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정치의 위기다. 사법 처리 절차를 밟고 있는 범죄 혐의자들이 신당을 창당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8조와 제21조가 보장하는 정당 설립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1,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3일 자신의 이름을 딴 '조국혁신당'을 창당하고 당 대표를 맡았다. 조적조, 조스트라다무스, 조만대장경이라는 비아냥을 자초하던 '조국'답다. '조국의 늪과 강'이 아니라 '윤석열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가 당선되더라도 대법원에서 원심 판결을 확정하면 의원직을 상실하고 복역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형법을 가르쳤던 그가 이제 '법치주의'에 정면 도전장을 낸 셈이다.
당 대표 선거에서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첫 재판은 4일 시작됐다. 그러나 그는 '검찰 해체'를 기치로 내건 (가칭)'소나무당' 창당대회를 6일 연다. 헌정사상 유례없는 옥중 창당이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윤관석 의원과 강래구 전 한수원 감사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 중인 범죄 혐의자라도 '무죄 추정 원칙'에 따라 대법원 판결 전까지 피선거권 제한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신당 창당은 권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무원의 경우 기소와 동시에 직위해제되는 등 관례를 감안하면 조 전 장관과 송 전 대표의 창당은 '내로남불'의 극치다. '롤모델'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다. 대장동·위례신도시·성남FC·백현동 의혹, 위증 교사 의혹,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돼 매주 두세 번 법정에 나가지만 그는 '이재명 사당화'를 완성한 공천 작업을 주도하면서 꿋꿋이 버티고 있다.
4월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의원 신분이 되더라도 이들의 범죄 혐의가 사라지거나 무죄 선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의정 활동을 할 수도 없다. 이들의 공통점은 변호사이거나 법대 교수로서 누구보다 법을 잘 아는 최고의 엘리트라는 점이다. 범죄 혐의로 물의를 빚거나 재판을 받게 된다면 누구나 공직을 내려놓고 재판에 성실하게 임하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다. 강성 지지층에 의존하는 '팬덤 정치'가 초래한 법치주의와 정당정치의 위기다.
서명수 객원논설위원(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dider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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