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마지막 날 모습…기차·버스 표 못 구한 외국인·어르신들 '발동동'

입력 2024-02-12 17:07:30 수정 2024-02-12 20:27:09

온라인 예매 미숙해 외국인·고령층 표도 쉽게 못 구해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동대구역, 일상 향하는 귀경객들로 북새통
연휴 마지막 날 백화점·병원 등 시내 곳곳 북적북적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오전 동대구역에서 귀경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오전 동대구역에서 귀경객들이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오후 1시쯤 동대구역 매표소. 좌석표를 구하지 못한 고령층과 외국인들이 입석표라도 구하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모습. 김유진 수습기자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오후 1시쯤 동대구역 매표소. 좌석표를 구하지 못한 고령층과 외국인들이 입석표라도 구하기 위해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모습. 김유진 수습기자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버스터미널과 기차역에는 가족들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다시 일상으로 향하는 귀경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낮 기온이 10도를 웃도는 포근한 날씨 덕에 대구 시내 곳곳도 마지막 휴일을 즐기러 나온 이들로 혼잡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후 1시쯤 찾은 서대구고속버스터미널은 무거운 발걸음을 애써 옮기는 시민들로 가득했다. 날이 풀린 만큼 옷차림은 가벼웠지만 양손 한가득 캐리어와 명절 선물을 든 이들은 못내 아쉬움을 드러내며 가족들과 석별의 정을 나누고 있었다.

버스 승강장 앞에서 손녀의 재롱을 지켜보고 있던 전모(65) 씨는 "딸이 서울 영등포에 사는데 기차표가 없어 인천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다. 오래간만에 손녀를 만나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휴가나 명절 때가 아니면 딸과 손녀를 자주 못 보다 보니 헤어질 때마다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동대구역 역사 내 기차 플랫폼에서도 섭섭한 표정으로 부모, 형제, 친지와 작별 인사를 나누는 풍경이 펼쳐졌다. 가족들과 함께 서울로 향하는 열차를 기다리고 있던 홍진녕(27) 씨는 "상경한 지 3년이 넘었는데 매번 명절 끝에 서울로 가는 길은 어색하다.

명절이 아니면 평소에는 일 때문에 자주 못 내려와 그런 것 같다"며 "용돈을 드렸을 때 좋아하시는 부모님의 표정을 자주 보기 위해서라도 마음을 다 잡고 올라가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날 동대구역 매표소에서는 "새마을, 무궁화, 서서가! 좌석 없어요!"라는 큰 소리가 연이어 나오기도 했다. 외국인들에게 입석표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설명 중이던 안내원들의 목소리였다.

온라인 예매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현장에서 표를 사려고 기다렸다가 좌석표가 전부 매진돼 빈손으로 되돌아오기 일쑤였다.

인도네시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한로쿠(35)씨는 "연휴를 맞아 대구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나러 왔다가 수원으로 되돌아가야 하는데 좌석표가 모두 매진됐다고 해 당황스럽다"며 "버스 표도 못 구해 어쩔 수 없이 대구에 하루 더 머무를 계획"이라고 했다.

고령층 역시 온라인 예매 방식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KTX 교통약자 우선 청구 매표소 앞에 있던 정환수(64) 씨는 "평소에는 자식들 도움을 받아 표를 샀는데 이번에는 입석표도 겨우 구했다"며 "휴대폰으로 예매를 시도했는데 너무 복잡해서 엄두도 안나더라"고 토로했다.

대구 시내 곳곳은 연휴 마지막 날을 즐기러 나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동대구역과 반월당역 인근 도로에는 백화점으로 들어가기 위한 차량들에게 수신호를 보내는 모범운전자들의 호루라기 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맛집과 카페 등은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연휴 기간 병원 진료를 받지 못했던 이들은 오전 일찍부터 문을 여는 병원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달서구의 한 이비인후과에 방문한 배모 씨는 "설 연휴 동안 아이가 고열에 시달려 아침 일찍 병원에 왔는데 진료를 시작하는 10시에 이미 대기번호가 56명이었다"며 "연휴에는 어쩔 수 없더라도 대체공휴일 등에는 진료를 하는 병원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가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