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떠난 전공의, 막말하는 의사들…환자들 분노 '폭발 직전'

입력 2024-03-03 16:55:30 수정 2024-03-03 19:43:11

"환자 버리는 행위 납득 안돼" 환자·보건단체 울분
사직 반대 전공의·의대생들도 서서히 목소리 높여
"정부 불만에 직역 이기주의 맞물려" 해결 난망 우려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주최 전국의사총궐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주최 전국의사총궐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 집단이탈 복귀 시한 마지막 날인 29일 대구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불꺼진 외래 진료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전공의 집단이탈 복귀 시한 마지막 날인 29일 대구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불꺼진 외래 진료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생명을 살리겠다며 의사가 된 것 아닙니까? 그 맹세는 다 어디로 가고 환자들을 버리고 병원을 떠난건가요?"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이유로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던지고 떠난 지 2주가 지나면서 시민사회의 인내심이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시민들은 "왜 직역 이기주의에 애먼 환자와 시민들이 고통받아야 하느냐"며 분노하는 상황이다.

3일 대구지역 6개 수련병원(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대구파티마병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복귀한 2명 외에 추가 복귀한 전공의는 없는 상태다.

◆ 환자들 "우릴 버린 것 납득 안 돼"

지난달 29일 대구 중구 경북대병원 수납 창구에서 만난 30대 환자는 "전공의들이 이렇게까지 환자를 버릴 거라고는 생각못했다"면서 "사람 살리는 일 하겠다고 선택한 직업 아닌가. 그런데 죽어가는 사람을 이렇게 버리는 건 납득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젊은 의사들이 국민들을 설득하고 도움을 호소하진 못할망정 일방적으로 병원을 떠나버리는 태도에 실망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날 병원에서 만난 60대 환자는 "정부가 갑자기 의대 정원을 2천명이나 늘린다고 하니 놀랐을테고, 반대할 수는 있겠지만 굳이 이런 방식으로 반대 의사를 표시해야 하느냐"며 "진료 잘 받고 있던 환자가 이처럼 불편을 겪는데 어느 환자가 전공의들의 의견을 납득하겠냐"고 성토했다.

'다른생각을가진의대생/전공의' 인스타그램 계정 캡쳐.
'다른생각을가진의대생/전공의' 인스타그램 계정 캡쳐.

◆ 시민들 "말이라도 곱게 하던가"

전공의 사직이 시작된 이후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협 비대위)와 일부 전공의들의 발언에 상처받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이 "지방에 부족한 건 의사가 아니라 민도"라는 발언이나, "의사가 없으면 환자도 없다"는 전공의의 말은 공분을 일으킨 바 있다.

영남대병원에서 만난 70대 환자는 "의사들이 얼마나 환자나 비수도권 주민들을 우습게 봤으면 국민 수준을 비하하는 '민도'라는 표현을 사용했나"라며 "이 참에 막말하는 의사들은 면허를 취소하면 좋겠다"고 했다.

온라인 상에서는 전공의 집단 사직에 반대하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조금씩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SNS에는 '다른생각을가진의대생/전공의'라는 이름의 계정이 개설됐다. '2024년 의대생의 동맹휴학과 전공의 파업에 동의하지 않는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모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이들은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이 계정 운영자는 "집단행동에 참여한 개개인은 더 나은 의료를 열망했을 지 모르나, 집단행동으로 어떤 사회적 가치나 발전적 요구사항을 요구할지 논의는 부재했다"며 "사직한 전공의들은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하며 무엇보다 우선시돼야 할 환자들의 건강과 안전까지도 뒤로 밀려났다"고 지적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연합뉴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연합뉴스

◆ 환자단체들, 의료계 공개 성토

환자단체들도 전공의들의 사직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한국백혈병환우회 등 9개 환자단체가 참여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질병의 고통과 죽음의 불안과 싸우는 것만도 벅찬데, 치료 연기는 '사형선고'와도 다름없다"고 호소했다.

김태현 한국루게릭연맹회장은 "의사 집단이 국민 목숨을 담보로 겁박한다면 시정잡배와 무엇이 다른가"라며 "조직폭력배와 다단계 조직보다 더한 집단"이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그러나 의대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1월 한국정책분석평가학회보에 '2020년 의대정원확대 정책입안의 실패 요인'이라는 논문을 기고한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정부 정책 추진에 대한 반발과 함께 직역 이기주의도 작용한 게 지금의 상황"이라며 "의협이 강력한 이익집단이고, 미래의 의사가 될 전공의들이 합세했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결국 양쪽이 협상하고 양보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며 "더 진행된다면 결국 국민만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