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잡아 놓은 물고기가 아니다." 놀랍게도 우리 지역 국민의힘 한 중진 국회의원이 한 말이다. 여기에서 '놀랍게도'라고 한 것은, 대구경북 유권자가 해야 할 얘기가 우리 지역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왔다는 게 의외라는 뜻이다. 생각해 보라. 대구경북 유권자를 '잡아 놓은 물고기'로 여긴 것은 이 지역 국회의원 자신들이 아니었던가?
국민의힘 공천만 받으면 누구든 묻지 않고 지지를 해주는 지역 분위기 탓에 이 지역 국회의원은 유권자를 대하는 자세가 성실하지 않았다. 그들은 비만 고양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유권자들에게 나태했고 무책임했다. 그들은 '잡아 놓은 물고기에게는 더 이상 먹이를 주지 않는다'라는 격언을 앞장서 실천한 당사자였다.
그런 사람들이 'TK 공천 물갈이'라는 유령이 나타나자 볼멘소리를 하는 것이다. 권력자가 마음대로 자르고 꽂아 넣는 드라마가 이번에도 예외는 아닌 것 같으니까 지레 겁먹고 손사래를 치는 거다. '잡아 놓은 물고기'가 아니니 함부로 하지 말라거나, 그렇게 하면 가만 있지 않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다.
그들의 고함 소리가 낙하산 공천을 날려 보낼 천둥 바람 소리가 될지, 아니면 'TK 공천 물갈이'라는 유령에 가위눌려 지르는 헛소리인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민의힘이 그동안 우리 지역을 '잡아 놓은 물고기' 취급을 한 것은 사실이라는 점이다. 중앙당의 권력자는 이 지역 국회의원들을, 이 지역 국회의원들은 자기 지역 유권자들을 '잡아 놓은 물고기'로 여겼다.
따라서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TK 공천 물갈이'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하느냐이다. 지금까지 했던 방식대로 위로부터 공천 물갈이는 아무리 하더라도 우리는 '잡아 놓은 물고기'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우리 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 공천 과정은 과거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첫째, 가장 마지막으로, 공천 일정이 마무리되는 단계에 결정할 것이다. 둘째는 대폭 물갈이로 국민의힘 공천 물갈이 지표를 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셋째는 지역 유권자의 뜻이 아니라 지도부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다. 말하자면 이 지역의 국민의힘 공천은 일정 막바지에 가 대폭 물갈이를 하게 될 것인데 공천 결정은 대개 권력자가 판단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래서 사실 걱정이다. 지역 유권자의 의사는 이 과정에서 끼어들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한다. 공천은 이른바 시스템으로 할 것이며 정해진 규칙에 따라 공정하게 하겠다고 공언한다. 그러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이가 얼마나 될까? 윤심의 존재 여부도 당장 의문일 뿐 아니라 지도부의 재량과 판단에 주어진 점수가 가볍지 않다는 점도 염려되는 대목이다.
한 지역 기자의 전언에 따르면, '윤석열' '한동훈' 권력 실세의 이름을 입에 올리며 공천에 유리한 분위기를 만들려는 출마 예정자들이 숱하다고 한다. 출마 예정자들이 지역의 주인인 유권자들을 만나 귀를 열 생각은 하지 않고 권력자만 쳐다보고 있다는 건 개탄할 일이다.
사실 '잡아 놓은 물고기'라는 말처럼 고약한 모멸은 없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것은 우리 지역 유권자가 자초한 일이다. 위에서 던져준 것을 묻지 않고 지지해 왔던 우리의 정치적 게으름의 소산이다. 그러니 이 문제의 해결은 우리 지역 유권자가 정신을 차리는 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밖에 없겠다.
우리 지역의 정치 지형은 여전히 국민의힘이 압도적 다수를 이루고 있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예전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로 성장하고 있지만 이 지역에서 다수에 필적하려면 가야 할 길이 멀다. 새로 생긴 개혁신당에 대한 이 지역의 신뢰는 더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이런 형국에서 우리 유권자들이 '잡아 놓은 물고기' 신세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 지역 지배 정당인 국민의힘 내부의 실질적인 경쟁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정당 간 경쟁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정당 내 경쟁을 만들어 내야 한다. 공천이 치열한 내부 경쟁을 거치도록 하고 그 선택을 우리 지역 유권자들이 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잡아 놓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라는 조롱을 면할 수 있다. 윤석열, 한동훈의 공천이 아니라 대구경북 유권자의 공천이 되도록 우리 스스로 눈을 크게 뜨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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