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는 무너지는 지역 필수의료를 살려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언제 어디서나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①의료 인력 확충 ②지역 의료 강화 ③의료 사고 안전망 ④공정 보상 등 4대 개혁 과제로 구성된 필수의료 패키지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개혁안에는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 계획이 포함되었는데, 2025년부터 5년 동안 의대 입학 정원을 2천 명 늘리겠다는 방안이다.
정부에 따르면 전국 의대 정원은 이승만 정부 시절 1천40명, 박정희 정부 2천210명, 전두환 정부 2천770명, 노태우 정부 2천880명, 김영삼 정부 3천260명, 김대중 정부 초기 3천300명(이상 정원 외 미포함 수치)이었다. 현재 의대 정원은 3천58명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해 "1998년 이후 27년째 의대 정원은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했다. 오히려 2006년 351명을 줄인 뒤 19년간 동결된 상태"라고 답변하며 의대 정원 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의료계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하며 전공의의 약 80.5% 수준인 1만34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소속 전공의의 72.3%인 9천6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보건복지부는 밝혔다. 정부는 29일까지 업무 복귀 명령을 내리며 강력한 대응 방침을 천명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이 사안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최근 10여 년 동안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최근 10년 동안 한국에서 의사들의 파업이나 집단행동은 정부의 의료 정책에 대한 반발로 발생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한방 첩약의 급여화, 비대면 진료 도입 등과 같은 정책들이 있었다.
의료계는 이러한 정책들이 의료의 질 저하, 의료 서비스의 불평등 확대, 의사들의 전문성 및 권리 침해 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하며 반발했다.
2020년에는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10년간 한시적으로 400명 증원하여 총 4천 명의 의사를 추가로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대규모 파업을 단행하며,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 인력까지 파업에 참여하는 한국에서 유례가 드문 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집단행동은 정부가 일부 정책을 수정하거나 철회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과거의 사례에서 모두에게 남은 것은 상처뿐이지만, 대규모 의사 파업을 통해 한국 의료 현실의 맨얼굴을 적나라하게 확인하면서 얻게 된 교훈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부족한 정부의 허술한 정책이 큰 문제로 지적되었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는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을 더욱 심화시켰다는 평가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은 설익은 정부 정책이 어떤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지 알게 된 것이다.
또한 국민들은 의사들의 단체행동으로 국민의 생명까지 위협받게 되는 무서운 현실을 목도하며 의료계에 대해 강력한 엘리트 이해집단 카르텔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필수의료 확충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꾸준히 높아졌고, 정부 정책은 자연스레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이어졌으나 의료 단체와 갈등을 겪으며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사회적 필수 인력이라고 할 수 있는 경찰, 소방 인력 현황은 어떨까? 경찰청 '경찰 통계연보'에 의하면 경찰 인력은 매년 증가하여 2013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2만5천647명이 증가했고, 1인당 담당 인구수는 485명에서 393명으로 92명 감소했다. '향후 치안 서비스의 사회간접자본(공공재)적인 성격을 고려, 경찰 인력의 지속적인 증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소방청 '소방행정자료 및 통계'에 의하면 소방 인력은 동 기간 동안 2만7천140명 증원되었다. 물론, 의사를 경찰이나 소방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라는 측면에서 동일하다.
정책의 방향이 옳더라도 과정이 치밀하고 성숙해야 한다. 지역 필수의료 공백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 정부는 성과 내기 보여주기식 정책 추진이 아니라 국민 의료 백년지대계의 관점에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의료계 또한 의사 파업은 국민에게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문제라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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