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달 일한' 사회초년생 음주뺑소니로 사망케 한 20대…항소심서 감형

입력 2024-02-15 21:23:39

출근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이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해당 여성은 중상을 입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채로 치료받고 있다. KBS 보도화면 캡처
출근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이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해당 여성은 중상을 입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채로 치료받고 있다. KBS 보도화면 캡처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아 사회초년생을 치어 숨지게 한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재판부는 유사한 사건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감형했다며 양해를 구했지만, 유족은 재판부의 판단을 이해할 수 없다며 음주운전 처벌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산지법 형사항소1-2부(박원근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20대·남) 씨에게 징역 10년이던 원심을 깨고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4월 17일 오전 7시 29분쯤 울산 남구 삼산로 현대백화점 앞 사거리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여성 B씨를 차로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당일 A씨는 새벽까지 술을 마셨고 친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차를 몰았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2% 상태로 면허취소수치(0.08%)를 훌쩍 웃돌았다.

A씨는 사고 직후 도주했다가 몇 분 뒤 돌아와 경찰관이 출동한 현장을 잠시 지켜보다가 다시 차를 몰고 떠났다.

이 사고로 피해자 B씨는 중태에 빠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24일 만에 숨졌다. 특히나 B씨는 석 달 전 어린이집에 취직한 새내기 사회초년생이었고 출근길에 변을 당해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

1심 재판부는 "유족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피고인이 초범이지만 중형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또한 A씨가 음주운전 과정에서 신호 위반까지 해 범행했고, 혐의도 인정하지 않는 등 태도가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또 유족이 엄벌을 계속 탄원하고 있는 점도 설명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다른 유사한 사건 선고 형량과 형평성 등을 고려해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 직후 유족을 향해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아버지를 증인으로 불러 입장을 들어봤다. 슬픔이 극심한 것을 재판부가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피고인에게 어떤 중형을 선고해도 유족들에게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가시게 할 수 없다는 점, 재판부가 형을 정할 때는 피고인에 대한 양형 사유도 참작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특별히 유사한 판결 양형을 모두 조사했다. 유족 입장에서는 만족을 못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재판부 입장에서는 결코 가벼운 판결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선고 후 법정에서 나온 피해자 유족은 "6천~7천명이 엄벌 탄원에 동참했었다. 감형을 이해할 수 없고 음주운전 처벌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