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당당하면 버텼어야, 대중 책임은 없나"…경찰청 직원글 논란

입력 2023-12-30 08:03:29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씨가 4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논현경찰서에 있는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재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배우 이선균씨가 4일 오후 조사를 받기 위해 인천논현경찰서에 있는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에 재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배우 이선균(48)이 숨진 가운데 한 경찰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 쓴 글이 논란이다. 이 경찰은 "당신들은 책임이 없냐"고 대중들을 질타하며 "당당하면 끝까지 버텼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지난 28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소속이 경찰청으로 표시된 글 하나가 올라왔다. 블라인드는 사내 메일을 통해 재직 여부를 인증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

작성자 A씨는 "경찰은 마약 사범인 유흥업소 여실장 A씨의 신빙성 있는 진술에 따라 피혐의자 이선균에게 출석을 요구했고 수사했다"며 "진술과 증거에 따라 수사 대상으로 보고 입건하고 수사하는 것은 이선균 같은 유명인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가적 차원에서 마약과의 대대적인 전쟁을 선포한 현시점에서 마약의 'ㅁ'자만 들어가도 수사 대상자로 보고 엄정 대응해야만 했다"며 "그게 단지 이선균이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수사 단계마다 관련 내용이 유출돼 온 것에 대해서는 "진술을 들어보겠다고 부른 피혐의자 신분의 인물이 출석하기도 전에, 입건 절차도 밟지도 않은 상태에서 수사 내용이 외부로 흘러가면 각종 외압이 들어온다"며 "흘리고 싶어도 못 흘린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중들의 궁금증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이씨가 마약 혐의를 받고 있다' 수준의 상태에서 '이씨가 마약을 했대'라고 확정 지은 건 경찰인가, 언론인가, 아니면 당신들인가"라며 "정보공개청구라는 제도까지 만들어서 그 누구보다 모든 걸 알고 싶어하는 건 당신들 아니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마약 투약 여부를 밝히기 위한 정밀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다는 기사가 보도됐을 때 당신들은 뭐라고 했나. '이씨가 마약은 안 했네, 그런데 유부남이 업소를 다니는 건 좀'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놓은 건 누구냐"고 지적했다.

A씨는 "경찰, 언론 모두에 책임이 있다.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그러나 당신들이라고 책임 없냐"며 "이선균씨 너무 안타깝다. 그 정도로 죽을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당했다면 끝까지 버텼어야 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러나 동정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경찰의 면피용 발언인가" "수사 내용을 경찰이 안 흘리면 누라 흘린건데" "당당하면 익명 게시판이 아닌 실명으로 얘기해라"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론이 잘못했다는 것도 맞는 말" "죽음은 무책임한 건 맞다" 등 옹호하는 의견도 있다.

한편 마약류 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온 이선균의 극단적 선택으로 '피의사실 공표'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내사 단계에서부터 수사 내용이 무분별하게 퍼지면서 당사자를 압박,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했다는 취지인데 이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금지명령제도'를 도입하자는 입법안도 발의됐다.

다만 수사를 맡은 인천경찰청 역시 경찰이 수사정보를 유출하거나, 고인에게 생전 공개 출석을 요구한 적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28일 인천청 중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인에 대한 수사는 구체적인 제보 진술과 증거를 바탕으로 법적 절차에 따라 했다"며 "일부에서 제기한 경찰의 '공개출석요구'나 '수사사항 유출'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밖에도 이번 사건 관련 조사, 압수, 포렌식 등 모든 수사 과정에 변호인이 참여했고, 진술을 영상녹화하는 등 적법 절차를 준수하며 수사했다"고 덧붙였다.