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장님 아니었음 못 내려왔어요"…비번 소방관이 구조한 조난 등산객

입력 2024-02-19 17:43:57 수정 2024-02-20 19:38:44

대구 달서소방서 고민지 소방장 지난 13일 비슬산에서
대구소방안전본부 '칭찬합시다' 게시판 통해 미담 전해져

대구 달서소방서 고민지 소방장. 대구 달서소방서 제공
대구 달서소방서 고민지 소방장. 대구 달서소방서 제공

쉬는 날 비슬산을 찾은 대구 달서소방서 소속 소방관이 기지를 발휘해 조난당한 등산객을 구조한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19일 대구 달서소방서에 따르면 고민지 소방장은 지난 12일 비슬산을 등반하던 중 정상 인근에서 30대 박모 씨 등 2명을 마주쳤다. 당시 하산을 하고 있던 고 소방장은 박 씨에게 "해가 지고 있으니 어서 하산해야한다"고 했다.

이후 고 소방장은 하산을 마친 뒤 집으로 귀가하려고 했으나 주차장의 차량 1대가 눈에 띄었다. 차에서 클락션이 계속 울렸음에도 불구하고 차주가 나타나지 않는 점을 이상하게 여긴 것이다. 이에 고 소방장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차주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해당 차량의 차주는 고 소방장이 하산하는 길에 만났던 박 씨로 당시 그들은 이미 산속에서 길을 헤메고 있는 상태였다. 갑작스럽게 해가 지면서 주위가 어두워지자 내려가는 길을 제대로 못 찾고 있었고 휴대폰 배터리 역시 부족한 상태였다.

이 때 이들을 구한 것이 고 소방장이었다. 박 씨와 연락이 닿은 고 소방장은 우선 이들을 안심시킨 뒤 눈에 띄는 구조물 등을 물어보며 이들의 위치를 파악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불빛이 보이는지, 목소리가 들리는 지 등을 지속적으로 물어본 끝에 약 30분만에 박 씨 일행을 찾아낼 수 있었다. 이후 이들은 함께 무사히 하산을 마쳤다.

이 소식은 지난 14일 대구소방안전본부 누리집 '칭찬합시다'라는 코너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박 씨는 해당 코너를 통해 '산속에서 길을 잃고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도 몰라 매우 난감하던 상황에 고 소방장님 덕에 무사히 하산할 수 있었다'며 '저도 소방장님처럼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야겠다 다짐하게 됐다'고 했다.

고 소방장은 "저의 작은 행동이 시민의 안전으로 이어져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일상 속에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소방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