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다 보니 새해 벽두부터 나라 살림을 걱정하는 국민이 많다. 올해 나라 살림이 어느 해보다 팍팍할 것으로 보여서다. 지난해보다 2.8% 늘어난 656조9천억원으로 살림을 꾸려야 한다. 2005년 이후 가장 찔끔 늘어난 것으로 정부가 허리띠를 꽉 졸라맨 셈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세금이 생각보다 훨씬 덜 걷히고 있어서다. 아직 추정치이긴 하지만 지난해에만 약 50조원이 줄어들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올해에는 세금 수입이 작년보다 33조원 넘게 줄어들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제가 시들시들한 데다 세금을 깎아준 탓에 기업에 걷는 세금(법인세)이 줄고, 부동산 거래가 줄어 관련 세금(양도소득세)도 덜 걷힐 걸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지방재정은 그야말로 위기다. 세수 감소로 내국세가 줄고 따라서 내국세의 19.24%를 지원하는 지방교부세도 줄어들게 되어 있다. 이에 따른 세수 감소는 필연적이다. 대구시의 상황은 긴박하다. 대구시는 올해 예산안을 전년보다 1.33%(1천436억원) 감소한 10조5천871억원으로 잡았다.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전년보다 예산이 줄어든 건 25년 만의 일이다. 세수 부족도 예상보다 크다. 지방세가 7.99%(2천940억원) 감소하고, 내국세 감소에 따른 지방교부세도 1.33%(180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경북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올해 예산은 전년보다 4.2% 늘어난 34조1천620억으로 잡았지만, 올해 지방세는 1.5%(774억원), 지방교부세는 무려 3.7%(3천650억원)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 특화 세율 조정, 지방 소득 재분배 정책, 지역 기업 지원 정책 등 지방 친화적인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제적으로 부진한 지역은 세율을 낮추어 기업이 현지에 투자하기를 유도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특정 지역에서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거나, 지방 산업을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지방의 재원 보장 기능을 강화하는 방법의 하나다. 이를 통해 생산성이 향상되고 지방 경제에 활력이 주어질 수 있다. 부동산 매매 시 개발부담금, 재건축부담금 등 국가 귀속분을 지방세로 100% 환속하는 것은 당장 시행해도 무리가 없다.
중앙정부는 미지근한 반응이다. 자기 코가 석 자라서 지방까지 신경 쓸 수 없다는 논리다. 그러나 일반 국민의 삶에서 지방재정은 이제 결정적인 변수다. 상하수도와 교통, 안전, 복지 등 어느 하나 지방재정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지방재정의 부족분을 메워주는 지방교부세가 원래부터 부족분을 모두 메워주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2021년에 73% 정도였다. 교부세액을 정하고 나눠주기에 부족분이 기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행 지방교부세율 19.24%를 22%까지는 올려야 부족분의 85%라도 채워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방자치단체 역시 스스로 다양한 자금 조달 수단을 모색해야 한다. 지방 특화 채무증권 발행, 지역적 자원을 활용한 자금 조달 등을 고려하여 지방재정을 살찌울 수 있다. 지역 정치권과 관·재계는 물론 지역민들이 뜻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다. 지방자치제도 강화해야 한다. 지역민이 지방재정 운용에 직접 참여하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중앙정부는 물론 지역사회에 더 많은 지원을 기대하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재정의 근본적인 확충은 물론 자치 분권과 지역 균형이라는 가치를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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