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들은 2023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견리망의(見利忘義)를 선택했다. 견리망의는 이익을 보면 의리고 뭐고 다 잊는다는 뜻이다. 이익을 보면 의로움을 생각하라는 견리사의(見利思義)를 빗대어 우리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귀이다.
교수들의 진단처럼, 올 4월 총선을 앞둔 여야는 온통 정권욕에만 함몰되어 견리망의에 빠진 듯하다. '견리사의견위수명'(見利思義見危授命)은 논어 '헌문' 편 13장에 나오지만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안중근 의사의 유묵으로 더 유명하다.
'노량: 죽음의 바다'가 425년 전 충무공 이순신 제독이 전사한 1598년(무술년) 음력 11월쯤에 개봉됐다. 공(公)은 우리가 위기에 처할 때면 언제나 회자되는 인물이다. 나라가 위기일 때마다 우리는 공을 불러내어 견리사의견위수명을 되새긴다. 우리 역사에서 공은 우리가 느슨하거나 게으름을 피울 때면 언제나 징비(懲毖)하게 한다. 느슨해진 시위를 조이고 칼을 갈게 하고 마음을 가다듬게 한다. 공의 단충(丹忠)은 의를 위한 죽음이었기에, 우리는 풀어진 시위를 고쳐 맨다는 해현경장(解弦更張)의 각오로 새해를 맞이하곤 한다.
공은 노량해전을 앞두고 "이 원수만 없앤다면 죽어도 한이 없으니 도와주옵소서"라고 기원하며 죽음을 각오했다. 노량해전은 임진왜란 최후의 해전이었다. 이 해전에서 공은 필사즉생(必死卽生)으로 싸웠기에 역설적으로 우리 곁에 영원히 살아 있는 영웅이 되셨다. 포성과 진격의 북소리는 고요한 밤바다를 일깨웠고 조명(朝明) 연합 수군과 왜 수군은 접전을 벌였다.
이전 해전과 달리 초근접전이었다. 기습당한 왜군은 관음포로 피신하지만, 퇴로가 차단되자 최후의 발악을 했다. 공은 손수 북을 치면서 전투를 진두지휘했지만, 적의 총탄에 왼쪽 겨드랑이를 관통당했다. 공은 아들 회와 조카 완에게 "싸움이 한창 급하니 나의 죽음을 말하지 마라"는 유언을 남기고 전사한다. 1598년 음력 11월 19일 새벽이었다. 공의 나이 54세였다.
공이 전하는 메시지는 간단명료하다. 지금 이대로 전쟁을 끝내면 후환이 더 두렵다는 것이다. 극악무도한 왜를 도저히 그냥 보낼 수 없었기에 공은 이해타산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전쟁으로 전쟁을 막고자 했다. 공께서 왜군을 그냥 보낼 수 없었던 것은 7년간 남의 나라에 침입해 무수한 해악질과 나라의 존엄성을 짓밟은 행위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은 자신의 사후에 나라와 백성이 안전하길 바랐다. 공은 삼도수군통제사로서 거짓 화친과 불의와 타협하지 않았으니 견리사의했고,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했으니 견위수명했다.
고니시는 격전을 틈타 달아났지만, 노량해전에서 왜선 200척 이상을 격침했고 1만3천 이상의 왜군을 수장시켰다. 소수의 운이 좋았던 왜선들만이 탈출할 수 있었다. 이로써 임진왜란 7년 전쟁은 일본의 처절한 패배와 공의 극적인 전사로 막을 내린다. 노량해전 승리의 의의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현재 일본 해상자위대(해군)는 우리보다 크고 강하지만, 충무공 이순신 제독에게 당했던 두려움과 콤플렉스는 늘 존재할 것이다. 인간은 유무형의 범주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동안 140여 명의 조선인을 받았던 일본 육사와 달리 해사엔 단 1명도 입학시키지 않았다.
나는 무엇보다 공의 위국헌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공은 지속된 모함과 정적의 폄훼에도 옳은 일에 매진했다. 불의보다 정의를 추구‧실천한 선비이자 장수였다. 바다의 적은 바다에서 무찌른다는 공의 전략은 425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가슴속에 면면히 숨 쉬고 있다.
공의 후예인 우리 해군은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을 자임한다. 바다를 지키는 해군의 힘이 대한민국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의 창의적이고 과학적이며 합리적인 지략은 우리의 자주국방과 해양 주권의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 우리 해군은 AI 시대를 맞아 첨단 유무인 복합체계로 공의 필승(必勝) 전략과 위업을 충실히 계승하고 있다.
청룡을 뜻하는 갑진년을 맞아 공의 공명정대한 정신이 혼란한 우리 사회를 정화하는 한 줄기 빛이기를 기원한다. 2024년 새해에는 공께서 실천하신 견리사의와 견위수명을 우리의 모든 공직자가 실천하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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