냈다. 과거 여러 디저트 가게를 운영한 경험 덕에 새로운 메뉴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콘옥수수 맛에는 에그타르트 필링에 옥수수를 넣어 고소함을 살렸다. 블루베리 맛에는 블루베리잼을 첨가해 달콤함을, 누룽지 맛에는 누룽지와 누룽지 가루를 넣어 구수함을 더했다. 5월 어린이날을 앞두고 초코바나나 맛도 재출시한다.
이 대표는 이씨에그타르트를 운영하면서 여러 소중한 경험도 했다고 말한다. 그는 "재작년에 프랑스 유명 디저트 카페인 파리다방과 협업한 적이 있다.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이씨에그타르트의 에그타르트를 판매했는데, 손님들이 줄을 서서 살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너무 감사했다"고 했다.
이어 "대구에 여행을 왔다가 매장을 찾은 포르투갈 손님도 있었다. 맛있다고 해주셔서 감사히 여겼는데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또 한 번 와서 에그타르트를 맛보고 가셔서 너무 뿌듯했다. 3개월 동안 매일 오리지널 맛 4개를 사 가시는 부부도 계신다. 찾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씨에그타르트는 손님들의 사랑에 힘입어 최근 서울 신촌점을 오픈했다. 이 대표는 "서울에서 택배로 에그타르트를 주문하는 손님이 많았다. 경기도 수원·서울 백화점 팝업을 열었을 때도 많은 분이 찾아주셨다. 수도권에 사시는 분들이 대구를 찾지 않아도 이씨에그타르트의 에그타르트를 드실 수 있도록 신촌점을 열게 됐다"며 "이씨에그타르트가 손님들에게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맛있는 것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지 않나. 제가 만든 에그타르트를 먹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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