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윤 개인전 ‘시간의 살’
2월 3일까지 갤러리 팔조
"전시 제목 '시간의 살(The flesh of passage)'에서 시간을 'time'이 아닌 'passage'로 쓴 건,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경과라는 포괄적 의미를 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작업의 형식적 변화 과정을 볼 수 있는 전시임을 함축하는 단어죠."
최근 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갤러리 팔조에서 만난 최정윤 작가는 독특한 전시 타이틀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으로서 대구에서 처음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그가 천착해온 인간 욕망에 대한 얘기를 정리하는 전시다.
특히 그가 주목한 것은 예로부터 동양에서 권력의 상징이자 인간 욕망의 정점으로 해석돼 온 '검(劍)'. 그는 지난 10년 간 검의 본질적 속성을 재해석하는 과정에 주력해왔고, 그것을 통해 인간 욕망의 허무한 관념적 실체를 시각적 대상물로 언어화하고자 했다.
서울대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에서 도자를 전공한 그가 선택한 초기 재료는 세라믹이었다. 지난한 과정 끝에 길다란 형태의 검을 세라믹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지만, 그 재료와 형태에 갇혀 개념을 펼치는 데 한계를 느끼고 만다.
그는 "보다 디자인화되고 박제된 유물의 형식인 청동검은 시각적으로 보편화된 언어를 벗어나기가 힘든 소재였다"며 "되돌아보니 결과적으로는 조형 훈련의 일환이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재료의 전환을 모색한 그가 새롭게 선택한 것은 소금이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다. 어두운 전시장 속, 바닥에서 천장까지 뻗은 새하얀 소금 기둥은 경건함과 숭고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는 역설적으로 소금이 내포한 부와 권력, 생명에 관한 상징성이 인간 욕망의 본질과 평행선상에 있다는 측면과,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감각적인 물성에 주목했다.
특히 그는 생명을 유지하고 존재하려는 것을 욕망이라고 보고, 소금처럼 치유와 생명을 의미하는 또 다른 재료인 실을 작품에 가져온다. 그 결과 날카로운 검에 다채로운 색의 실을 촘촘히 감은 '꽃 기둥'을 피워냈다.
검과 소금, 실과 꽃. 이 모든 키워드들이 하나의 주제로 관통된다는 것 또한 흥미롭다. 그는 "검과 꽃 두 소재가 상이한 듯 보이지만, 검의 형식에서 보여지는 직접적인 속성과 꽃의 화려함 속에 교묘하게 감춰진 본질적인 욕망은 서로 관통하는 점이 있다. 새로운 형식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을 뿐, 내용적으로는 개념적 유사성을 담보하고 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캔버스 평면 작품도 볼 수 있다. 빈틈없이 감은 실 대신 실타래가 곳곳에 삐져나와 있는 등 좀 더 자유로움이 돋보이는 작업이다. 페인팅에 대한 갈증, 실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즉흥적 행위의 결과이자, 작업이 한 장르에 묶여있고 싶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순간마다 최선을 다했으나 되돌아보니 전부 오늘을 위한 훈련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작업도 미래에 태어날 또 다른 작품을 위한 게 아닐까요. 앞으로도 내가 호흡하고 느낀 것을 진정성 있게 작품에 담아내려 합니다."
전시는 2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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