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아직 안아보지도 못했어요" 이국 땅에서 낳은 아픈 아이

입력 2024-02-06 06:30:00

전 남편과 결별 후 홀로 가족 부양…돈 벌고자 태국에서 한국으로
공장, 농촌에서 일자리 구했지만 같은 태국인에게 괴롭힘 시달려
새 남편 만나 아이 출산했으나 '무호흡'… 보험 적용 안 돼 병원비 '막막'

지난 2일 픽운(37) 씨와 우템(38) 씨 부부가 무호흡증으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아이와 출산 직후 처음으로 만나고 있는 모습. 윤정훈 기자
지난 2일 픽운(37) 씨와 우템(38) 씨 부부가 무호흡증으로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아이와 출산 직후 처음으로 만나고 있는 모습. 윤정훈 기자

계획대로 살 수 있는 건 축복받은 삶이다. 가난은 사람을 궁지로 내몰아 무리한 선택을 강요하고, 그 선택엔 늘 고통스러운 결과가 뒤따른다. 혼란 속에서 판단력과 여유를 잃은 이들은 또다시 무리한 선택을 하며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계획대로 사는 이들의 눈엔 한심한 삶일 수 있지만, 그 삶은 누군가에겐 처절한 발버둥에서 벌어진 결과일지 모른다. 태국인 불법체류자 픽운(37) 씨의 삶도, 그런 종류였다.

◆가난한 농촌의 삶 피해 한국에 왔지만…

픽운 씨는 쌀 농사를 짓는 부모님 아래 1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그의 고향은 태국 북동부 우돈타니(Udon Thani)주로 사람 체온 수준의 무더위가 익숙한 지역이었다.

뜨거운 태양이 사라진 밤에도 지긋지긋한 열기는 계속됐다. 작은 판잣집 방 한 칸에 여섯 식구가 꼭 붙어 자야 했다. 형제자매들은 모두 중학교만 간신히 졸업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려면 입학금에 매달 학비까지 내야 하는데, 픽운 씨 집안 형편엔 어림없는 얘기였다. 픽운 씨는 국어(태국어) 교사의 꿈을 접었다. 대신 중학교 졸업 후부터 남의 논에서 일을 하고 받은 품삯으로 집안 생계를 거들었다.

2년 뒤, 함께 일하던 동갑내기 라오스 출신 남성과 결혼했다. 픽운 씨의 고향은 라오스 접경 지역이어서 돈을 벌려고 국경을 넘어온 라오스인들이 많았다. 남편 역시 그런 경우였다. 둘 다 가난했기에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릴 순 없었지만, 픽운 씨 집에서 함께 살며 아이도 둘 낳고 그런대로 가정을 꾸렸다.

결혼생활은 10년을 넘기지 못했다. 어느 날 화장실에 들어간 남편이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픽운 씨가 문을 열어보니 은박지 뭉치를 코에 대고 냄새를 맡는 남편이 눈에 띄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표정과 함께.

남편은 이미 마약에 중독된 상태였다. 그와 헤어진 건 잘한 일이었다. 하지만 노부모와 두 아이를 홀로 책임지는 건 만만찮았다. 돈이 필요했다. 가난을 피해 살 길을 찾고자 라오스에서 태국으로 넘어온 전 남편이 생각났다. 픽운 씨의 머릿속에 한 곳이 떠올랐다. 기회의 땅, '한국'이었다.

◆아이는 호흡곤란…불법체류자 신세에 병원비 폭탄

주변 사람들에게 20만바트(한화 650여만원)를 빌려 한국 땅을 밟았다. 30년 인생 처음 느끼는 한기가 픽운 씨를 맞았다.

그는 경기도에 있는 장갑 공장에 취직했지만, 1년 만에 그만둬야 했다.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었다. 픽운 씨를 괴롭혔던 건 한국인이 아닌, 같은 태국 출신 근로자들이었다. 그들은 지인을 취직시키려고 자기들 무리가 아닌 태국인을 괴롭혀 그만두게 만들곤 했다.

픽운 씨는 경북의 한 농촌으로 내려와 농사일을 시작했지만,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이곳 태국인 근로자들 역시 픽운 씨처럼 무리 밖에 있는 동료를 골라 고된 일을 몰아주는 식으로 괴롭혔다.

서럽고 힘든 나날을 버틸 수 있었던 건, 현 남편인 우템(38) 씨 덕분이었다. 픽운 씨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던 우템 씨와 SNS 채팅을 통해 알게 됐다. 서로 힘들었던 하루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 큰 위안이 됐다.

그렇게 2년간 채팅을 이어오며 서로에 대한 정을 쌓았고, 실제로 만나 본격적인 연을 맺었다. 인력사무소에서 마련해준 숙소 쪽방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한 달 소득 160만원 중 100만원은 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보내고, 남은 돈으로 생활했기 때문에 형편은 늘 쪼들렸다. 그래도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했다. 이윽고 둘 사이에 작은 생명이 깃들었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아이가 태어났지만, 픽운 씨는 아직 아이를 한 번도 안아보지 못했다. 의사는 임신 기간 동안 폐가 충분히 자라지 않아 아이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 외에 아이는 황달, 신생아저칼슘혈증 등의 질환도 갖고 있었다.

아이는 폐가 완전히 자랄 때까지 최소 한 달간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해 인공호흡기 및 수액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 뒤에도 신장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되면 치료 기간이 기약없이 길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슬픔보다 절망이 앞섰다. 출산을 위해 이틀 입원했지만 병원비가 900만원 넘게 나왔다. 모아둔 돈과 주변에서 빌린 돈으로 겨우 냈지만 사흘간 아이 중간 진료비로 나온 600만원은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수천만원에 달하는 진료비가 들 것이다. 그들은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출산 후 처음으로 아이 면회를 온 픽운 씨 부부. 조그마한 아이 몸 곳곳에 장치들이 연결돼 있다. 기회의 땅에 기적처럼 찾아온 아이였지만, 스스로 숨도 못 쉴 정도로 약하게 태어났다. 알 수 없는 죄책감이 가슴을 후벼 팠다. 아픈 아이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방인 부부.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표정에는 국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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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몸으로 독거… 김경식 씨에게 2,232만원 전달

어린 시절부터 온갖 사고 겹쳤으나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성치 않은 몸으로 홀로 사는 김경식 씨(매일신문 1월 23일 10면 보도)에게 2천232만338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나선희 3만3천원 ▷이강준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최정원 최지원 각 1만5천원 ▷문민성 6천원 ▷김주현 이진기 각 5천원 ▷이장윤 2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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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과의 결혼생활에서 생활고 시달리다 이혼 후 아들과 힘겹게 살아가던 중 화재로 집 잃은 도혜주 씨(매일신문 1월 30일 10면 보도)에게 46개 단체, 139명의 독자가 2천281만1천566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주)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주)대구은행 100만원 ▷(주)태원전기 50만원 ▷다우약품 50만원 ▷삼성기공(장태종)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윤남귀)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주)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주)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주)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대구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동산내과 (박경아) 5만원 ▷동산내과 (박준석)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산교회(김명묵) 5만원 ▷선진건설(주)(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피플라이프(박태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원 3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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