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증시 축제 일단 스톱…‘CPI 충격 여파’ 5천선 무너진 S&P500지수

입력 2024-02-14 15:20:56

2021년 4월 4천선 넘어선 이후 2년 만에 맨 앞자리 바꿨지만 다시 하락
금리 인하 주요 요건이있던 1월 CPI 결과, 예상치 웃돌면서 시장 경색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가 지난 9일(현지시간) 5천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증시에 충격을 안겼다. 사진은 연합뉴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가 지난 9일(현지시간) 5천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증시에 충격을 안겼다. 사진은 연합뉴스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가 종가 기준 사상 처음으로 5천을 넘어서며 증시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하지만 13일 미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1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웃돌며 찬물을 끼얹었다. S&P 지수도 다시 하락 국면으로 전환됐다.

S&P 지수는 미 증시의 전반적인 상황을 잘 반영하는 시장 대표지수다. 미 증시에 상장된 약 500개 대형주 가격 움직임을 시가총액 가중방식으로 산출하고 있어 중요성이 높다. 그렇기에 이번 5천선 돌파가 갖는 의미 역시 크다. 인플레이션 완화, 주요 기업들의 성장성 증명, 경제 연착륙 등 시장에 퍼져있는 낙관론을 어느 정도 증명하는 결과였기 때문이다.

7일 S&P 500 지수가 당일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더니, 8일에는 장 마감 직전인 오후 3시 59분 5000.4를 기록하며 5천선을 돌파했다. 종가 기준으로는 전날 보다 2.85포인트(P) 오른 4997.91로 마무리했지만, 역시 사상 최고치였다. 결국 다음날 종가 기준 5026.61로 마감하며 5천선 고지를 확실히 점령했다.

S&P 지수가 지난 2021년 4월 4천선을 넘어선 후 2년 만에 지수 맨 앞자리를 바꾸게 된 원동력으로는 미 7대 기술주로 불리는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세븐)'이 꼽힌다. 7대 기술주에는 ▷엔비디아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메타 ▷아마존 ▷테슬라가 포함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역대급 실적으로 지수 상승을 견인한 엔비디아를 필두로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의 활약이 컸다.

주요 기술주의 실적과 S&P 500 지수 상승까지 기준 금리만 내리면 미 증시는 사실상 날개를 다는 셈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미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인플레이션 하락과 금리 하락이 시장을 뒷받침하고 향후 6~12개월 동안 더 폭넓은 상승을 촉진할 것"이라며 S&P 500 지수 성장세를 점쳤다. 자산관리 기술 기업 엔베스트넷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인 다나 디오리아도 CNBC와 인터뷰에서 "결국 우리는 경제적 측면에서 엄청난 좋은 소식을 접하고 있으며 시장은 이에 반응하고 있다"며 장밋빛 전망을 냈다.

하지만 분위기는 다르게 흐르고 있다. 미 1월 CPI가 예상치를 웃돌며 금리 하락 시기가 늦어지고 미 증시가 당분간 경색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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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미 노동통계국은 1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예상치인 2.9%를 넘어선 것이다. 전월 대비 기준으로도 0.3% 상승하며, 역시 전문가 예상치인 0.2%를 넘어섰다.

1월 CPI 상승은 주거비가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주거비는 전월 대비 0.6% 올라 상승세가 지속되며 1월 CPI 상승분의 약 65%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블룸버그의 계산에 따르면 주택과 에너지를 제외한 서비스 가격도 0.8% 상승해 2022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부동산정보제공기업 브라이트 MLS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리사 스터티번트는 "인플레이션이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은 가장 자주 구매하는 물건에 대해 여전히 높은 가격의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평가했다.

CPI 결과치가 시장의 기대와 다르게 나오자 미 증시는 요동을 쳤다. 견고할 것 같던 S&P 500 지수도 종가 기준으로 5천선이 무너졌다. 13일 종가 기준 4953.17을 기록하며 전일 대비 1.37% 하락했다.

S&P 500 지수를 이끈 주요 기술주 주가 역시 하락을 면치 못했다. 엔비디아 전일 대비 0.17% 하락한 721.28 달러, 마이크로소프는 406.32 달러(-2.15%), 메타 역시 460.12 달러(-1.87%)로 하락했다.

반면, 미 국채금리는 일제히 올랐다. 2년물 국채금리는 20bp 오른 4.68%, 10년물 금리는 14bp 오른 4.32%에서 거래됐다.

금리 인하 시기도 3월은 사실상 불가능해졌으며, 유력했던 5월 인하 전망도 6월까지 밀릴 것으로 예상됐다.

LPL 파이낸셜의 수석 글로벌 전략가 퀸시 크로스비는 "많은 기대를 모았던 CPI 결과가 금리 완화를 예상했던 사람들에게는 실망스러울 것"이라며 ″연준이 금리 인하 시작하기 전에 더 신중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포인트72 자산운용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딘 마키도 "금리 인하를 고려하는 연준에는 불편한 데이터"라며 "5월 금리 인하 가능성도 낮아졌다"고 내다봤다.

한편, 연준 회의는 오는 3월 19일로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 지금까지 금리, 인플레이션 및 실업률에 대한 지표와 분석 결과 등이 다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