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1996년에 태어난 사람들을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라고 한다. 이들이 벌써 28~43세가 되었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 절반이 아직 아이를 낳지 않았다. 개인의 비출산(非出産)이 사회적으로는 저출산(低出産)으로 나타난다. 비출산의 집합적 개념이 저출산이다.
미국의 출산율은 1.7명이다. 프랑스는 2010년 2.0명에서 2020년 1.8명으로 하락했다. 남유럽 국가 출산율은 더 낮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은 1.3명이다. 출산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동아시아다. 일본과 우리나라 출산율은 각각 1.3명과 0.8명이다. 저출산, 즉 비출산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여성이 아이를 낳지 않는 현상이 최근에 나타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비출산은 오래전에 보편화되었다. 지난 500년 동안 북서부 유럽 여성의 20%가 평생 아이를 1명도 낳지 않았다.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예전에도 많은 여성이 이런저런 이유로 출산을 미루다가 결국 아이를 낳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출산을 미루는 여성이 많아졌다. 기술적, 법적, 심리적 측면에서 출산을 미루는 것이 쉬워졌다. 물론, 콘돔(condom)이나 먹는 피임약이 발명되기 훨씬 전부터 출산율은 하락했다. 법으로 권리로 인정되기 전에도 낙태(落胎)는 성행(盛行)했다. 페미니즘(Feminism)과 관계없이 비출산 여성 비율은 계속해서 증가했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여성은 어떤 방법으로든 출산을 피한다. 콘돔, 먹는 피임약, 낙태 권리, 페미니즘은 수단일 뿐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변함이 없다. 그래서 저출산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 비출산이 대세(大勢)라는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우리나라 출산율은 너무 낮다. 출산을 극도로 꺼리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알면 어느 정도 출산율을 높일 수 있지 않을까?
다음은 야마다 교수의 주장이다. "동아시아 국가는 자녀에 대한 체면 의식이 강하다. 자신보다 나은 환경을 자녀에게 만들어줄 자신이 없으면 결혼과 육아를 회피한다." 설득력이 있다. 야마다 교수는 동아시아에서도 유독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은 이유도 설명한다. "동아시아에서도 한국이 체면 의식이 강하다." 설득력이 떨어진다. 뭔가 부족하다.
야마다 교수가 말한 체면 의식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우리나라 부모는 자식의 출세(出世)를 열망한다. 세상에 높은 자리는 적고, 그것을 원하는 사람은 많다. 출세는 상대평가다. 상대평가에서 승자가 되려면 내 자식만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사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자식 교육에 돈이 많이 든다. 소득만으로 감당이 안 된다.
부동산이 많은 부모가 자식 교육에 많은 돈을 쓸 수 있다. 일류 대학에 들어간 자식이 좋은 직장을 얻어서 소득이 높으면 부동산이 축적된다. 부동산과 교육의 선순환(善循環)이다. 같은 논리로 부동산이 없는 사람은 악순환(惡循環)에 빠진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유일한 방법은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다. 영화 '넘버 3'에서 이미연이 한석규에게 이렇게 말한다. "깡패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가 뭔지 알아? 희망이 없기 때문이야." 자식이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야 아이를 낳는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을 이유가 없다. 이것은 이기적인 유전자가 명령하는 합리적 선택이다. 출산이 합리적 선택이듯이, 아이를 낳지 않는 선택도 합리적이다.
선거철이 되니 저출산 대책이 쏟아진다. 교육비를 보조해 준다, 임대주택을 공급한다, 이들 정책에는 공통점이 있다. 아이를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을 줄여준다. 교육비와 주거비가 줄어들면 아이를 낳을까? 부동산과 교육의 연결 고리를 끊어야 한다. 집값을 잡는 것이 저출산 대책이다. 다른 정책은 효과가 없다.
나는 저출산 문제에 대해 낙관적이다. 정부가 아무 일도 안 해도 저출산은 해결될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집값이 내려가고 있다. 집값이 충분히 내려가면 부동산과 교육의 연결 고리가 끊어진다. 그러면 사람들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 그것이 진짜 '리셋 코리아'(Reset Korea)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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